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슴이 따뜻한 혁명가 조문익 ▒▒
 

아우에게 (09.09.16) - 격차, 라면과 횟집 사이

2009.09.17 02:08

조창익 조회 수:566

2009.09.16 수요일. 맑음

1. 간밤 곤했나보다. 늦잠을 잤다. 아파트 밖도 못나가고 신문도 가져오지 못했다. 학교 나갈 때 서야 신문을 빼들었다.

1. 박노자의 '나라의 이미지를 높이는 법', 9월 14일자 칼럼을 복사해서 아이들과 함께 읽었다. 아이들은 남북한 '공동 군축'한 돈으로 무엇을 하면 좋겠느냐 물으니 무상교육 무상의료 무상주택 등 요구를 기본으로 내놓는다. 상상력이 기특하다. 교육의 결과인가?

1. 15:00 광주지방검찰청 목포지청 앞. 민주택시 남도상운분회 부당노동행위 고소 및 사업주 처벌 촉구 기자회견. 남도상운노조와 민주노총 목포신안지부 주최로 열렸다. 기자회견문만 가지고 진행. 프랑을 맡기지 못했단다. 최 차장의 불찰이다. 우 분회장의 얼굴이 조금 붉어진다. 나의 간단한 인사말과 함께 기자회견문 낭독이 이어졌다. 케이비에스, 호남방송 등이 보이고 엠비시는 나중에 접수할 때 나타났다. 접수처에 있을 때 양현승 기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이번 건으로 질문사항이 있었던 모양.

기자회견문 일부다.
'전국 택시회사 어디에서도 그 유례를 찾아볼수 없는 부당행위가 남도의 끝 목포에서 발생하고 있다. ---. 엄중히 경고한다. ' 남도상운은 상습적인 부당노동행위 즉각 중단하라!
생존권을 위협하는 근로시간 단축 즉시 철회하라!
불법행위 자행하는 사업주를 엄중 처벌하라!!

우선홍 분회장과 내가 청사 안으로 들어가 고소장을 접수했다.
분회장은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동지의 어깨를 어루만지며 그를 위로하고 싶었다. 그의 결단과 추진력 아니면 여기까지 오지 못할 처지다. 그의 외로운 투혼에 감사드린다.

1. 16:00 다시 남도상운 조합 사무실, 상황실, 투쟁본부, 농성장으로 이동하였다. 이후 투쟁 상황을 점검하고 이후 활동계획을 토론함.

1. 16:30 잠시 후 부주산 휴게공간으로 올라가 조용한 기슭 한 구석에 자리잡았다. 농활문제, 2010 지방선거, 조합 직선제, 선관위 구성, 추석 재정사업, 강진의료원 투쟁상황, 조직발전기금, 건설활동가모임 조직화, 이주노동자 현장 조직화 방안, 전기원노조상황, 케이시 투쟁상황 등을 논의하였다.

1. 17:30 다시 남도상운 분회 농성장. 40여분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 전개 오후 6시가 되어가자 교육들어갔던 조합원 동지들이 주어진 1시간을 이용하여 식사시간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그런데 돈을 주고 밥을 사먹으려 하는 순간, 한 조합원의 반대로 일단 밥을 취소하고 라면을 끓이기로 결정. 총무부장이 휴대용 가스 버너를 이용하여 벌써 물을 끓이고 있다. 5천원 짜리 밥 한그릇이면 5백원 짜리 10개, 10명이 포식한다는 것. 사실은 투쟁비가 없어서다. 라면을 끓이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속이 찡해왔다. 노조 내에도 격차가 존재한다. 엄연히.

18:30 공무원노조 통합논의, 민주노총 가입 투표 진행 현황 논의를 위하여 북항 영신횟집에서 만났다. 신안, 목포, 영암 노조 지부장 동지를 비롯하여 집행간부들이 모두 모였다. 화기애애했다. 시집가기 전의 그 설레임으로 모였다고 동지들이 고백하였다. 공무원 모임, 횟집에서 전채를 즐기고 있는 사이, 내 마음에는 택시동지들이 생각나 좋은 안주감이 입에 잘 들어가질 않았다. 하지만 먹다 보니 맛에 취해 그것도 잊고 허겁지겁 먹어대는 내 모습이 가증스럽게 생각나지만. 택시동지들은 오늘은 그 좋아하는 소주 한잔도 없지 않으냔 말이다. 나는 마지막 매운탕 국물까지 맛나게 잘 먹었다. 머리는 택시, 입은 횟집, 참 따로 국밥이다.

