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슴이 따뜻한 혁명가 조문익 ▒▒
 

문익!
농성이 시작되었다.
또 다른 작은 출발이지.
특별할 것도 없는
365일이 농성체제인 남녘 땅
사방팔방이 지뢰밭인 세상
이만큼의 아우성은 우리의
일상인 것을

농성장에 들어설 때
난 네가 수배 중일 때
투쟁하던
전주중앙성당을 떠올린다.
그 겨울은 유난히 추웠는데-

지금
여름 끝자락 가을 초입
농성하기 참 좋은 계절이다.
속은 한 여름 태양처럼
타들어가지만
발걸음은
가을처럼
풍성하게 걷겠다

1. A 동지는 12시간 하루 쉬지 않고 개미처럼 일했을 때 상조비 2천원, 콜비 2천원, 사납금 8만 3천원 회사에 주고 나면 1-3만원 손에 쥐고 집에 들어갈 수 있었다. 커피 한잔 마시지 않고 시내를 다람쥐처럼 돌았을 때의 일이다. 졸음이 쏟아져도 이 악물고 눈 번득여가며 손님을 찾아 헤매이는 나날, 그래도 집에 있는 마누라와 자식들 생각하며 운명이려니 하며 성실하게 회사생활을 해왔다고 자부한다. 노동조합 하는 사람들이 옳고 좋아보였다. 그래서 함께 했다. 그런데 상상도 못할 탄압이 자행되고 있다. 이제 쉬는 시간 포함하여 7시간 40분만 일하고 입고시키라는 차주의 같잖은 명령 앞에서 담배 한 모금 깊숙이 빨아들이고 있다. 농성장 첫날 어수선하다.

1. 1차로 17명이 모였다. 10명은 조합원, 7명은 연대 단체. 상황을 파악했다. 오늘부터 회사측은 기름값 영수증을 받지도 않는다. 개인별로 지급된 빨간 색 유류구매카드와 신한카드 두 개를 다 사용해야 받아준단다. 이젠 그나마도 주유소에 압박을 가하여 현금으로만 받도록 조치했다는 것. 셈 법이 복잡하다. 사장은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고 있다. 어제 결정한 천막농성은 민택 본부의 판단을 존중하여 사무실 농성으로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사무실을 상황실로 변경하고 농성체제를 갖춘다. 한 시간 이상 공회전하면서 타코미터 멈추게 하면 근무태만으로 걸 수 있으니 조심하자는 의견에 그건 너무 조심하는 거다, 보다 공세적으로 치고 나가자는 의견이 맞섰다. 바닥에 은박지 깔판을 깔고 테이핑 처리한다. 노동부 정보과에서 중재에 나서고 있는 듯 하지만 이에는 기대할 수 없다. 우리 힘으로 나간다. 집중 집회, 기자회견 일정대로 추진한다.

1. 오후 2시 1차 회의, 오후 6시 2차 회의가 진행되었다. 동지들이 일부 나가고 분회장, 조합원 너 댓명, 민노당 사무국장 그리고 나. 이렇게 앉았다. 저녁식사로 짜장면, 짬봉, 공기 서너개 등등을 시켰다. 조합원 한 분이 덤으로 소주 두 병도 시켰나보다. 농성장 수칙이 있는데 그래서는 안된다며 우 분회장이 목소리를 높혔다. 이미 가져와버린 소주를 어떻게 할 것인가? 내일부터는 안하기로 하고 오늘까지만 한잔씩 돌리기로 했다. 돈도 없으니 걱정이다. 오늘은 첫날 투쟁 기념으로 내가 내겠다며 4만원을 지출했다. 칠 팔 명이 먹었는데 싸게 나온 셈이다. 날마다 사먹기 곤란하니 이제 밥을 해먹자는 의견이 나온다. 설거지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닌데 어찌될지 모르겠다.

1. 농성장 꾸미기. 박 명기 국장이 컴퓨터 작업을 해서 '농성 1일째' 글자 인쇄해가지고 벽면에 테이프로 붙였다. 바람이 시원하다. 용산참사 추모문화제 판을 입구 쪽에, 민노총전남본부 추석선물세트 선전물은 농성장 안 벽면에 부착했다.

1. 강진의료원 임금체불 건, 전근대적 경영자 퇴행, 술 취해서 환자 앞에서 옷 갈아 입는 새로 온 의사문제 등등 해서 도청 관계국장 만나고 온 윤 국장으로부터 보고를 들었다.

1. 대불 산단 한국화학이 임단협 한계에 봉착했다. 수일 내로 천막농성에 돌입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1. 2기 임원 직선제 문제로 고민이다. 총연맹 차원에서는 직선제 유예안을 임시대대에서 다시 다루어야 하지만, 전남본부는 직선제를 진행한다. 목포신안지부도 대대에서 직선제를 채택하였으므로 진행해야 한다. 후보군을 물색하고 차기를 넘겨줘야한다. 사무국장 후보도 있어야 한다.

1. 용산추모제 관련하여 여기저기 전화를 하였다. 최대한 조직해줄 것을 부탁하였다. 관련하여 조영규 동지가 고생하고 있다. 내가 자꾸 전화도 자주하고 채근하는 것 같아 미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떠랴-. 누군가 힘을 쓰지 않으면 안된다.

1. 중간에 짬을 내어 사부님을 찾아뵈었다. 간 밤 새벽까지 낑낑 대며 써놓았던 행서 정관대사 시를 보여드렸다. 사부께선 좋다며 어제 것과 비교해서 오늘 것을 낙점하시고 서랍에서 낙관을 꺼내 오셨다. 붉은 인주에 낙관작업을 땀을 흘리다시피 정성을 다하시는 동안 나는 무릎을 꿇고 스승의 숨결을 느낀다. 나는 이 장면이 좋다. 상구(上求) 하화(下化)의 상호작용의 교육적 내재율이 웅숭깊게 흐르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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