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슴이 따뜻한 혁명가 조문익 ▒▒
 

아우에게(09.08.04-05)-시일야방성대곡2009-평택에서

2009.08.05 20:48

조창익 조회 수:537

시일야방성대곡 2009 - 평화의 땅, 평택에서

아!
내 어찌 온전한 정신으로 세치 혀를 놀리리
붓을 깎아 죽창을 만들어라
그곳은 사람의 세상이 아니었다
대명천지
문명 살륙의 현장
인권 도살의 현장

노동자는 더이상 생각하는 인간이어서는
아니되는 세상
유일한 꿈은 복종이어야 하며
침묵만이 단 하나의 언어가 되는 세상
자본은 그렇게 꿈꾸고 있었다

아! 평화의 땅, 평택이여!
통한의 황새울이여! 피눈물의 대추리여!

오늘 쌍용은 80년 광주 도청
마지막 몸부림 꿈틀대는 노동의 성지
구사대 용역깡패
그대는 시커먼 폐타이어 연기 속에서
태어난 무장 계엄군

벌겋게 충혈된 눈
흡혈 자본의 총구 되어
흙먼지 일으키며
민중의 가슴팍에 비수로 꽂히는
배반의 그대들이여

그대 충직한 개여!
짐슴보다 못한 통치자여!

오늘 전투의 승자는 그대 맞다
허나
내일의 승자는 늘 그대일 수는 없는 것

거리에 낭자한 피
그 붉은 피로 아로새긴
우리의 꿈을 기억하라

이 지긋지긋한 계급전쟁의 끄트머리에서
기둘리는 해방의 미소를 기억하라
그렇게도 진한 노동해방,
인간해방의
참 미소를 기억하라

==================
-. 4일 오후 2시 목포버스터미널, 우리 일행은 모종의 결정을 내려야만했다. 숫자가 얼마되지 않는다. 쌍용이 무너진다? 안된다! 엊그제 올라갔고 지난 주에도 올라갔지만 또 올라가야만 한다. 기를 써봤지만 무안 해남까지 합하여도 버스 한대가 채워지지 않는다. 민중연대, 민주노총, 대불 임금체불 천막 금속 동지들 등등 한 스무명 가량 된다. 결정했다. 버스 빌리자. 3시가 다되었다. 출발하자. 무안에서 고송자 도의원 일행 3명과 함께 오르는 길. 평택 쌍용자동자공장.

-. 6시경 도착. 경찰차량의 홍수 속에서 숨쉬기 조차 힘들다. 고성과 난투극의 슬픈 현장. 찢어진 천막이 자연스럽게 나뒹굴고. 전국에서 모인 삼백여 동지들. 사수 대오. 프레스 센터에 잠시 앉았다. 지나가는 퇴근노동자들은 진한 분홍색 띠에 '정상조업'이라고 글씨를 써서 입구를 통과하는 비표로 달고 다녔다. 참 이상하고 어색했다. 서북청년단, 완장이 떠올랐다. 퇴근노동자들과 고성으로 오가는 설전과 가벼운 몸싸움이 곳곳에서 생겨났다.

-. 오후 7시경. 배신자야!! 넌 배신자! 00 동지! 그랬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그들은 동지라는 이름으로 불리우는 조합원이었다. 이제 그들은 배신자가 되어 정문을 놔두고 쪽문으로 개구멍 드나들듯 몸을 낮추고 있었다. 어떤 이는 옷을 벗어들고 비표를 숨기고 있었고 어떤 이는 당당하게 시위대 중심을 걸어갔다. 수치와 모멸감을 극복하고 자기확신으로 증오감을 토해내고 있었다. 그들의 걸음걸음에는 오욕을 떨치려는 에너지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 의료차량이 빈번하게 드나든다. 경찰 선무방송이 울려퍼진다. 여러분은 불법. 검거하겠다. 등등. 방송에 맞서 파업가가 울려퍼진다. 흩어지면 죽는다. 맞다. 진리다. 수십 수백년전에도 그랬고 오늘도 그렇다. 함성-. 공적자금 투자하라! 국유화하라! 정부가 해결하라!

-. 19:20 경찰병력이 급격하게 늘어난다. 소방차량, 의료진 차량. 오늘 밤에 일을 내려나? 불안한 시간은 지속되고-. 인근 지역의 동네 사람들 오고가며 지난 날들의 이야기를 전해준다. 누구는 어디를 맞았다느니, 경찰이 노동자만 불리하게 한다느니-. 프레스 센터에 앉아 전화기 충전을 했다.

