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슴이 따뜻한 혁명가 조문익 ▒▒
 




2010.02.12.금.흐림

노동부는 우리를 구속하든지 사장을 구속하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

내일 모레가 설 연휴인데
오늘 우리는 노동부 투쟁을 했어요.
택시 노동자들 5개월째 임금을 한 푼도 못받았거든요.
싸웠어요.
참 답답한 싸움입니다.
사장을 상대로 한 게 아니고
노동부를 상대로 하는 싸움.

나를 구속하든지
사장을 구속시키든지
둘 중 하나
택하라고 절규했어요

법 위반이거든요.
근로기준법 위반이거든요.
사람으로서 법도를 져버린거든요.
손가락으로 헤아려 봐도
앉아서 한 해에 수억을 버는 사람이
저러면 안 되는 거거든요.
돈 없어 못주는 것이 아니고
있어도 안주는 거거든요.
돈 있는 놈이 이기나
돈 없는 놈이 이기나 보자는 거예요.
죄질이 악질이거든요.

노동부 이름을 바꾸라고 했어요
자본부, 기업부 혹은 재벌부-
기업하기 좋은 나라에
악덕 기업주
악덕 통치자가
다스리는 나라에
억덕 자본가
죽이 척척 맞아떨어져요.

택시노동자들이 무슨 죄가 있습니까?
정말 밤낮없이 길바닥 갈고 다닌 죄 밖에 더 없습니다.
시킨 대로  했고 주는 대로 받아왔습니다.
현대판 노예라는 말 맞습니다.

울화통이 터져 죽을 지경입니다.
옛날에 머슴부릴 때도
밥은 먹여주고 새경 주어가며 일을 시켜먹었는데
이럴 수는 없는 것입니다.

지청장실-
쳐들어갔습니다.
몸싸움이 나고 난리가 났습니다.
우리는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사단을 내고 싶었습니다.
오늘 가부간에 끝장을 보겠다.

조금만큼의 진척이 있었습니다.
다시 체불하지 않게 지도하겠다는 약속
한번 만 더 체불하면 구속품신 하겠다는 약속
그 쥐꼬리만한 약속을 믿고 우리는 또 돌아옵니다.

참 선한 사람들
참 순한 노동자들
그 말 그대로 믿어주기로 했습니다.
선선하게 되돌아 내려옵니다.
이렇게 하루를 접고
내일을 믿어보기로 했습니다.

참 가슴 먹먹한 하루였습니다.


<시장구경>
새벽에 어머니랑 시장에 나섰다. 여러 날 전부터 새벽에 다녀오자고 하셨는데 오늘에야 가능하게 되었다. 1차로 청호시장. 말린 조기 이 만 원 어치, 상어 손질해놓은 몇 마리를 만 오 천 원에 사들고 시장 한 바퀴를 빙 둘러보았다. 왁자하다. 설대목이 내일 모레 아닌가? 차를 다시 타고 여객터미널 수산시장으로 향했다. 분명 큰 장이 섰을 것이다. 과연 갈매기들이 군무를 추며 항구의 새벽을 깨우고 있었다. 조기와 오징어 장이 크게 섰다. 엄청난 물량이 쌓여있었다. 조기 한 상자가 싼 것은 10 만원 정도 부터 좋은 것이 27-8만원까지 했다. 오징어 한 상자는 3 만원, 한 상자 째 사면 너무 많아서 보관하기 어렵다 하여 차례상에 올릴 어물은 이미 사놓았으므로 찌개용으로 조기 1만원어치랑 오징어 1만원어치를 사서 챙겼다.

