▒▒ 가슴이 따뜻한 혁명가 조문익 ▒▒
 
http://cast.jinbo.net/news/view.php?board=news&id=33785조문익, "김금수 위원장은 입을 열어라"  

[특별기획 : 2005년 한국의 노동자](5) - 노사대립과 노사정위원회④  
  

유영주 기자 yyjoo.net  

지난 2월 15일 열린 민주노총 2차 중앙위원회는 2월 22일로 예정된 대의원대회를 둘러싼 쟁점을 해소하지 못했다. '대의원대회 유회 사태에 대한 대책과 임시대의원대회 개최 건'. 사회적 교섭 안건을 두고 '강행'과 '저지' 양 세력의 회의전술과 대응 논의가 횡행한 시점이었다. 민주노조운동 전체의 긴장이 고조되었고, 찬성과 반대의 성명과 주장이 끊이지 않았다. 민주노조운동의 앞날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오는 시기였다.




이즈음 '남루한 노동자이자 부족한 한 사람'이 쓴 '감히 이수호 위원장님께 드립니다'라는 장문의 편지가 민주노총 게시판을 달구었다. 2월 17일 새벽 조문익 민주노총 전북본부 부본부장이 쓴 글이다.


이 글에 대해 장상환 진보정치연구소 소장은 "정말 민주노동운동의 발전을 바라는 마음을 간절히 표현하고 계시군요. 그러면서도 냉철한 분석으로 사태의 올바른 수습책을 내놓고 있다고 생각합니다"라는 댓글을 남겼고 "이수호 집행부는 사태를 전면적으로 검토하여 조합원의 힘을 모으고 전체 노동계급의 사기를 올릴 수 있도록 사회적 교섭안 처리를 유보해야 할 것"이라는 동조 의사를 피력했다.

조문익 부본부장이 쓴 편지에는 사회적 교섭과 노사정위원회 문제가 중요하게 짚어졌지만 동시에 민주노조운동을 바라보는 한 활동가의 고민이 진지하게 펼쳐져 있었다. 특별기획 다섯 번째 순서 '노사대립과 노사정위원회'의 한 꼭지로 조문익 부본부장과의 인터뷰를 잡은 것은 우연이 아닌 셈이다.


30일 오전 서울에 볼일이 있어 왔다가 참세상 사무실을 방문한 조문익 부본부장. 편지를 쓴 시점부터 6개월이 지난 지금, 차림과 표정은 언제나처럼 '남루하고 부족한 노동자'였지만 목소리와 주장은 어느 때보다도 '또렷하고 분명한 노동자'였다.


조문익 부본부장은 인터뷰 말미에 김금수 노사정위원장에게 노사정위원회의 한계에 대해 스스로 입을 열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노동운동의 선배로서 자신의 문제의식을 밝혀야 한다", "현장에서는 그분이 노사정위원장을 맡음으로서 노사정위원회가 의미가 있고 가능하다는 허상이 생긴다"며 지금 시점에서 김금수 위원장의 발언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인터뷰는 약 2시간 가량 진행되었고, 사회적 교섭, 노사정위원회, 민주노조운동의 전망 등을 고루 이야기 나누었다. 지역노사정위원회의 현실을 고발하는 부분과 글로벌 시대를 맞는 민주노조운동의 과제를 지적한 대목이 눈길을 끈다. 노동자의 욕망, 진리, 영성을 언급한 부분은 묘한 감흥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이다.






2005년 2월 17일이면 민주노총전북본부 정기대의원대회가 있는 날이었다. 그날 새벽 '남루한 노동자이자 부족한 한 사람'이 "감히 이수호 위원장님께 드립니다"라는 제하의 글을 올렸다. 당시 어떤 생각으로 장문의 편지를 썼나


일단 쓰고 싶었다. 성명서라든가 논쟁하는 글보다 개인에게 어떤 느낌을 전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문제의식이 있었다. 단병호나 이갑용 위원장이 하는 것을 봐서 알지만 이수호 위원장도 불쌍하고 가끔 마음이 안 좋았다. 당시에 개인적으로 맞지 않더라도 느낌을 담는 편지가 좋겠다고 생각했다.