공무원동지들 한분 한분의 결의에 찬 말씀에 감사했다. 9484를 결의하시는 신안지부장님, 94 퍼센트 투표율에 84퍼센트 찬성율을 장담하신다. 아니 그 보다도 더 올리시겠다고 기염을 토하신다. 나도 몇 마디 했다. 나성군 전남 본부장도 거들고 김대열 법원지부장의 포괄적이면서도 단호한 발언도 듣기 좋았다. 오늘 이 자리는 김 지부장의 제안으로 마련된 자리라고 들었다. 공직사회 개혁과 부정부패 척결을 뛰어넘는 투쟁, 정권이 국정원 행안부의 치밀하고 조직적인 방해공작을 뛰어넘는 투쟁, 민주노조운동의 새 역사를 쓰는 투쟁, 민주노총이 기사회생하는 투쟁, 변혁의 꿈을 새롭게 펼쳐내는 투쟁, 세계가 주목하는 투쟁, 이루말할 수없이 많은 수식어가 따르는 09년 최대의 사업 공무원노조 통합, 민주노총 가입찬반투표 사업. 반드시 성사시켜야한다. 투쟁!!

1. 21:00 공무원동지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대불산단 케이시가 천막을 쳤다. 넘어가 봐야 하겠다.

1. 21:30 김하준 위원장의 선한 얼굴을 보러가야 한다. 박창윤 부의장의 근황도 궁금하다. 공장 안의 천막은 광채로 빛났다. 김 위원장으로부터 경과를 보고받았다. 공장 기계 돌아가는 소리 때문에 대강 알아차렸다. 고용안정위원회쟁취, 09' 임단협 쟁취!! 경청하는 도중 노곤하여 졸음도 오고 천막 안에서 눕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았다. 하지만 천막 바깥에서 갑자기 투쟁가가 울려퍼진다. 졸음이 확 가셨다. 무슨 일?  

1. 22: 00 출근선전전. 밤 열시에 출근선전전? 1시간 동안 진행되었다. 노동가요, 민중가요를 앰프가 허락하는 한, 최대한 크게 볼륨을 높혀 공장안에서 일하는 동지들에게 우리의 정당한 요구와 투쟁을 알리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나에게 그 자체로 감동이었다. 밤 10시가 넘어서는 시간에 투쟁조끼를 입은 간부대오의 흔들림없는 자세, 승리에 대한 확신 모두가 자산이었다.

1. 23:00 선전전 종료. 소형 셔틀 버스타고 퇴근하는 조합원들에게 본 투쟁의 의미를 각인시키느라 안간힘을 다 쏟고 있다. 아름답다. 우리는 왜 이곳에서 이렇게 투쟁해야만 하는가? 케이시의 주인은 우리다. 08년 우리의 피땀으로 150억 흑자를 냈고 올해도 1사분기만해도 40억 정도 흑자를 냈다. 위대한 우리 손이다. 누가 우리를 천시하는가? 우리는 당당한 노동자다. 동지들, 제대로 경영하라고 훈수 두는 것 또한 우리의 주인의식 때문이다. 자전가 타고 출근하는 낯익은 동지들, 속속 들어온다. 악수하고 포옹하고.

1. 23:10 - 오늘활동 총화. 나에게 한 마디 하라해서 노동조합은 조직이 아니다. 노동조합은 철학이다. 조직을 잠시 깨뜰릴 수 있지만 철학을 쪼갤 순 없다. 우리가 민주노조운동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견지하기만 하면 노조라는 조직은 저절로 강해진다. 동지들의 오늘 이 행보는 위대하다. 밤에 울려퍼지는 노동가, 투쟁가를 듣고 율동을 하고 팔뚝질을 하는 밤, 노동자로서 한없는 자긍심을 심어주는 밤, 동지들이 자랑스럽다.

1. 23: 40 대불을 빠져나오다. 하구둑을 건너다. 옥암중분회 모임을 어디선가 하고 있다는 전언. 장미의 거리 어느 카페로 올라가서 맹물 한잔 마시고 담소를 나누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1. 00: 20 오늘 열심히 걸었다. 동지들이 거기 있었으므로. 궁극의 승리를 위하여. 지금도 택시동지들의 라면이 눈에 밟힌다. 하이구-.

-사실 오늘은 류훈영, 조명준 형님께서 일주일전에 날을 잡아 고생한다고 나를 불러 음식대접하겠다고 약속했던 날이었다. 그런데 택시투쟁이 잡히고 케이시 천막이 쳐지고 공무원통합 모임이 진행되고-. 몸을 뺄 수가 없었다. 죄송하다고 전화드렸다. 아쉬워하셨다. 고마운 두 형님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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