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슴이 따뜻한 혁명가 조문익 ▒▒
 

5/12 논실, 민들레 연가 -아우에게-

2006.05.13 23:12

조창익 조회 수:1109





문익아-
오늘 참 날이 좋았어.
논실마을에 쏟아지는
봄볕이 어느 때보다도 소담스러웠다.

너도 보았겠다만
사방팔방 민들레들이 다시 모여
새출발을 다짐했단다.
참 많은 분들이 골고루 와주셨어.

여성가족부-,
장수군-,
호남사회연구소-,
논실마을사람들-,

온갖 차들로
학교 운동장이 가득하더라-.

책방에서 너의 환한 미소를
다시 볼 수 있어 좋았다.

계수는 네게
'존경하고 사랑하는 나의 남편
조문익 님께 오늘의 이 자리를 드립니다'
라고
고운 엽서에 예쁜 글씨로
합장해서 올렸단다.
너도 보았겠지?

그래-
바로 그 자리는
너의 자리였어.

척박한 세상
온갖 아픔 다 녹여
생명과 평화와 평등의
새 세상 갈망했던
너의 견고한 행적 앞에서
고개 숙여
경배하는 자리

평생 차디찬 세상
따스하게 데우겠다던
네가 홀연히 폭설 속으로 사라져버린
속절없는 이상 현상 앞에서
망연자실
고개 숙여
통탄하고
참회하는 자리

오늘도
아름다운 민들레들이
너의 그 맑디 맑은 미소 앞에서
밝은 세상을 위해 기원하며
정성스레
큰 절 올리는 자리

네가 소박한 민들레
커다란 홀씨로
부활하는 거룩한 자리

나는 네가
껄-껄 금방 너털웃음이라도
터뜨리며
솟구쳐 나올 것 같더라만

저 기지개 켜는 민들레 가족들의
따사로운 봄볕
평온한 회합을
보기만 해도

만남 그 자체로 성스런 축제인
여인들을 보았다.
그녀들은
아이들을 품에 안고
논실 학교 속으로
친정처럼
미끄러지듯
달떠 달려오더라

벌써 몇 번째
이제는 익숙해진
한국말로 인사하는
필리핀 아리따운 그 여인의
설움과 기쁨의 눈물을 볼 수 있었다.

이젠 코시안을
온누리안으로
이름을 바꾸어 부르자고
했단다.
많은 이들이 이 말을 쓰기 시작했지.

다수운 온(溫)
편안할 안(安)
자를 넣은 상상력이 참 좋지?

아우야-
네가 펼쳐온 자리이니
네가 거두어 가거라

네 손길이 아직도
촘촘히 필요하더라
달빛 밝은 밤이면
그림자로 내려와서
학교 지키는
준근이 손 잡아주고
형우 손도 잡아주고

누구보다
계수의 발걸음이
한층 바빠지지 않겠니
네가 그때그때
힘 들지 않게 지탱해드리고-

오늘 계수는
참으로 의젓한 자태로
시종 센터의 책임자로서
중심을 잃지 않았다.

사람의 향취가 그득한
터전의 새로운 리더로 거듭나는
소중한 의식이 또한
자랑스러운 자리였던다.

사랑하는 내 아우야-

해질녘 민들레들은
송-송-
저마다의 홀씨를 뿌리러
여기저기로 흩어지고

삽질하다만 모래땅에
네 그림자만 가득해서

밀고 올라오는 설움을
안으로 안으로만
쑥쑥 밀어 넣고

훗날
걸음을 기약하며
훠이 훠이 돌아오는 자리

민들레 한 송이
실낱 같은 작은 홀씨 하나가
눈 앞을 스치더라.
네가 보낸
고마운 숨결임을
내 알아차렸다.

장승처럼 그곳을 지켜내겠다는
장엄한 군무임을
내 알아차렸다.

그래라-
그렇게 해라-
그곳에서
분명히 새로운 아시아를 꿈꾸어라-
새로운 아시아로 만들어가자꾸나-
온누리를
생명 넘치는 쉼터로
만들어 가자꾸나

문익아-
오늘 논실은 평화였다.
오늘 논실은 부활이었어.
약속이고 맹세였어.
그러니
걱정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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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 나현균 님을 만났어. 처음 본 창백한 그의 몸에서 지사적 풍모가 느껴졌다. 그도 그럴것이 마창지역에서 너와 고락을 함께 나눈 동지였었구나. 전해투 의장직을 수행하면서 악전고투 참으로 고생을 많이 하셨고 단식 후유증으로 몸을 많이 상해 결국 복직 이후의 생활이 또한 힘들었고-. 지금은 한의학을 공부하고 있는 사십대 중반의 그에게 서광있으라-. 기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