불쌍하다는 건...


이수호 위원장이 대의원대회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곤혹스러워 하는 표정이라든가 안간힘 쓰는 표정들... 제 느낌일지 모르겠지만 저렇게까지 안 해도 되는데, 운동을 조금 더 깊이 고민한다면 편하게 할 수 있는데... 라는 안스러움이 있었다. 분노보다는 슬픔을 많이 느꼈다.


당시 대의원대회에서는 '사회적 교섭'을 찬성하는 쪽이나 반대하는 쪽이나 슬픔 보다는 분노하는 모습이 많았고 일부는 분노를 극단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는데, 여기서도 슬프다 라고 표현하는 것은 어떤 맥락인지


분노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부당성을 지적하는 힘의 의미, 또 하나는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과정으로서 만들어진다는 건데, 앞의 분노보다는 뒤의 분노에 희망을 갖는 것이고... 당시 대의원, 조합원들은 화를 냈고 반대한다는 것은 보여주었다. 그런데 해결한다는 것은 분노를 용해해서 새로운 힘으로 만드는 것인데 그렇지 못했다. 슬프다는 건 이런 현실을 보며 느낀 것이고


지금도 많이 슬프겠네


97년도 절정에 이르렀던 민주노조운동의 동력이 소멸되고 있는데 그 대안이 아직 찾아지지 않고 있다. 방향은 있으나 실천으로 조직하는 능력이 보이지 않아 그런 점이 힘이 든다.


2월 17일 편지는 반응이 많았던 걸로 알고 있는데


민주노총 게시판에 올린 글에는 장상환 선생님이 댓글을 통해 잘 봐주신 것 같고, 지역 대의원대회에서는 혼자 직접 복사해서 뿌렸다. 제 느낌으로는 대의원들의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찬성하는 대의원들도 문제의식을 이해해주려고 하는... 과연 사회적 교섭을 해야 한다는 입장의 사람들과 교감이 불가능한 것이냐, 그렇지 않다. 그분들은 너무 지쳤다. 민주노조운동 전체가 투쟁으로 지쳤다. 더 이상 싸움이 힘드니 사회적 교섭을 하자고 한 건데 그 효과적 대안을 못 내놓으면서 그 사람들 비난할 수는 없었다. 사회적 교섭을 한다고 되는 건 아니라 생각하지만 반대하는 사람들이 그 대안의 신념을 줄 수 없었다.


편지에서는 '남루하고 부족한 노동자'라고 쓰고 있다. 지금 전북본부 부본부장 일을 하고 있다. 민주노조운동의 중요한 간부 위치라 할 수 있는데 굳이 자신을 낮춰 이야기한 이유가 있는지


현재 민주노조운동의 상황이 원만하고 희망차게 안 돌아가고 있다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그간 활동해온 활동가들한테 있다. 저를 포함해서 중심에 서서 활동해왔던 활동가들의 한계가 분명하다면 운동을 책임지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 개인적으로 대의원대회 끝난 후 임원직을 그만 두고 평조합원으로 돌아가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주변에 계신 분들하고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 문정현 신부는 그만 두는 것에 대해 수긍도 하시고 그랬는데 현장 조합원들은 꼭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끝까지 책임지라는 의견이 많았고 그래서 능력과 무관하게 본부 일을 계속하게 되었다.


편지에서 노무현정권의 노동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한 바 있다. "노무현정권이 표방한 제반 노동정책 기조를 조심스럽게 살펴보면 '과연 노무현정부가 대화할 만한 상대인가?' 하는 의구심을 해결해주기 어렵다"고 했다


최근 한국노총까지 노사정위원회에서 탈퇴하면서 노동부 장관에게 문제제기 하는 걸 봐도 그렇다. 그 장관을 기용한 참여정부의 노동정책 방향이 있고 그 코드에 맞는 사람을 장관으로 앉힌 거다. 화살은 노동부 장관 개인이 아니라 참여정부 한테로 맞추어야 한다. 참여정부와 노동정책 같이 이야기할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은 김대중정권이 신자유주의 노동정책 밀고 온 것과 연관된다. 참여정부가 그것과 하나도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2000년 당시 김대중정권이 신자유주의 정책기조를 바꾸지 않는다면 퇴진 투쟁을 한다는 민중운동 차원의 중대한 결정이 있었다. 노무현정권은 이 계승성을 갖는다. 대통령 집무 첫해 배달호 열사, 화물연대, 전교조, 철도노동자 싸움 양상을 보면 노무현정권이 기존 노동정책을 전향적으로 바꿀 의지가 없어 보였다.




