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슴이 따뜻한 혁명가 조문익 ▒▒
 
2009. 09. 29 화요일. 맑음

노동 혹은 희망 1

아직도 우린 몸부림친다
택시 사납금 못채웠다고 머리를 후려쳐
입원시켜놓고도 병문안은 커녕 걱정하는 말 한마디 없는  
사장의 야만이나
한국 헌법에서 노동 3권을 지워버려야 한다는
확신으로 살아가는 국책노동연구원 낙하산 원장이나
기침 캑캑거리며 숨넘어갈 듯하여도 '저런 놈 죽은 것 못 봤어'
끝내 약 한첩 건네지 않은
복지원 원장의 인권유린 앞에서
허-
혀 내두르며 가라앉을 수 없다
아직 우린 해야 할 일이 많다
너의 야만과 인권 점수 제로 앞에서
무릎 꿇을 수 없는 단 한 가지 이유는
우리가 희망을 노래하는
노동자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람이기 때문이다.

1. 대표자회의, 성원문제로 더 이상 고민하기 않기로 하고 택시농성장을 찾았다. 오늘 얼마나 떨렸던가? 동지들은 올 것인가? 잠시 무기력증에 빠졌다. 하지만, 그럴 틈이 없다. 동지들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숫자가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방팔방이 지뢰밭이기 때문인 것은 명백한 사실이지만 동시에 곳곳에 희망의 새싹도 보이기 때문이다.

1. 농아원 이 분회장의 절절한 보고, 복지원의 인권유린과 비리척결 위해 수 십 건의 고소고발에 피를 말리고 골이 빠개지도록 힘든 나날이지만 이겨내며 나아간다. 철도 공사의 구조조정 협박, 회유, 분열의 음모 앞에 꿋꿋히 버티어내는 조합원 동지들, 전교조 투쟁, 무엇보다도 윤판수 동지의 공무원노조 통합노조 탄생과 민주노총 가입 과정에 관한 보고는 그 자체로 감동이고, 대불 삼호노조 민주파의 승리는 잔잔한 파장을 불어일으켰다.

1. 가을 농활, 선거일정, 선관위, 택시엄호투쟁의 조직, 현수막 걸기투쟁, 대불 조선노동자총회투쟁의 성사 결의, 택시 동지들이 회의 중간에 오고 간다. 한 두 동지가 삭발을 감행(?)했다. 자신들은 재미로 그랬다고 하는데 내 눈에는 그것마저 사측을 향한 분노의 표시였다.

1. 회의가 끝나고 식당으로 옮겨 식사를 했다. 김 현우 철도지부장의 교육현실에 대한 논평과 극복방안 등을 듣고 공감, 야구 이야기, 스포츠와 정치의 관계, 택시 우 분회장님의 건강에 관한 걱정들, 몇 가지 단상들이 오고간다.

1. 박진부 부의장이 오랜만에 나타났다.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은 사람. 눈빛이 살아있는 사내. 그가 출소하고 모색 끝에 경상도 지역으로 출격하여 생계를 잇고 조직운동 차원에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덤프, 건설기계 상황이 여의치 않지만 이내 돌파할 것을 결의한다.

그의 집으로 옮겨 11시가 될 때까지 이런 저런 담소를 즐겼다. 여고 1년생, 남중3년생 남매를 두었다. 알만한 선생님들이 이 아이들을 가르치고 계셨다. 키가 훤칠하고 눈이 맑은 아이들이 참 반갑고 고마웠다. 사모님이 내준 복분자와 포도, 횟감으로 풍성한 자리를 즐겼다. 갑자기 들이닥쳐 미안했다. 몇 달만에 찾아온 남편이 몰고 들어온 불청객들이 반가울 리 없건만 환한 얼굴로 맞이해준 사모님께 감사드린다. 박 동지와 함께 동고동락한 노--동지의 건강과 생계걱정을 함께 하며 건설기계차원에서 조직적으로 문제를 풀어줄 것을 요청했고, 그가 늘염두에 두고 있다며 꼭 해결하겠다고 다짐을 했다. 고마웠다. 동지애-. 생활까지를 책임져야하는 경계에 도달해야 동지애-. 동지애란 그런 것.

1. 오늘 나는 힘들게 살아가는 동지들이 힘들다고 말도 못하고 살아가는 모습 속에서 하루를 지탱했다. 나는 너무 많은 것을 가지고 살아간다. 이렇게 아름다운 동지들이 내 곁에 있다. 나는 부자다. 추석 한가위 그림 같은 풍경이다.

1. 최 동지나 윤 국장, 그 흔한 추석 보너스도 아직 못 챙겼다. 어제 오늘 전남본부 추석 선물상품을 직접 배달하고 있다. 배달료 천원 2천원 아껴서 조직발전기금 마련하려고. 상근비라고 해서 돈 몇 십만원 받아 기름값 빼고 나면 남는 것도 없다. 차량지원비가 아예 없다. 여기 저기 다닐 데가 한두군데가 아니다. 지난 달 휘발유값만 3-40만원 거뜬히 나온다. 본부에 말했지만 지원할 돈이 없다. 말해도 못 준다. 안 준다. 지구협도 돈 없다. 지부발전기금도 안 걷힌다. 이래 저래 기름값 그 돈 빼고 나면 2-30만원 남는데 이것 가지고 어떻게 생활하란 말인가? 어떻게 아내와 자식들 교육하며 살아갈 것인가? 직업 활동가들에 대한 대우가 이러한데 삶을 온통 바친 이 아까운 동지들의 생활 앞에서 난 잠을 이룰 수가 없다. 이 밤 잠이 오질 않는다. 어떻게 해야 할까?

아까 회의 말미에 최 동지가 내게 건넨말이 떠올라 가슴이 아프다. 사실 눈물이 난다.  '의장님, 윤 지부장님한테 조직발전기금 좀 내주라고 말 좀해주세요!' 그가 매번 가슴 쓸면서 말못한다. 얼마나 애가 탈 것인가? 조합살림을 맡았지만 늘 쌀독이 비어있는 빈한한 살림살이. 조합원 1인당 3천원 결의했는데 낸 데가 몇 조직이 되지 않는다. 돈은 없고 쓸일은 많고. 택시투쟁도 길어지고 생계가 막막해지면 조직 이탈이 발생할 터인데-. 걱정이다. 이래 저래 가을 밤 걱정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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