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슴이 따뜻한 혁명가 조문익 ▒▒
 

아우에게 (09.09.20)-지리산 연가

2009.09.21 00:46

조창익 조회 수:490

2009. 09. 20 일요일 맑음

지리산 연가

문익아!  오늘 곡성 동악산 선산에 다녀왔다.  날이 참 좋았어.  사방팔방이 훤하게 잘 보이고. 저 멀리 켜켜이 용상으로 흐르는 지리산 자락을 보고 있노라면 하늘을 희롱하다 승천을 거부당한 청룡이 몸살 앓다 섬진강에 멱감고 곤방산, 통명산 뛰어다니다 씩씩거리며 뿜어내는 거친 숨소리가 들려. 난 어려서 지리산 안개가 용의 콧김인 줄 알았어.

유년의 지리산은 그저 동화 속 세계. 상상의 숲 속, 아무렇게나 그려 넣기만 하면 되는 신비로운 하얀 도화지였지. 어느 여름날, 해 거름 녘 무서웠어. 지리산 골짜기에서 시커먼 먹구름이 밀고 올라왔거든. 이내 폭우가 쏟아져 내렸지. 초가집 처마로 흘러내리는 빗물에 손등을 씻는 동안 어느 새 앞 마당은 흥건하게 넘쳐났고 어디서 날아왔는지 미꾸라지 한 마리가 톰방톰방 꿈틀거리는 그런 날이 많았지.

어느 날 밤 늦도록 어른들은 들녘에서 돌아오지 않으시고 소년은 겁이 났었지. 전깃불도 안 들어오고 호롱불로 어둠을 밝히던 시절, 내 울음 소리에 놀라 달려온 나어린 고모 품속으로 파고들며 잠들었던 그 시절, 한 장면 한 장면이 토막 필름처럼 되살아난다. 빈곤은 괴로움이 아니었어. 희망을 품고 살았으니까. 너도 나도. 젊었으니까. 어렸으니까.

자운영 꽃이 그득한 한들 백고지 돌무쟁이 들녘은 유년의 놀이터. 앞 산 뻐꾸기 울음 소리 쩌엉- 여름 하늘을 타고 마을사람들의 졸음을 깨웠지. 청둥오리가 날고 황새가 날고 은어가 희번덕, 피리가 희번덕 빛나는 섬진강변은 눈물 나도록 되돌아가고픈 청정의 공간. 그렇게 보드라운 강물이 어디있을까. 그렇게 보드라운 모래가 또 어디 있을까. 유장한 섬진강에 촛불로 가는 통통배 만들어 띄우고 노는 재미는 또 어디 있을까? 지리산은 소꿉장난 하듯 성장하는 그런 우리를 다 내려다보고 있었어.

어려서 내게 아버지께서는 지리산을 말씀하지 않으셨다. 커서 전해주시는 지리산은 비극의 현장이었지. 산속에서 참숯 굽고 토지면, 문수사, 구례장터를 오가며 자란 어린 소년인 아버지께서 목도해야만 했던 섬진강 모래사장은 군인들이 수십 수백의 시체를 쌓아놓고 날마다 불에 태웠던 기억으로 가득찬 곳, 시커먼 연기가 지리산을 휘감아 돌았지. 그래서 이제 저 안개는 구천을 떠도는 원혼들의 운집일지도 몰라. 커서 지리산은 더 이상 동화가 아니었다.

반 세기가 지난 지금 지리산 자태는 여전히 유려하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그 아래 흐르는 섬진강이 살벌해지고 많이 아프다는 것.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 벌초하시는 부모님과 점심 식사 함께 하고 왔어. 큰 집 당숙모랑 형규가 와서 반가왔다. 어머님 많이 좋아지셨다. 통원치료하고 계시고 거동하시는데 큰 불편도 없으시고. 걱정하지 마라.

1. 택시 , 케이시 동지들의 고군분투가 계속되고 있다. 이번 주는 연대방문을 조직적으로 추진해야겠다. 9.26 용산 상경투쟁 조직해야 한다. 공무원 투표 긴장된다. 이번 만큼은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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