2003년 9월이던가 노동부가 '노동정책 가이드라인'을 내놓았는데, 현 로드맵의 초안 정도의 자료로 노조운동 투명성 강화, 노사협의회 강화, 노조쟁의권 약화 같은 내용이 다 들어있다. 검찰이 노조 내부 비리를 쳐야 한다는 논리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 기조가 지금까지 관철되고 있고 그 완성태로 비정규입법과 노사관계로드맵이 추진되고 있다. 현재도 신자유주의가 불가피하다고 한다.


오늘 인터뷰 주제가 '노사대립과 노사정위원회'이다. 참여정부의 노동정책 안에서 노사정위원회가 어떤 기능과 역할을 해왔다고 볼 수 있나


노사정체제라든가 NGO와 국가의 접합체제가 왜 만들어지나 생각해봐야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정부 기구가 국민들이 생각하는 문제의식을 수용하는 것이나 대표하는 대표성이 능력이 떨어지고 있다. 전반적으로 대표성이 떨어지면 선거제도를 바꾼다든지 보완책이 필요한데, 국가기구가 아닌 조직을 수용하는 방식으로 민관체계 같은 게 만들어진다. 대표성과 정당성을 강화하는 논리이자 방안이기도 하다. 신자유주의는 민주주의 기본논리에 비춰보면 정당하지 않다. 불평등이 심화되고, 어떤 인간은 가치 있고 어떤 인간은 아니고... 민주주의 가치를 침해하는 논리들을 갖는 것이 신자유주의여서 정당성을 훼손한다.


우리 나라에서 노사정 체계는 소위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정당화하는 백그라운드적 기능을 하는 것이라고 본다. 김대중정권, 노무현정권으로 이어지면서 전투적인 민주노조운동 세력이 상당 부분 분쇄되었다고 본다. 지금은 민주노조운동의 '합리적인' 운동세력과 같이하는 시스템을 재구성하는 것 같다. 그 최고의 형태가 최근 연립정부론이라고 생각한다. 신자유주의로 인해 훼손된 대표성과 정당성을 보완하는 것으로서...


노사정위원회나 노사정위원회가 구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된 노사정대표자회의를 통한 사회적 합의 강조도 같은 맥락이라는 이야기인데


노무현정권은 불안정하다. 법칙화 된 구조적 불안정성인데 이를 극복하려면 정당명부식비례대표제 채택 등 선거제도 변화를 통해서 현재의 기득권 체계를 다른 세력과 연합해야 가능하다고 보고. 한나라당과 하면 좋고, 그렇지 않더라도 '+알파' 하는 방식도 고려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정치 불안정성으로부터 대표성과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사정위원회나 노사정테이블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노가 노동자를 대표하고 사가 사를 대표하고 여기에 정이 만나는 합의 틀을 갖겠다는 이야기다.


지역 차원의 노사정위원회도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한 바 있다. 작년 7월 3일 한 토론회에서 "강남의 귤이 강북에 가면 탱자가 되는 것과 같이 전북의 노사정위는 탱자나 마찬가지다. 최임위도 있고, 고용훈련대책위, 민간실업대책위, 물가심의위 등 이미 민관 공동기구가 수두룩하다. 지역 노사정위 하면 보통 1시간 정도 형식적인 회의하고, 어쩌다 기자회견 하는 게 고작이다. 그리고 나서 식사를 2시간 정도 한다"며 실태를 고발한 적 있다


