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슴이 따뜻한 혁명가 조문익 ▒▒
 

아우에게 (10.01.16.)-어떤 시간 여행

2010.01.17 05:05

조창익 조회 수:510



2010.01.16.토.맑음

어떤 시간 여행

걷기 좋은 날, 부자가 섬을 찾았다. 잔설이 그림처럼 뒤덮은 섬, 눈도 밟고 모래사장을 걷기도 한다. 갈대밭도 헤치고 진흙에 빠지기도 하면서 해변을 뒤적이며 세월을 탐구한다. 아들은 스물 여섯 해를 살았고 나는 쉰 두 해를 살았다. 오늘 화제의 주요 주인공은 아들의 할아버지이자 나의 부친이신 분. 부친과의 삶 속에서 농경사회를 공유한 나와 논 바닥에 라곤 발도 대보지 않은 아들의 할아버지와의 공유면적의 차이는 상당한 간격이 존재할 수 밖에 없다. 아들의 추체험은 순전히 나의 발언을 통해서 가능할 터이다. 대화란 어쩌면 간극을 메꾸는 작업.

섬을 서너 시간 돌면서 비교적 흥건하게 말을 쏟아냈던 것 같다. 아들은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었다며 탄성을 지르기도 하고 놀라기도 했다. 나도 최근에야 알게 된 할아버지의 인생역정이 있는데 네가 어떻게 다 알겠느냐. 너는 또 나의 궤적을 얼마나 알 수 있겠느냐. 풀어헤쳐가도록 해보자. 사실 아들은 요즘 철학적 사유에 천착하고 있다. 궁극적인 존재의 이유. 본질적으로 나의 것은 어디 있는가? 나는 무엇인가? 장기간에 걸쳐 스스로 터득해오고 있다는 그럴 듯한 역학 설법에 걱정도 되면서 한편으로 정체성과 주체의 각성이 고조되고 확장되는 듯 하여 내심 뿌듯해하고 있는 과정이랄까.

부자는 함께 담배를 피우면서 걷기로 했다. 군 제대와 함께 담배 골초가 되어 돌아온 아들.말보로Marlboro, 아들이 즐겨 피우는 담배다. 그것도 독한 빨간색 담배. 이십 칠팔년 전 카투사 시절 나도 가끔씩 피웠었다. 베이커Baker라고 불리우는 까칠한 백인 병장 녀석이 즐겨하던 담배였었지. 함께 담배를 꺼내 피우면서 걷는 시간여행이 마냥 좋기만 했다.

녀석의 질문이 끊이질 않는다. 호불호를 분명히 표현하거나, 호응과 배척의 논리를 나름의 준거를 가지고 몸에 익숙하려 노력하는 모습이다. 다행이다. 자아를 괴롭히는 열등과 배타를 내쫒아내고 당당한 주인으로 거듭나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삶의 중심을 꿰뚫는 혜안이 있다. 아비를 분석하고 흔들어대기도 하고 위안해주려고도 한다. 에미한테는 말 못하는 내용 거침없이 쏟아내고 싶어 한다. 섬의 보드라운 능선과 야트마한 집들, 도란도란 속삭이는 섬사람들의 숨소리를 느끼면서 나오는 길.
해안가의 눈바람은 아직도 싸하다. 다정한 벗을 얻었다. 오늘.

-전태일노동대학에서 김승호 대표께서 내려오셨다. 2010년도 신입생 모집 관계가 표면적인 이유다. 정세분석 자료, 차베스의 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등 자료를 복사해서 가지고 오셨다. 전교조 지회 사무실서 모여 담소하다가 식당에서 식사를 마치시고 서울길에 오르셨다. 목포지역에서 분소같은 조직으로 학습소모임을 진행해보기로 했다. 작년에도 비슷한 결의가 있었는데 흐지부지되었다. 올해에는 잘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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