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슴이 따뜻한 혁명가 조문익 ▒▒
 
별이 되어 떠날 내 동생에게

문익아! 편히 잘 쉬었느냐?

너 없는 49일 동안에도 많은 일들이 있었다. 너 없음을 슬퍼할 겨를도 없이 많은 동지들은 삶의 현장에서 부딪는 숱한 모순에 몸부림치며 질곡의 세상을 극복하려 애썼다.

네가 생전에 그토록 애착했던 새만금이 끝내 반역사적 반생명적 사법판결로 막히게 되었다. ‘난 못나가, 새만금과 함께 죽을거야“ 참혹한 새만금 앞에서 최종수 신부님은 민중의 목소리로 절규하며 기사를 송고했다.

언젠가 군복무시절 네가 날 찾아왔던 평택 미군 기지, 캠프 험프리즈, 평화의 땅 대추리가 다시 처참하게 군화발에 짖밟혔단다. 여기서 살다 여기서 죽겠다는 민중의 애절한 소망은 제국의 병참 기지화 전략에 쑥대밭이 되었구나.

철도노동자들의 총파업투쟁이 계속되고 있다. 한풀 꺾였다가 다시 ‘일터를 지키고 구조조정을 막고 생존권을 지키자’며 재파업을 결의하고 있고 KTX 비정규직 승무원들이 오늘도 파업을 계속하고 있다. 不狂不及! 미치지 않으면 이룰수 없다며! 대충 이룰 수 있는 일은 단 하나도 없다며 결의를 드높이고 있는 이들 철도노동자들의 인간다운 삶을 향한 행보는 참으로 고통스럽지만 아름다울 수 밖에 없구나.

문익아! 어제 난 빛고을 광주에 다녀왔다. 전국화물연대 노동형제들이 삼성자본에 맞서 싸우는 현장이었다. 경찰, 검찰, 법원을 손에 쥐고 51명의 화물노동자를 문자메시지 하나로 간단하게 집단해고 대학살을 자행한 삼성공화국에 맞서 싸우는 모습은 가히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이다.

삼성전자 주변 사방 팔방을 콘테이너 박스로 물샐틈없이 틀어막은 삼성의 문지기 경찰병력과 실랑이를 벌이다가 결국 대형트럭에 노동형제들과 동승하여 공단을 몇 바퀴 돌아 집회장소에 결합했어. 비정규직철폐가가 울려퍼지고 연대투쟁의 깃발이 휘날리는 그 곳에서 나는 민주노총 10여 년의 삶 속에서 절박한 나날을 걸어왔을 널 떠올리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문익아! 영암 대불 산단 미포조선 외국인 노동형제들과 함께 하는 한글학교를 열기로 했어. 선거철 나의 공약이기도 했고 너의 소중한 족적이기도 하지. 전교조와 외국인상담센터와 함께 4월초부터 열기로 했다. 어렵지만 시작해 볼란다. 최근 필리핀 노동자가 부당해고의 위기에서 적절한 대응으로 구출되어 경인지역으로 재취업되는 사례도 있었다.

나는 이번에 전교조 목포지회장일과 더불어 민주노총광주전남본부 서남지구협의회 부의장직과 목포민중연대 공동대표직도 겸하게 되었다. 미력한 내게는 벅찬 일이지만 네가 남긴 숙제라고 생각하고 부지런히 현장에서 배우면서 간극을 메꾸어 보겠다.

문익아! 홀가분히 떠나가거라. 앞길이 보이지 않아 그 어느 때보다도 너의 지혜가 아쉬운 지금이지만 이 땅 민중의 더디지만 당찬 걸음걸이가 어디 그리 쉽게 꺽이겠느냐. 염려하지 말고 가벼이 여행 다녀 오너라. 그래 네 말대로 명산대천 찾아다니며 심신수련도 하고 못다한 공부도 많이 하고 빨리 내려와서 여기저기 좀 도와주고 그래라. 너 만나는 의식은 계속 할거야. 서운해하지 말고,

문익아!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오는 날이 빨랐으면 좋겠다. 너의 현신을 찾아 부단히 찾아다니마. 너는 노동자농민민중형제들의 삶속에서 부활할것이며 온갖 생명체 속에서 살아 꿈틀댈 것으로 믿는다. 평화와 평등의 공동체를 꿈꾸는 나날로 너와 만나겠다. 문익아! 편히 쉬거라!

2006. 3. 27 월요일 새벽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못난 형이! 49재에 너를 보내며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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