실사구시 되어야 한다. 지금 민주노총 정책 단위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지역 노사정위 조사도 안 한다. 실제 관심도 없는 것 같다. 현재 도의원 하나 정도씩은 갖고 있고, 도 단위 시단위 노사정 실태 조사는 마음만 먹으면 그리 어렵지 않은데도 안 한다. 중앙 노사정위가 설령 괜찮은 조직이라 하더라도 지역 노사정위는 엉망이다. 정치인의 들러리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회적 교섭'을 보면 산별, 지역 수준의 노사정위 이야기하는데 답답하다. 테이블이란 게 상대방이 있다는 걸 전제로 하는데 지역은 상대방으로 앉힐 만한 상대가 없다. 중앙은 경총이나 전경련 같은 게 있는지 모르지만 전북의 경우 전주상공회의소나 전북경총 따위인데 이들은 자기들까지 회의해서 대표를 뽑는 것도 아니고... 그런 조직하고 테이블 같이 해봐야 대화 자체가 안 된다.




노사정 구조가 반드시 노사정위원회만 있는 건 아니다. 고용촉진훈련심의위원회나 물가심의위원회 처럼 밑바닥에도 노사정 테이블이 있다. 이런 건 오히려 현실 의제가 있고 그런 수준에서 의미가 있다. 그런데 기자회견이나 하고 밥이나 먹는 노사정위가 무슨 의미가 있나. 간담회를 해도 규정력도 없고... 예를 들어 일자리 만들기 협약 한 것 중에 휴비스라는 회사가 있는데 그 회사는 서명도 한 회사인데 돌아가서 일자리 1/3 정도를 해고했다. 중국 공장 만들면서 전주 노동자를 짜른 거다. 일자리협약을 하고도 안 지켰고, 또 아무도 문제를 삼지도 않는다.


지역 노사정위원회 실태가 그렇다면 필요에 따라 시장이나 도지사와 노정대화를 바로 하는 게 더 효과적이지 않나


그렇다. 꼭 필요하다면 그냥 간담회를 하면 된다. 분기든 반기든 정치인들하고. 전주시라면 전주시협의회하고 전북본부면 전북도지사하고 2-3개월이든 3-4개월이든 때에 따라 간담회를 하면 된다. 가령 지역 노사정에서 군산에서 경제자유구역 하겠다고 해서 거론하면 그런 건 의제로 삼지 않으려 한다. 경제의제라고 하면서 노동자와 이야기하지 않는다. 이런 건 노정 간담회에서 이야기할 수도 있다. 그 역시 만만치 않다. 도지사와 싸운 게 한두 번도 아니고...


편지에서는 이수호 위원장이 노사정 모두 참여하는 교섭틀을 사고한 것 같다고 짚고, 구성에서도 민주노총의 주장이 아무리 합리적이어도 수용이 어려운 교섭 틀이라고 보았다. 이런 문제점을 포함해서 민주노총이 현장에서 충분한 토론을 거치지 않고 추진하는 것에 비판의 무게를 많이 실었는데


테이블 구성은 그럴 수 있다. 사용자들과 대화가 가능한 시점에서는 해도 된다. 그런데 현재 이수호 집행부의 사회적 교섭은 노사정 테이블을 전제로 좀더 다듬으면 된다는 생각인데 그건 아니다. 노사정 테이블이 다른 테이블보다 훨씬 우월한 지위를 가질 때 모든 의제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어떤 교섭이든 원칙적으로 케이스바이케이스(해당 건에 대한 해당 처리)로 해야 하고 특별 안건이 생기면 계속 할 수도 있지만 무조건적인 영향을 미치게 만든다거나 규정력을 갖게 하면 안 된다.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이 전체노동자의 대표성을 갖느냐에 의문이 있다. 자신의 교섭 내용이 모든 노동자에게 관철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만한 생각이다. 밑바닥에 있는 노동자 권리를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데 매진하는 것이라면 정당성이 있을 텐데 그 과정이 없었다.