이번에는 홍어를 사기 위해 다른 시장으로 옮겼다. 저번에 한번 가본 00수산을 찾아서 홍어를 손질하고 있는 주인아주머니를 만났다. 여기에서 홍어 한 상자를 6만원주고 샀다. 아주머니는 덤으로 홍어 애를 큰 봉지에 담아 주시고 또한 가오리 큰 것을 손질해서 썰어먹기 좋게 다듬어 주셨다. 홍어애는 아버님께서 좋아하셔서 저번에도 싱싱한 것을 많이 주셔가지고 기름소금에 찍어 맛나게 먹어본 경험이 있다. 홍어애를 덤으로 받는 맛에 그 가게를 다시 찾은 것이다. 오늘도 듬뿍 챙겨 주시면서 하는 말이 '이렇게 새벽같이 손수 오시는데 이렇게라도 드려야 맘이 편하다. 손님도 좋고 저도 좋아요.' 사람의 마음을 사는 방법을 아는 주인이었다. 손이 묵지근하도록 싸들고 집을 나섰다. 집에 도착한 어머니께서는 홍어애국을 끓여 내놓으셨다. 과연 맛이 일품이었다. 아버지께서 흡족해하시며 아침을 드시는 모습을 보니 더없이 행복했다. 어머니 음식솜씨는 으뜸이시다.

<악덕기업주 남도택시 사장을 구속하라!>
오전 11시, 우리는 노동부 앞에 다시 모였다. 5개월이나 임금체불을 고의적으로 자행하고 있는 사장을 구속품신할 것을 촉구하는 집회, 남도조합원동지들, 금속지회, 철도, 공무원, 전교조, 민중연대, 민노당 등 30여명이 모였다. 악덕사업주가 기업하기 좋은 사회, 노동부 간판을 내리고 자본부나 기업부, 재벌부로 바꿔야 한다는 참석자들의 원망의 소리가 하늘을 찔렀다. 약식집회를 마친 우리는 노동부 청사로 진입했다. 정말 상습임금체불업체는 구속수사가 원칙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키고자 했다. 1월 25일부터 2월 12일까지가 집중단속기간으로 되어있다. 신문 여기저기서 임금 체불한 사업주를 구속했다는 소식이 눈에 띄었다.

지청장실 앞에서 집회일행들과 직원들이 대치했다. 고성이 오가고 몸싸움이 벌어졌다. 문짝이 부서지고 집기류가 날라 다닐 상상이 될 만큼 심각한 상황이 전개되었다. 경찰들이 나서 중재를 하려하고 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오늘 우리를 구속시키던지 사장을 구속시키던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 이것이 나의 요구이자 우리의 요구였다.

대치상태가 1시간 가까이 진행되었다. 면담 중재안이 건너왔다. 우리는 응대하기로 하고 대표단을 꾸렸다. 한 장백 남도조직부장, 윤소하 대표, 박기철 위원장, 그리고 나, 이렇게 4명이 들어갔다. 한 부장이 상황과 관련해서 단호하고 애절한 목소리로 설명했다. 이럴 수가 없다며 지청장을 향해 원성을 늘어놓았다. 노동부가 제발 잘 해달라고 호소했다. 그 동안 일부 일행은 지청장실 옆 회의실로 자리를 옮겨 대기했고 양측의 면담이 40분여 진행되었다.

노동부의 안은 이랬다. '1월 미지급금은 오늘 당장 시행하겠다. 다음 2월에도 같은 일이 자행되면 구속품신하겠다.' 우리는 안을 받을 것인지 여부를 총회논의에 부치겠다며 잠시 나왔다. 전체 동지들이 기다리고 있는 회의실에서 숙의했다. 일부에서 이안을 받아들여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9월부터 밀린 임금 전부를 지급하겠다는 약속이 없는 이상 나가서는 안된다. 지금 노동부에서 내놓은 안은 며칠 전 분회장과의 면담에서 그렇게 하겠다는 약속이 되었던 것인데 다시 확인하는 것으로 만족할 수 없다는 것.

그래서 우리가 최종 만든 안은 '1월분은 오늘 중 지급한다. 2월에 체불분 삭감이 있다면 구속품신한다. 그리고 9,10월 체불분에 대한 검찰의 판단이 체불로 정해져 제출되면 연동하여 즉각적으로 11,12월분에 대하여도 적용한다.' 다시 돌아온 우리는 제안했다. 지청장은 몇 번의 대화가 진행된 연후 그렇게 하겠노라는 약속을 했다. 팽팽한 긴장 속에서 진행된 면담이 서로 악수를 하면서 끝났다.

