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슴이 따뜻한 혁명가 조문익 ▒▒
 

아우에게 (09.10.15)- 삭발

2009.10.16 07:10

조창익 조회 수:471



2009. 10. 15 맑음 삭발

삭발

농성이라면
흔히 보는 삭발일수도 있겠다.
허나
어쩌랴
명치끝 까지 아려오는
뜨거운 눈물

처자식의 고초
동지의 이탈

사장의 천박과 야비함이
노동부의 나태와 기만이
시장의 헛발질과 무능 행정이
경찰의 얄미운 협잡이

시청 입구
아스팔트 바닥에
떼구르르 흩날리는 머리카락
사이에서 핏빛으로 번진다.
가을 바람
참 날도 좋다.

벌써 31일째
지급액 제로의 급여명세서
굴종을 강요하는 저 짓거리
노예로 살라는 저 횡포 앞에서
피가 거꾸로 솟고
서릿발 한이 맺힌다.

하여
퇴로없는 길목에서
하염없는 눈물로
삭발을 한다.
인간선언이다.
존엄선언이다.

좋다
이번에는 내가 삭발하마
다음에는
너의 삭발을 보게 되리라

14:00 우선홍 분회장의 얼굴이 창백하다. 단결 투쟁, 붉은 바탕 머리띠 위에 흰 글씨가 가을햇살에 더욱 빛나 보였다. 눈물이 났다. 우선홍, 박주표, 한 장백. 세 동지의 삭발 앞에서. 카메라 앞에선 분회장의 늠름한 모습이 고마웠다. 머리띠 두른 열명 남짓한 조합원 동지들이 더욱 자랑스러웠다. 주체의 강직한 재구성이 연대를 불러온다.

15:00 경 기자회견이 끝나고 문태학원에 들렀다. 윤소하, 박기철, 최강록, 최성, 백동규, 이구인 그리고 나 이렇게 여섯이서 문태중학교 학교장실로 들어섰다. 정찬길 지회장은 조금 늦은 시간에 도착해서 아래층에서 기다리다 수업이 있어서 학교로 돌아갔다.

일전 학교 앞 일제고사 일인 시위 건에 관한 관계자의 사과요구. 개요는 박기철, 박명기 양인이 일제고사 항의 피킷을 들고 있는 자리에 갑작스럽게 나타난 이 학교 모 선생님과 맞닥뜨렸다. 그는 다짜고짜 큰소리로 삿대질과 함께 양인을 당황하게 하였고 언쟁이 발생하였다. 자초지종을 다 적을 수는 없으나 박 위원장의 전언에 의하면 상식 이하의 행위가 진행되었고 용납할 수 없어 참고 넘어가려 했으나 개인적 차원에서 마무리 할 수 없어 일제고사 반대 목포시민행동 단체 성원의 이름으로 해명과 사과를 받기 위해 등장한 것이다.

학교장은 내심 당황한 빛이 역력했다. 이해할만했다. 이런 일이 자주 발생하는 현상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학교구성원과의 다툼으로 항의성 방문이라고 해석되는 현장에서 그가 받았을 심리적 부담을 가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는 경직되었고 말투가 곱지 않았다. 학교장은 신 선생, 개인의 문제이니 그와 개인적으로 해결하라는 요지였다. 우리는 그건 일개 교사의 문제가 아니라 이 학교 구성원의 문제이니 학교장이 책임있게 나서라는 입장이었고. 사실과 가치문제를 놓고 또 설왕설래하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서로의 속마음을 확인할 수 있었고 한결 부드러운 상태에서 이야기를 마무리하였다. 다음 주 월요일까지 당사자와 학교장의 입장을 버무려 대표에게 연락해주기로 하고 우리는 나왔다. 어떤 내용과 형식으로든지 해명할 것이다. 그 때가서 이사장 면담 등 더 강하고 다양한 행동이 조직될 수도 있겠고 잘 끝날 수도 있겠다. 월요일이 기대된다.

06: 30 여명의 아침, 영산강 하구둑, 7시 30분까지 10.28 대회 선전전하기로 한 날이다. 빈틈없이 늘어 선 차량 사이로 선봉대 조끼 입은 금속 동지들이 촘촘히 박혀 유인물을 건네고 있다. 다른 한쪽에선 조영규, 김성동 등 연대 단체 동지들이 분주하게 뛰어다니고 있다.

하구둑 언덕에 한 떼의 현수막이 나타났다. 나는 무척 반가운 마음으로 달려갔다. 멀리서 보니 '모이자-!'로 보이는 현수막이었다. 그런데 가까이서 보니 삼성에스엠차를 판다는 문구. '무이자-초저금리 판매 -' '무이자'를 '모이자'로 보았던 것. 내 마음대로 해석했던 것. 그러고 보니 양복입은 차량 판매사원들이었다. 그래 블루칼라의 우리 동지들이 아니었다. 우리도 다음에 할 때는 저위에서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자본의 일꾼, 저 이들도 노동자들인데 저이들한테도 배워야 한다. 금속동지들한테 그렇게 말했다. 8시까지 선전활동을 전개했다. 인공폭포 앞에서 몇몇이서 모였다. 아침 식사 시간인데 동지들은 해장국 집으로 가고 나는 학교로 나섰다. 먹고 오면 늦을 것 같았다. 가게에 들러 새우컵라면 두 개와 담배 한갑을 사들고 학교로 들어갔다. 선전의 아침은 상쾌했다.라면도 맛나게 먹었다. 그러고 보니 간밤에 식사도 부실했었는데 몸한테 미안하다.

19:30 주탁이가 장모님 생신이어서 내려왔다. 늘 반가운 사람. 순대국집에서 식사를 하면서 담소를 즐겼다. 아홉시가 다되어가자 남도택시농성장으로 간다는 나의 말에 기어코 나를 실어다 주고 돌아갔다. 그는 원석이 빛나는 듬직한 동지다.

21:00 농성장. 박주표 동지가 일행과 함께 볶음밥을 먹고 있었다. 민택 전 조직부장님이셨다. 그는 지금 여수 등지에서 다른 업종으로 전환하여 일을 하고 계셨는데 택시농성장에 와서 보니 마치 친정집 같아서 포근하고 좋다고 말했다. 그의 구수한 입담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앉아 있다가 걸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이 구경 저 구경하면서 한 시간 남짓 걸었던 것 같다. 불빛 사이로 구불구불 난 도시의 골목길. 임성역 육교를 건너 농협농산물판매장을 지나 우미아파트 하당중학교 제일여고 소방서 출입국사무소 장미의 거리 등등을 걸었던 기억이 난다.

오는 길에 김병수 전 삼호지회장을 만났다. 그가 낙선하고 처음일이다. 위로 전화도 못드렸는데 악수하며 이제 좀 편히 쉬시라는 것이니 휴식을 취하시라고 하니 그는 훤칠한 키만큼이나 시원시원하게 그러겠노라고 말했다. 참 좋은 인상의 동지다. 그는 현재까지 민주노총 영암군지부장직을 맡고 있다. 따로 만나 소주잔이라도 기울여야겠다. 좋은 기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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