노동자 민주주의에 대한 강조로 들린다.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 전체는 물론이고, 민주주의 문제는 산별 논의 과정에서 비롯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산별 교섭에서 합의를 했는데 산별 교섭이 지부교섭 합의보다 낮은 내용이었다고 보자. 그럴 경우 산별 합의가 강제력을 발휘하면 지부 교섭권을 침해하는 문제가 불거진다. 작년 보건의료노조의 산별 협약이 그렇다. 지부 교섭을 하향화하면서 산별 교섭의 정당성을 주창할 수는 없다. 전체 대의를 위해 충분히 그럴만 하다는 적극적인 동의가 있다면 모르나 그렇지 않으면 조합원들의 이해와 부딪히게 된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노사정 테이블 만들어서 합의를 했는데 이것이 비정규 노동자의 권리를 침해한다거나 할 경우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최저임금위원회도 일종의 노사정 테이블인데, 올해 일방적으로 결정하긴 했지만, 이게 합의된 것이라면 저임금노동자 일부는 오히려 임금이 떨어지게 된다. 최저임금위원회 협상 자리에서 퇴장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수호 집행부의 '사회적 교섭'은 전술적인 것이라기보다 노동운동전략 수준에서 제기된 듯하다. 반대하는 입장에서 보면 지난 10여 년 동안 민주노총이 진행해온 민주노조운동전략 논의가 충분히 정리되기도 전에 성급하게 결정할 수 없다는 지적도 많고


단병호 위원장 때 노동운동발전전략위원회 만들었다가 진전시키지 못했다. 위원회에서도 충분히 논의 전개하지 못했고, 지금까지도 우리 사회가 어떻게 만들어져 있는지 어떻게 변화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현장의 합의가 없다. 이런 속에서 이수호 집행부가 사회적 교섭 전략을 내놓은 거다. 한편 조합원은 싸워서 될 문제 아니다 라는 걸 느낌으로 안다. 현장 분위기가 교섭을 해야 한다는 흐름이 분명히 있다. 그렇지만 전략 수준의 문제라고 하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논의를 해야 한다. 반대를 하는 대의원 조합원의 문제의식이 무엇인지를 모아가야 하고 합의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87년 이후는 그런 게 있어서 싸웠나. 그게 없어도 잠재적으로 합의된 일반적인 행동방침이 있었던 거다. 가령 위원장 혼자 직권조인 하지 않는다 라든가, 규약에 없어도 조합원 총투표를 하면서 싸웠고, 교섭 하다 안 되면 파업했다. 말하자면 민주노조운동의 룰이었다. 그 정도의 공유 수준으로 충분했고 그렇게 민주노조운동 해왔다. 그런데 지금은 더 명료해져야 한다. 사회적 교섭 방침이 불가피하고 옳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옳다는 것을 설득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반발은 계속 되고, 조직은 힘 못 쓴다.




2월 1일 대의원대회가 무산된 데 대해 '전노투' 등의 행동에 '서글픈 박수'를 보낸다고 했는데


당시 전노투가 대의원대회를 막은 것에 대해서는 지지를 보낼 수밖에 없다. 막은 것 자체는 중요했다. 사회적 교섭이 논쟁되어야 할 문제라는 것을 사회적 이슈로 알려준 효과가 있었다. 당시로서는 물리력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는 것도 인정한다. 그게 슬프다.


지금도 '사회적 교섭'은 노동운동 위기 논쟁과 맞물려 계속 되고 있는데 대화와 토론을 통해 민주노조운동의 합의를 마련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예전에 노조운동 과정에서 현장토론을 중요시 한 적 있다. 노조는 학습조직의 기능을 해야 하는데 현장토론을 통해 스스로의 능력을 높여나가는 것이다. 문제의식 능력, 토론 능력, 비판하는 능력, 듣는 능력을 통해 사회를 움직이는 주체로, 주인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노조운동이 이걸 해왔는데 최근에 굉장히 약해졌다. 지금은 전술 수준의 위기 대처가 아니라 전략 수준의 위기 대처 논의를 해야 할 시기인데, 토론을 하자고 하면서도 토론은 없고 지도부든 정파든 집중적으로 조직하지도 않는다.


현장 토론이 왜 사라졌을까


민주노조운동 동력 쇠퇴가 가장 큰 원인이다. 당장 주어진 정리해고 반대 투쟁만 해도 벅차다. 신자유주의라는 적수를 만나면서 이걸 상대하며 피로도가 높아졌다. 지난 몇 년간 그런 과정의 연속이었고, 이 과정에서 민주노조운동의 질적 수준이 떨어졌다.


