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슴이 따뜻한 혁명가 조문익 ▒▒
 

아우에게 (09.10.23) - 별빛 고운 밤에

2009.10.24 07:25

조창익 조회 수:523

2009. 10. 23 금. 맑음

별빛 고운 밤에

이제 새벽이라고 해야 할지 아침이라 해야 할지 6시면 아직도 깜깜하다. 신문 1면 머릿기사부터 마음에 안든다. 한줄만 읽고 후딱 덮어둔다. 아파트 돌이 한바퀴 하고 들어와 앉는다. 오늘 아이들과 함께 읽을 칼럼을 고른다. '레이건과 김제동'을 골라 읽기로 했다. 출근해서는 복사기로 해당 지면을 접어 복사하고서는 인쇄소로 넘겼다.

신종플루 확진환자가 발생했다. 아침에는 두 명, 하교할 때쯤에 파악된 환자수는 6명, 거점병원에 판단 의뢰한 학생 수가 아홉. 2학년 학생들은 오늘 등교하지 않았다. 보건 선생님 말씀으로는 환자 수가 급증하면 휴교 등 최종판단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요즘 그가 제일 바쁘다. 학교가 뒤숭숭하다. 아이들은 얼굴을 마주칠 때마다 축제의 운명에 대하여 물어온다. 아이들아, 하루라도 좋으니 반드시 성사시키도록 하자. 하지만 환자가 변수로구나. 준비한게 아깝고 그 열망이 안타깝다.

에스비에스 스페셜은 신종플루에 조류독감이 합쳐지면 가공할만한 국면으로 전환된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방영했다. 1억 8천만명이 사망할 것이라는 예측. 말 그대로 최악의 상상인데 옆 일본은 가정마다 상비용품을 구비해놓고 전쟁에 대비중이라는 것. 우리는 손만 잘 씻으면 된다. 걸려도 조금 있으면 낫는다라는 통설, 발효식품을 먹기 때문에 등등 심각한 현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게 사실. 무얼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제2, 제3의 세균 전쟁.

전남민미협 주관 전시회가 문화예술회관에서 열렸다. 이범수 형과 전상보 선생을 만났다. 강금복 지회장의 얼굴을 대면했다. 수려한 외모만큼 깔끔한 붓 텃치가 세련미를 더해준다. 죽전 송홍범 전남 지회장님과도 반갑게 악수를 나누었다.  허정민, 김탁 등 정치인도 바쁘다.

이범수 형의 '율포 바닷가 가을정경'에는 사연이 있다. 신명학원 사태 때 재단이 해직교사들과 송사를 진행 도중 벌교 어느 곳에다 땅을 사서 대학을 짓는다는 소식을 듣고 박 변호사와 그 땅을 압류하러 찾아 나서는데 율포를 들렀다는 것. 그 때 그 바닷가에서 휴식을 취하다가 그 장면을 꼭 화폭에 담고 있었다는 것. 이제야 담게 되었다는 사연을 길게 설명하셨다. 그림은 사연을 담고 있지. 화가에게는 하고 많은 사연이 감상자에게는 재해석되는 삶으로 다가서는 작품 작품들.

전상보 선생의 '달빛'은 뭉크를 연상케 하였다. 색감이 장중하고 초현실의 지향점을 가진 듯 암운이 깃듯 세상을 '달빛'은 제가 가진 광량만큼 안타까이 품어 안고 위로하고 있다. 새벽을 기다리는 길목에서 선 화가는 달빛과 마주하며 어떤 희망을 꿈꾸고 있는 걸까?

개회식, 원 동석 교수께서 인사말로 한 말씀을 보태신다. 요약하자면 나는 전 목포대 교수가 아니라 예술평론가라고 지칭해주면 좋겠다. 연례행사가 되어버린 전시회가 아니라 지향점을 가지고 단계별로 성취해나가는 모습이 나오면 좋겠다. 그는 후배들과 민예총 사태에 관하여 우리힘닷컴에서 격론을 벌이곤 하신다. 날선 공방이 오가는 장면을 보고서 그의 예술에 대한 자부심과 순수성이 돋보이기도 하고 한편 후배들과 조용한 논쟁이 성사되지 못한 현실을 안타깝게 생각하기도 한다.

목포 민예총 사태는 생각보다 심각한 듯 하다. 갯돌이나 민미협 등 굵직한 조직의 동의를 확인하지 못한 상태에서 일방의 통행으로 강행된 조직결성이 가져오는 고통이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참 안타깝다. 현 단계에서 몇몇이 중심이 되는 정치적 중재는 한계가 있다. 예술인들의 상호관용과 성찰 없는 정치적 타협은 또 다른 비극을 불러올 뿐이다. 목포지역 진보적 예술인들의 폭넓은 성찰과 한 차원 높은 기풍이 형성되기를 기원해본다. 여기에는 상세하게 기록하지 못한다.

