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슴이 따뜻한 혁명가 조문익 ▒▒
 
2009. 09. 21 월요일.  맑다가 비오다가

1. 자정이 넘었는데 머리 속이 이상하리만큼 명징하다. 전교조 집행부 동지들과 함께 저녁시간을 보내고 들어오는 길이다.

1. 사실 오늘은 아침부터 우중충하고 하늘이 내려앉을 듯하다가 결국 오후 녘에 한바탕 가을비가 대지를 적셨다. 눈꼽 만큼. 시원하지 못했다. 습도도 높고 불쾌지수도 높았던 날, 아침 조회시간부터 다들 짜증이 났던 터였다. 10월 일제고사-어떤 이들은 학업성취도검사라고 하지만- 전수시험, 전답안지 평가원과 교육청 수거, 채점교사 차출, 점수결과 공개, 정보공시 등 일련의 작업들이 교사들의 자존심을 여지없이 긁어대면서 속을 뒤집어 놓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보기에 평가원 차원에서 표집해서 진행하면 학문의 목적에 도달하지 못할 바 하나도 없건만, 전국서열화를 통한 통제기제 작동, 교원단체의 자주적 활동 위축 등을 겨냥하고 미디어법 날치기 강행하듯 교과부 장관이 총대 메고 들이닥치는 것이다.

1. 어떻게 응대할 것인가? 교사들의 제한적인 분노를 확대 조직하는 일이 급선무다. 초6, 중3, 고1, 국영수사과 다섯 교과목으로 국한되어 있는 영역의 빗장을 풀어 전교사, 전교과목의 문제로 환원하고 서열화, 미래형 교육과정, 교원평가, 성과급, 노조약화 전략의 음모를 폭로하는 교육선전활동이 대폭 강화되어야 한다. 2차로 시민사회단체의 힘을 빌어 일제고사의 기본취지와 추진방식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교사들의 행동은 '일제고사 전집반대와 표집 촉구 그리고 차출 거부선언' '우리는 시험자체를 반대하지는 않는다. 전국 서열화 부작용은 불을 보듯 뻔한데 이를 강행하는 것은 반교육적인 처사다. 우리는 교사집단을 불신의 도가니로 밀어 넣는 방식에 반대하는 것이다. 구더기 무서워 장못담그는 식의 근시안을 걷어치워라!

1. 100 개가 넘는 전남의 학교가 교원평가 시범학교에 선정되었다고 한다. 참으로 애석한 일이다. 명치에 비수가 꽂히는 느낌이다. 내부 동력없이는 어떤 싸움도 불가능하다. 케이티노조의 전철을 밟고 있는가? 전교조. 본부는 이제라도 싸움을 시작하라! 기죽지 말고 신념으로 국민을 설득하라. 일단 교사들은 '현단계 교원평가를 반대하는 교사선언'을 조직하는 게 필요하다. 1인시위, 집회, 시민사회단체의 지지엄호의 조직, 지금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이후에는 더욱 어려워지리라. 교사들은 먼저 자신을 설득해야 한다. 교원평가의 맹점을 뼈속깊이 인식해야 한다. 동료가 순식간에 경쟁상대로 자리잡을 때 지옥은 시작된다. 교사의 단결력은 현격하게 저하될 것이며 노동조합의 필요성은 반감된다. 지금도 확고하지 못한 단위학교 분회장의 위치는 존재조차 인정받지 못할 처지에 놓이게 될 것이다. 그들의 신념이 관철되지 못하면 운동성은 소멸된다. 개별화는 죽음이다. 교원평가는 분열의 기제이므로. 우리 몸이 도륙당하는 걸 지켜보아야만 하다니 참으로 분하고 분하다.

1. 전교조 목포중등지회 집행부 회의에 참여했다. 충실한 문건 준비, 끈끈한 동지애, 토론에 기초한 회의문화, 여전히 조직력이 느껴진다. 저녁식사 자리, 장효경 동지의 생일파티가 열렸다. 정승원 연대학생사업부장이 사온 케잌에 불을 붙이고 예쁜 폭죽도 터뜨리고 생일축하노래도 함께 불렀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신선한 장면이다. 조경희 조직의 통통 튀는 생기발랄함이 좌중을 기쁘게 하였다. 다들 행복한 마음으로 담소를 즐겼다. 새 사무실 이야기가 나와 롯데마트 뒤 건물을 탐방하였다. 대체로 좋다는 반응이다. 민주노총이 자리를 잡을 때까지 당분간 활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맥주집으로 자리를 옮겨 자정이 다되도록 담소가 계속되었다. 정찬길, 전상보, 이준호, 한성중, 정승원, 장효경, 조경희, 조창익이 함께 했던 시간, 좋은 가을 밤의 추억이었다. 돌아오는 길, 전상보 선생의 따스한 손길이 가슴 속깊이 전해졌다. 그의 온화함과 넉넉함이 늘 그리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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