-. 21:30 퇴근 노동자와 다툼이 일어난다. 가슴치는 노노갈등의 현장. 호남권 동지들이 잔디밭에 모였다. 오늘 밤 거취를 결정하기 위해서다. 돌아갈 것인가? 남을 것인가? 불가피하게 돌아갈 동지 몇을 빼고 나머지는 다 남기로 결정했다.

-. 23:00  대학생들은 참으로 발랄하다. 춤추고 노래하고 같은 또래의 경찰 앞에서 시위현장을 노래문화 가득한 곳을 꽃피운다. 그들은 밤새 한 숨도 자지 아니하고 거리를 거닐고 노래하며 함께 하는 시민들과 동지들의 피로를 싹 가시게 해주었다.

-.8월 5일. 새날.  01:00 우리 일행은 타고왔던 차량으로가서 한 숨 부치기로 했다. 처음에는 에어콘이 켜져 그런대로 버틸만했으나 나중에는 더워 끈적거리는 가죽 의자에서 벗어나 차밖으로 나왔다.

-. 04:00 경찰차량이 증파되고 있다. 거리에 빈틈이 없다. 소방차량이 다 모인다. 제너럴관광차에서 붉은 띠두른 '정상조업' 용역들이 삼삼오오 내리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얼마되지 않았는데 나중에 모아놓고 보니 수백명. 회사 옷을 입고 있으니 티브이에서 회사원들이 학생들을 때려잡는 모양이 연출된다.

-. 05:30 새벽의 충돌. 경찰도 다쳤다. 어린 경찰 얼굴이 피범벅이다. 나는 졸음에 겨워 헤매다가 그 얼굴을 보자 정신이 버쩍 들었다. 아까운 청춘들이 이렇게 고통받고 있다니. 이 저주받을 통치구조에 대하여 다시 한번 환멸을 느꼈다. 학생들은 '폭력경찰 물러가라' '우리 투쟁 정당하다' 8박자 구호로 신명을 돋구며 투쟁을 지속해갔다. 후렴구로 붙인 '정리해고 분쇄투쟁 결사투쟁'이 헛구호가 아니다. 말 그대로 결사투쟁이다. 어찌 목숨을 걸지 아니하고 싸움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경찰은 방패로 아스팔트를찍고 학생들은 맨 손 팔뚝질로 세상을 향해 호소했다. 가운데에서 나온 말. '노학연대 강화하자' 역시 8박자 구호로 정리해가며 대오를 정비했다. 노학연대 강화하자. 가장 인상깊은 구호였다. 이 시대에-.

-. 06:00 헬기가 하늘에 떴다. 독수리가 먹잇감을 찾듯 음험하게 상공을 돌고 있다. 아침 바람끝이 서늘하다. 동산 위에 해 떴다. 환하다. 앞에 앉은 어느 기자는 기사를 쓰고 있다가 노트북을 덮고 졸고 있다. 간 밤의 취재 노동에 힘들었나보다. 역시 젊은 기자다. 얼굴이 희부연하게 잘생겼다. 정문 앞에 고가사다리 취재카메라가 영화촬영장같이 세트되어있다. 기자단은 한결같이 기사작성에 몰두해있다. 엠비엔, 토마토티브이, 뉴시스 연합, 경향, 시비에스, 한겨레, 오비에스, 케이비에스 등등 다 모였다.

-. 06:15 시커먼 연기 치솟는다. 화염이 느껴진다. 경찰병력 전진배치. 우르르 몰려와 학생 노동자 시위대 한쪽으로 몰아대며 압박한다. 마치 동네 깡패한데 돈 털리고 구타당하는 어린 동생 보고서도  속수무책일때의 무력감, 수치감이 엄습한다. 그 때 여지없이 피어나는 여학생들의 해방춤. 경찰헬멧 사이로 그네뛰듯 봉긋봉긋 솟아나는 뜀뛰기 춘향이가 널뛴다.

-. 07:00 지게차 포르레인 연이어 들어간다. 정상조업 완장노동자들이 활보하며 등장한다. 노동의 부인, 노동의 좌절 그들의 승리로 끝난다면 민주노조운동의 커다란 시련이 시작될 것이며 이곳에서 노동조함은 당분간 어려울것. 그들의 존재를 배반한 모순의 행적이 그들의 발목을 붙잡을 터.

-. 08:30 아침 식사용으로 김밤이 배달되었다. 부족하여 김밥 4개로 시장기를 속였다. 아니 속이지 못했다. 배고파 무척 힘들었다. 허리는 아파오고 기력은 딸리고 무조건 눕고 싶었다.  상황이 급박해진다. 검은 연기 솟구친다. 의료헬기가 도장 공장 상공에 뜬다.