사회적 교섭은 현 민주노총 지도부의 세상을 바꾸는 투쟁 계획에도 녹아 있다. 앞으로도 계속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 시점에서 사회적 교섭, 또는 노사정위원회 문제에 대해 할 이야기가 있다면


김금수 노사정위원장이 입을 열어야 한다. 노동운동의 선배로서 자신의 문제의식을 밝혀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사정위원회의 한계에 대해서는 그분도 잘 알 거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그분이 노사정위원장을 맡음으로서 노사정위원회가 의미가 있고 가능하다는 허상이 생긴다. 김금수 위원장은 70년대부터 80년대, 90년대에 걸쳐 민주노조운동을 지도했다. 그런 분이 위원장이 됨으로써 그분 믿고 따랐던 사람들은 노사정위에 기대를 거두지 않는다. 그런데 아니다. 사와 정이 바뀌지 않는 이상 테이블이 바뀌지는 않는다. 김금수 위원장 같은 분이 자신의 내밀한 이야기를 해주면 좋겠다. .


노사정위원회, 사회적 교섭 문제 이야기가 노동운동발전전략으로까지 확장되었는데, 조문익 부본부장이 생각하는 민주노조운동의 과제를 짚어보자


우선 노조운동이 일국적 시야를 벗어나는 게 중요하다. 요즘 한국 자본의 힘, 한국이라는 브랜드 파워가 얼마나 대단한가를 절감한다. 한국은 어느덧 10위권 국가에 들어서고 있고 기업들은 1,2등을 다툴 정도가 되었다. 삼성은 러시아를, 엘지나 현대는 인도를, 미원은 인도네시아를 먹는 걸 보면 우리나라 기업들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한글 배우려는 한류 열풍 보더라도 한국 위상 변화 있는 게 사실이다.


우리는 독재정권 몰아내면서 정권 우습게 알고 나라 비하하는 것 익숙한데, 기업 부정부패 비리 심해서 수준을 낮게 보는데, 그 낮은 수준으로도 글로벌한 세계 경제에서 지위를 얻고 있다. 상대할 적이 만만치 않다는 이야기다. 민주노총, 한국노총 합해서 150만이데, 민주노총을 쇄신해서 튼튼하게 하는 정도로는 힘들다. 세계 수준에서 노동자의 국제적 관계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


중국에는 총공회라는 조건에 구애받지 않고 독립노조운동을 벌이는 자유노조운동이 있고, 북한에 WTO 체제 들어오려 작심하고 있다. 개성, 신의주, 나진, 선봉 지역은 이미 일정한 시장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일본도 어렵지만 움직임이 없지 않다. 아시아 차원에서 노조운동 고민해야 한다는 게 첫 번째 고민이다.




둘째는 지금 민주노총이든 한국노총이든 비정규, 여성, 이주 노동자 제대로 보호 못한다. 고용, 임금 질이 악화일로인데 그들을 운동 중심으로 세우고 조직하는 가시적인 상과를 못 내고 있다. 비정규노동자, 영세 중소기업 노동자, 여성노동자, 이주노동자를 중심에 세우는 운동기조를 잡아야 하고 그걸 가시화해야 한다. 만약 비정규연대회의가 그러한 구심점을 해주면 좋겠지만 여의치 않다. 지금은 지역이든 산별이든 전국이든 그런 걸 만들기 위한 실천적 결단이 필요하다.


셋째는 운동이 일종의 욕망을 확장하는 것이다. 실현하고 쟁취하는 운동에 이성과 진리를 추구하는 의미가 더해져야 한다. 욕망을 확장하는 운동에 이성 진리 정의 바로 세우는 운동을 재정의 해서 세워야 하고, 조합원들이 내면에서 추구하는 진정성이랄까 진실성, 영성을 끌어내야 한다. 노동자다운 마음, 노동자다운 가치... 전태일 열사가 노동3권, 근로기준법을 외쳤던 것은 청계천 노동자에 대한 애정, 신뢰 때문이었다. 욕망, 진리, 영성을 합의해가는 노동자운동이 필요하다.