마침 검찰에서 검사와의 대질심문에서 우선홍 분회장과 박주표 동지의 전언에 따르면 검사는 박 사장에게 즉각적으로 체불액을 지급할 것을 결정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박 사장은 막무가내로 지급하지 않겠다는 발언을 했다고 하니 간이 배 밖으로 나온 인사임에 틀림이 없는 듯 하다. 아무튼 우리는 집회와 지청장 면담 투쟁을 마치고 노동부 마당에서 해산하였다. 경찰병력이 버스 두 대나 집결하고 정보과장을 비롯하여 여러 명의 경찰관계자들이 등장한 목포지역 노사분쟁현장, 이렇게 일단 막이 내렸다.

사실 집회신고가 내 이름으로 되어 있어서 이 집회에서 발생한 모든 사안에 대한 책임을 내가 지게 되어있었다. 지청장실 앞에서 몸싸움이 벌어지고 은근히 긴장되기도 하였지만 민심이 천심이니 하늘의 뜻에 맡기기로 했다.

오늘의 성과는 남도동지들에게 승리감을 타사업장 동지들에게는 연대의 의미를 실천적으로  구현하는데 있었던 것 같다. 동지들 모두 흡족해했으며 나 또한 뿌듯했다.

<오후 설연휴 선전전>
지구협 사무실, 오후 5시. 윤부식, 최진호, 박기철, 조창익, 이정석이 모였다. 7,000부가 배당되었다. '안녕하십니까? 민주노총입니다!' 8쪽 짜리 소책자 형식으로 여러 가지 내용을 담았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노조말살정책을 펼치는 사례들, 민주노총이 희망이 되겠다는 다짐 등 시민들과 귀성객을 향한 간절한 호소문들이 담겨있었다. 특히 눈이 펑펑 쏟아지던 날, 목포역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던 이지용 등 철도동지들의 사진이 눈에 돋보였다.

지역을 선택했다. 인구밀집지역, 연산주공아파트 2,4단지를 윤부식, 조창익이, 1,3단지를 최진호,이정석이 5단지를 김성식 김현우 등 철도에서 맡아서 배포하기로 했다. 해가 빨리 져서 캄캄해져버렸다. 저번 선전전 때 우리는 부영아파트를 맡았었는데 그 땐 1층부터 15층까지 걸어다니면서 일일이 문 앞에다 테이프로 부착시키는 동안 팔이 떨어져나가는 통증이 더해갔는데 여기 주공아파트는 우편함에다 넣기로 해가지고 정말 편했다. 금방 1천부를 소화했다. 2단지 203동부터 201동, 202동, 204동, 205동 순으로 넣고 4단지로 옮겨 5개동을 순회했다.

이곳에서 김현우 동지를 조우했다. 그는 내가 선전물을 우편함에 넣고 있는 모습을 디카에 담기도 했다. 우리는 즐거운 마음으로 선전전에 임했다. 선전물을 가족끼리 앉아서 돌력면서 읽어주면 좋겠지만 가족 중 한 사람이라도 한 페이지라도 정독해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면서 작업에 임했다.

민주노총은 과연 희망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까? 위기에 직면해있는 민주노총의 미래에 희망의 가교를 놓는 마음으로 다가선 선전전, 사후 우리 일행은 옆 식육점에서 삼겹살을 구워먹으면서 오늘 노동부 투쟁과 선전전에 관한 일화로 담소를 즐겼다. 이 자리에는 김현우, 윤부식, 이정석, 최진호, 조창익 등이 배석했고 송환종 영암공무원노조지부장이 나중에 동석했다. 우리는 소주를 한잔 씩 돌리고 캄캄한 저녁시간이 되어버린 8시 30분경 각자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 오전 노동부 투쟁, 오후 설 연휴 선전전 바쁜 일상이었지만 운동적 진전과 의미있는 하루였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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