-. 09:00 붉은 불꽃이 연기속에서 나타나다. 한쪽 벽면에 뚜렷하게 새겨있는 문구.'우리는 우리의 내일을 믿습니다'. 누구의 신념이 될수있을까? 그러는 사이, 철조망 너머 개미떼처럼 구사대 등장. 윤도현 밴드 '대한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사측에서 틀어대는 선무방송. 윤도현이 그렇게 싫었던 적이 없었다. 새마을 노래처럼 들렸다. 붉은 악마 국가주의 한심한 윤도현.

토끼몰이.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았다. 특공대의 트레일러 잠입. 난투극. 추락. 참혹한 소식만이 우리 귀에 들려왔다. 천불이 나고 가슴이 타들어갔지만 돌멩이 하나 들 지 못하고 이리 쫒기고 저리 쫓기는 일행들과 함께 속수무책의 숲속에서 헤매이고 있었다. 그 동안에도 목포 금속동지들은  접전현장에서 열심히 투쟁하고 있었다. 티브이 카메라에 잡혔다.

-. 10:00 윤소하가 다쳤다. 철망으로 경계가 되어있어 용역들이 들어온다고 해도 나이가 좀 들었으니 설마 공격할까 생각하고 있는 틈에 짐승처럼 달려드는 저들을 피할틈이 없었다. 각목으로 머리를 내리쳐 모서리 부분에 맞아 머리 뒷부분이 터졌다. 넘어진 그를 칠팔명이 우르르 몰려와 집단으로 짓밟고 앞뒤 사정 보지않고 내리치기 시작. 옆에 있던 박명기 국장이 나서서 이분은 어른이니까 이만하라고 온몸으로 감싸서 그칠 수 있었다. 당시 해남 문지부장과 나도 그 뒤에 서있었는데 그야말로 눈깜짝할 사이에 몰려드는 그들을 다행히도 철망을 넘어 차들이 왕왕거리며 오고가는 거리로 들어가서 피할 수 있었다. 몸을 바로 빼내고 나니 한 청년이 흠씬 두들겨맞고 있는데 워낙 용역 숫자가 많아 다가갈 엄두가 나질 않았다. 2006년 황새울 들녘에서 어느 청년이 붙잡혀있을때와 상황이 비슷했다. 그때의 무력감이란 참으로 비참할 지경이다.

-. 12:00 문 동지랑 윤소하 대표가 입원해있다는 굿모닝병원으로 향했다. 택시비가 8천원 나왔다. 피범벅에 상의가 벗겨진 채 링거액을 맞고 있는 그를 보니 왈칵 눈물이 났다.  뒷머리는 2센티미터가 찢어져 바늘로 꿰맸고 가슴 등 허리 팔 다리 등속은 타박상으로 피부가 벗겨지고 피멍이 들어 보기에 험했다. 내일이면 더 심하게 멍이 들것이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머리에서 피가 터져나왔단 사실이다. 아니면 피가 속에서 터져 심각할 수도 있었단 전언. 박명기 국장은 사실은 내가보기엔 속병이 나타날 것 같다. 오른쪽 옆구리를 움켜쥐며 고통을 호소하는 그에게 목포에 가면 반드시 정밀 검사를 해볼 것을 권유했다.

-. 14:00 목포에서 백동규 박현주 동지가 도착했다. 승용차 운전하여 윤소하 대표를 호송해갔다. 우리 일행은 평택역, 민주노총이 중심이 된 결의대회에 참석하였다. 몸이 무너지려했다. 앉아있으려니 꼬리뼈가 아프고 눕자니 누울 자리가 없었다. 졸음은 쏟아지고 -. 이런 체력으로 무엇을 해낼 수 있으려나. 하룻밤 낮 가지고 말이야. 박기철 동지는 심한 몸살감기인데 악으로 깡으로 버티고 있다. 노동형제들과 함께 하려는 동지들의 투혼이 아름다운 동행이었다.

-. 16:00 결의대회가 끝났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평택공장으로 집결. 이것이 지침이다. 호남권은 수도권에 인수인계했다. 지난 밤 우리가 사수했으므로 오늘은 다른 동지들이 해낸다. 돌아오는길 아직도 고생하고 있는 동지들 생각에 좌불안석. 그러나 쏟아지는 졸음을 달래느라 염치없이 고개를 연신 끄덕이는 날 발견한다.

야당 민주당 정치꾼들은 어느 한 사람도 나타나질 않는다. 민노당, 진보신당 등 관계자들의 육성만 들을 수 있는 집회장. 노무현 정권 때 정세균이 쌍용차를 상하이로 넘기는 조인식을 했다. 염치가 없어서인가? 염치라도 아는 것인가?

-. 집에 오니 19:30. 씻고 휴식하고 글쓰고-.  이제 밥 좀 먹어야겠다.  지금은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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