첫 번째 이야기는 반세계화 운동 차원에서도 문제제기 되는 부분인데 아직 호흡이 미비한 상황이고, 두 번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부분이다. 우리 운동 모두가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는 지점이다. 다만 노동자의 욕망, 진리, 영성 이야기는 다소 낯설다. 대강의 의미는 전해지지만... 어떤가. 앞으로 민주노조운동 하면서 느낌이 들 때마다 지난 번과 같은 편지를 또 쓰게 될까


편지 형태의 글은 카톨릭노동사목 노동자의집에 계시는 오두희 선배한테 쓴 게 처음이었다. 그리고 그때는 진짜 쓰고 싶었다. 마음까지 전달하는 수단으로 편지는 유효한 것 같다. 앞으로도 마음이 동하면 쓰게 될 거다. 또 쓰게 된다면 가능하면 상대를 비판하는 글 말고 생각과 느낌을 전달하는 글을 쓰고 싶다.


[기획취재지원] - 한국언론재단


특별기획 '2005년 한국의 노동자' 순서  
  
1회차(8월 22일) 시장화! 유연화!
2회차(8월 23일) 양극화와 사회통합
3회차(8월 25일) 고령화의 진실
4회차(8월 30일) 세상을 바꾸는 이수호 집행부
5회차(9월 1일) 노사대립과 노사정위원회
6회차(9월 6일) 노동운동 위기 논쟁의 촉발
7회차(9월 8일) 위기, 그후
8회차(9월13일) 대공장 노동운동의 현주소
9회차(9월15일) 산별은 정말 대안인가
10회차(9월20일) 정규-비정규직 차별, 해답은 없나
11회차(9월22일) 해외 공장 이전(1)
12회차(9월27일) 해외 공장 이전(2)
13회차(9월29일) 노동운동을 움직이는 사람들
14회차(10월4일) 절망의 현장, 일어서는 노동자(1)
15회차(10월4일) 절망의 현장, 일어서는 노동자(2)


특별기획취재팀
- 유영주 편집국장
- 최하은 기자
- 문형구 기자
- 최인희 기자
- 라은영 기자
- 윤태곤 기자
- 이꽃맘 기자
- 허경 영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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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일본에서] 고 조문익동지 49제를 맞아 나카무라 2006.03.28 1136
59 종재(49재)에 부쳐-민중의 벗으로 부활할 내 동생에게-2006.3.27 광장 2006.03.28 1260
58 동지가 보고싶다. 박호권 2006.03.20 1034
57 체포 영장이 떨어져 수배중인 동생에게(2003.11.11) 광장 2006.03.19 1045
56 비가옵니다. 바다 2006.03.18 962
55 고 조문익 동지 영상 참소리 2006.03.12 1126
54 흔적. 오랜만에 2006.03.12 899
» <관련기사>조문익, "김금수 위원장은 입을 열어라" /참세상특별기획/05.09.01 광장 2006.03.11 1001
52 <관련기사>“지역민 교류ㆍ다문화 이해 필요” /대전일보/2005.9.22 광장 2006.03.11 917
51 <문익관련기사>핵폐기장 반대 부안군민 시위 관련 과잉진압 보고서 /03.2.16 광장 2006.03.11 952
50 <문익관련기사>전북 민노총 12일 총파업.집회 /03.11.11 광장 2006.03.11 879
49 <문익관련기사> 전북 민노총 지도부 경찰 자진출두/노사정뉴스/03.12.17 광장 2006.03.11 1036
48 <문익관련기사>경찰 과잉 진압에 맞선 폭행 처벌 못한다. /2003.2.8 광장 2006.03.11 971
47 무니기즘은, 비국가꼬뮨주의는,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을 것인가, 마그마 2006.03.10 1223
46 휴대폰 번호를 지우지 못하고 있다네 원병희 2006.03.10 1056
45 보고 싶습니다... ... 2006.03.10 989
44 (글모음)http://cham-sori.net/project-cho.php 참소리 2006.03.10 9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