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슴이 따뜻한 혁명가 조문익 ▒▒
 

아우에게 (09.10.09) - 추모, 만추를 향한 만취

2009.10.10 10:03

조창익 조회 수:589

2009. 10. 09. 금. 맑음

추모, 만추를 향한 만취

간 밤 일기를 쓰지 못했다. 만취해 새벽 1시를 넘겨 귀가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박승희 열사 추모비 건립을 위한 자리였다. 동지들이 건네주는 술을 연거푸 마셨던 까닭이다. 산타 마리아 선상카페에서 열렸다. 많은 이들이 모였다. 난 아침 출근할 때 박 열사에 대한 추모의 마음으로 검은 넥타이를 맸다. 하루라도 경건한 마음을 지니고 싶어서였다. 동료들이 물어오면 박승희 열사 추모일이라고 말했다. 점심시간에 식당에서 만난 학교장이 무슨 일이냐고 물었을 때에도 그렇게 대답했다.

김00 선생은 박승희 열사의 분신 당시 자신의 아우가 그 자리에 있었고 오월대 활동을 열렬하게 전개했다고 말했다. 아이들도 간간히 물어왔는데 어떤 아이는 '일제고사 투쟁' 때문이냐고 해서 깜짝 놀랐다. 오늘은 박승희 열사를 기리는 날이다. 그런 마음으로 학생자치회 아이들과 축제 준비를 하고 선생님들을 만났다. 내 스스로 경건한 마음으로 수업에 임했다.

방과 후 택시 농성장을 들러 우 분회장을 만나 잠시 누워있다는 것이 깜빡 잠이 들었다. 분회장도 나도 졸기 선수다. 우 분회장도 눈만 감으면 졸기 일쑤다. 날마다 들르니 웬만한 택시 업계 사정을 알만도 한데 아직도 모른 구석이 많다. 외로운 농성장에서 그는 하루 일지를 작성하고 창문에 붙이는 작업을 한다. 이제는 어디 붙일 곳이 없다.

찾아오는 이가 몇 명 아니 된다. 그래서 나는 더 찾게 된다. 많은 곳을 가고 싶다. 많은 길을 가고 싶다. 그러나 다 갈 수 없다. 그래서 나는 가장 낮은 길, 비탈진 길을 걷기로 했다. 볕이 잘 들지 않아 주목받지 못하지만 사람들이 햇볕인 길을 찾기로 했다. 분회장은 오늘 병원과 약국에 다녀왔는지 약 한달분이 저만치 세워져있었다. 건강을 돌볼 틈이 없다. 투쟁 전에는 산책도 하고 운동도 할 여유가 있었는데 이제는 사무실을 지켜야 하고 운동량도 부족해졌다. 그래서 몸이 전보다 훨씬 불어났다. 의사가 수치가 높다고 그래서 약도 함께 강도를 높혀야 한다고 경고를 했다는데 그는 '의사양반 한달 만 더 견뎌봅시다' 그랬단다. 사실 그의 건강이 크게 걱정이다.

그래도 그가 이렇게 버틸 수 있는 것은 민주노조운동과 삶의 해방 철학이 모든 걱정거리를 이겨버렸기 때문이다. 사장이 전액 관리제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내년 내후년에도 노예처럼 살 수 없다. 모범을 창출해서 택시노동자들의 삶을 개선해야 한다. 승리한다는 확신. 둥글둥글한 우 분회장님 혼자 남겨놓고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전교조 사무실서 회의가 예정되어 있다.

저녁 7시, 민중연대 대표자 회의. 8명이 모였다. 산적한 투쟁과제들 앞에 어깨가 무거웠다. 시민, 노동, 정당, 활동가 모임 다 어우러져 머리를 맞댔다. 민주주의 후퇴에 맞서 어떻게 연대하고 투쟁 할 것인가? 궁극의 그 지점에 어떻게 도달할 것인가? 우리는 서로에게 힘을 확인하는 회의로 만들어가야 한다. 회원가입의 건, 무안반도 시군 통합에 관한 건, 일제고사 대응의 건, 환경미화원 인권탄압 관련 대응의 건, 10.28 노동자총회 투쟁 , 교육연대 결성의 건 등을 논의하고 결의하였다. 9시경에 끝내고 박승희 열사 추모자리로 옮겼다.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양하승, 윤준서, 양은선 등 교사 밴드, 차용만, 전상보 등 목여고 분회원, 김현우 등 철도동지들, 압해고 직원들, 이 현 등 계승사업회, 김도형 등 환경련, 택시동지, 참학, 민예총, 김대중, 고윤혁, 조명준, 구신서, 최현우, 장근천 등 사립동지들, 박성욱, 최성 등 초등 동지들, 김선자 등등. 그리고 김홍수, 조정아, 강금복.

김대열 동지와 짧지만 긴 이야기 나누었다. 오는 23일 언소주 관련 항소심 , 출석 거부 관련하여 구속 수사 등이 예상된다고 한다. 그는 법률노동자로서 신영철 대법관의 부적절한 행위 등에 정면으로 맞서 외로운 투쟁을 전개해 온 바 있다. 그의 견결함이 법률노동운동진영 내에 새로운 꽃으로 전화되길 빈다. 내가 보기에 그는 투철한 노동관,세계관을 체화한 동지다. 만날 때 많은 것을 배운다.

철도 김성식 동지가 11월 1일 11시에 농업박물관에서 혼인을 한다고 청첩장을 건넸다. 김애리-김성식, 훌륭한 짝이다. 손을 잡고 행복을 기원했다.  11시가 넘고 자정으로 가까와지는 시간, 1층으로 2층으로 오가며 사람들을 만나다가 김홍수, 조정아와 함께 강금복 화백의 화실로 택시를 타고 옮겼다.

그의 수묵담채의 예술 세계를 눈으로 확인하고 느껴보니 더 없이 좋았다. 대작들이 즐비했다. 그의 수려한 용모만큼이나 시원스럽고 깊이가 느껴지는 화풍에 푹 빠져들었다. 화첩에서 몇 번이나 접했었지만 직접 대면하니 별세계에 온 듯 좋게만 느껴졌다. 우리 일행은 이미 다들 많이 취해있었다. 강 화백이 타주는 커피를 마셔도 취기가 가시질 않았다. 설왕설래 김홍수 선배의 삶의 철학을 귀담아 듣고 또 나도 뭐라고 지껄이다 보니 자정도 넘고 1시도 넘어섰다. 하루가 주마등처럼 스친다.

강 화백의 호가 은산이다. 문익의 만년 호가 隱山인데 똑 같다. 그래 내가 말했다. 내 아우의 아호가 은산이다. 내아우의 현신처럼 느껴지니 더욱 좋다라고. 그의 자부심 넘치는 풍요로운 품새가 보기에 좋았다. 금강산, 해봉사의 봄, 나신 등 예술인의 솟구치는 열정이 담겨있는 많은 작품을 뒤로 한 채 화실을 빠져나왔다. 이렇게 하루가 갔다. 나는 서울 투쟁에 함께 하지 못하고 쉬면서 한 시간 동안 일기를 썼다. 지회장과 분회장한테 잘 다녀오시라 전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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