목포가요제가 한창이다. 발걸음을 잠시 옮겼다. 케이비에스에서 전화가 몇 번 왔었다. 자리 마련해놓았으니 꼭 참석해주시라고. 가보니 자리가 텅텅 비어있다. 실무자 걱정이 크겠다. 에프디가 나와 '출-첵' 랩을 휘날리며 분위기를 잡고 있는 사이 하나둘씩 자리가 메꾸어진다. '브이오에스'가 나오니 여학생들이 환호한다. 예비가수들이 현역가수못지 않게 가창력도 뛰어나고 무대매너도 좋다고 사회자가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무대가 화려하다. 목포시립합창단의 몇 번이고 되풀이된 목포의 눈물을 듣는 것은 작은 고통이었지만 최고의 무대장치를 보는 것으로 대체하였다. 올해로 19회째를 맞고 있는 가요제 들머리에서 잠시 앉았다가 남도로 몸을 옮겼다.

농성 39일째, 농성장 아래 세차장에서는 작업복 입은 노동자가 그랜져를 세차하고 있다. 저양반은 자기차인가 딴 사람 차를 세차하고 있는 것인가? 다소 이색적이어서 눈길을 잠시 던지다가 2층으로 올라갔다. 이틀 전 나를 집으로 태워다 준 곽 조직2국장과 분회장 두 분이 계셨다. 잠시 후 박주표 동지가 들어오고 뒤이어 박명기 민노당 사무국장이 들어왔다. 박 국장이 몇해전부터 남도 문제에 관한 한 항상 함께 해오고 있다. 그의 분석과 전망을 듣고 할 일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 싶었다. 30날 집회 건으로 27일경에 대표자회의 소집하는 안을 집행단위에서 통과시켰다고 한다. 월요일은 전교조 기자회견이 있의 화요일로 옮기자고 말했다.

피곤했나보다. 소파에서 꾸벅꾸벅 졸았다. 아예 곯아 떨어진 나를 두고 다들 나가서 앉아있었다. 2차 조정위에서 조정안 실패라는 공문이 방금 도착했다. 노사 양측이 인내를 가지고 좀더 노력하라는 말. 조정위는 자신의 한계를 드러내는 데는 왜 이렇게 솔직한 지. 사법적 판단을 하는 곳이 아니지만 사회적 정의는 어떻게 실현되어야 하는가? 지방노동위원회의 존립 이유를 생각하게 하는 장면이다.

엠비시 이 지부장과의 통화. 언론악법 미디어법 관계하여 비상 대기중. 김제동의 퇴출과 손석희의 하차와 그리고 언론장악 시나리오의 구체화. 일맥상통한다. 언론노조의 견결한 대응이 요구된다. 그와 남도 택시 상황에 대하여 논의하고 다음 주 중 방문해달라고 요청하였다. 그는 꼭 그렇게 하겠노라며 아이템이 될 수 있겠느냐고 묻는다. 물론이다. 지역 현안으로 39일째 농성장의 이야기를 기획취재하지 않으면 무엇을 하겠는가? 오기로 했다. 박 국장한테 상황이 이러하니 진행보라고 말했다.

화물 김영복 중앙위원 형님께서 전화를 하셨다. 식사를 한번 해야하는데 옻닭 좋아하느냐고 물으신다. 형님께서 사주시면 뭐든지 먹겠다고 말씀드렸다. 힘찬 목소리 활기에 넘치시는 모습에 늘 감사하다.

화물 라 지회장과 통화하였다. 숨만 쉬고 있노라고. 귤 수송량이 최고조에 달한다. 피곤해보이는 지회장님께 시간내서 얼굴뵙자 했다. 박 부의장은 영남에 있다. 바쁘게 오간다. 주말에 집에 있다한다. 저녁시간에 식사자리를 마련하면 좋겠다. 진호한테 연락해야지.

보건의료는 지금 화순에서 연수중이다. 서 부지부장은 그곳에서 씩씩한 목소리를 보내온다. 강진 의료원 투쟁이 그래도 조금은 효과가 있어서 이번 달 월급은 다 받았고 체불부분을 놓고 이야기하는 단계에다, 나아가 전남대 의대와 교류협력하는 문제와 원장 교체 건으로 의제를 상향해서 추진해보자는 것. 사실 지난 주 도지사와 면담 약속이 잡혀있었는데 어떤 이유로 미루어진 상태였다. 그도 한번 수일내로 보자고 했다.

보도에 의하면 문 신부님 상태가 좋지 않다. 걱정이 많이 된다. 달리 뾰족한 수가 없다. 간절한 기도로 대신 할 밖에. 쾌유를 비는 간절한 108배로 대신할 밖에.

오늘 밤은 별빛이 아름답다. 달님은 내일 오시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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