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슴이 따뜻한 혁명가 조문익 ▒▒
 
2009. 10. 21. 수. 맑음

울고 넘는 '남도'재, 바보들의 행진

자정이 다 되어가는 시간, 농성장 불빛은 여전히 대낮처럼 밝다. 우 분회장과 다섯 명의 집행부는 머리를 맞대고 현 단계 투쟁의 방향을 숙의하고 있었다. 얼만큼 나아가야 하는지. 어떻게 가야 하는지. 우리가 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많지 않다. 난감하다.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다. 사납금제를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전액관리제로 갈 것인가? 지방노동위원회가 확실하게 노동자측 손을 들어주지 않고, 어정쩡한 입장 제시만 있다면, 현재의 입장을 고수하는 것이 최상이다.

전액관리제. 법적으로 보장받고 있는 강력한 기제. 그러나 그 지점에 도달하기는 참으로 어렵다. 조합원들의 결단과 단결, 노사 양자의 기본적 신뢰, 넘어야 할 산이 겹겹이 쌓여있다. 전액관리제 도입했던 사업장들은 여지없이 조직이 깨지고 무참한 결과에 도달하곤 했다는 보고. 어찌해야하는가? 분회장의 얼굴색이 어둡다. 늘 웃고 다니는 달마대사같은 그가 심각한 표정이 되면 나는 마음이 불안해진다. 자정을 넘기면서 박명기 국장이 두툼한 서류를 봉투에 집어넣는다. 이렇게 오늘 평가회를 마쳤다.

조직 2국장, 희종 동지는 택시를 타고 오겠다는 나를 우리 집 앞까지 기어코 태워다주었다. 시내에서 사무실 건너갈 때, [유달 택시]를 탔는데 남도농성장엘 간다고 하니, 무슨 일이냐고 하여 내가 말하기를, 택시노동자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남도 기사님들한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다고 그러니, 그 몸집이 두툼한 기사 분이 하는 말이 '계란으로 바위치기죠' 하였다. 그래서 내가 말하기를 그래도 '계란이 바위 깨뜨릴 날이 오고야 맙니다.' 그 뒤로 기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때가 되면 검은 하늘이 흰 땅으로 변하기 마련. 그 믿음으로 오늘도 뚜벅뚜벅 걷는 바보들의 행진이 있거늘.

-홍세화의 동기동창, 정운찬 국무총리의 눈물은 거짓이었다. 유가족면담을 거절하였다. 용산을 찾아 나선지 며칠 만에. 눈물도 종류가 있다. 용산의 참화에 이중으로 퍼붓는 '신나'와 같은 그의 위선의 눈물 앞에서 나는 강자의 정치가 약자의 고통을 먹고사는 불가사리임을 뼈아프게 확인한다.

각종 위법 탈법 의혹으로 덕지덕지 걸레 조각난 도덕성으로 일인지하 만인지상이라는 자리에 앉은 그가 정작 흘려야 할 눈물은 실종되어버린 자신의 삶의 이력이 아닐까. 만천하에 드러나버린 오물을 뒤집어쓰고 있는 그의 자태를 보고 국민들이 오히려 수줍어하고 있는 형국이다. 참 난감하다. 그에게 걸었던 민초들의 기대가 어느 정도는 있었을 터인데.

내가 보기에 그는 자신을 버릴 각오가 되어 있지 못한 바보다. 더 채우기 위해 택한 길에서 그는 그나마 가진 것조차 다 빼앗기고 탕아로 돌아와야 할 것 같다. 종내 자신을 이용한 자들에 의해 버림받고 황량한 벌판에 혼자 쓸쓸히 서 있게 될 것 같은 빈궁한 상상력 앞에서 작은 안타까움이 꿈틀거린다.

-10.28 대불 노동자 대회 퇴근선전전이 있었다. 금속 동지들의 흙 먼지 묻은 작업화가 떠오른다.
-올 연말이나 내년 쯤에는 백기완 선생을 초청하여 이야기마당을 펼치고 싶다. 그 분도 그 분 말씀처럼 이제 늙은이다. 목포에서는 한번도 모시질 못했는데 이태 전 대전에서 뵈었을 때 목포로 한번 모시겠다고 했었는데 주변 동지들과 상의해볼 예정이다. 연말 송년의 밤 행사 대신에 강연회를 열어볼까?
-학교축제실행위원회를 열었다. 학생들의 기본 제안서를 교정하고 재배열하는 작업을 했다. 교사들의 손길이 가해져야 제 모습을 갖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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