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슴이 따뜻한 혁명가 조문익 ▒▒
 

아우에게 (09.10.20)(화) - 눈물

2009.10.20 23:02

조창익 조회 수:465

2009. 10. 20. 화. 맑음

눈물

농성 36일째,
지노위 두 번째 조정 방문 보고 듣고
계단을 내려오는데
왈칵 눈물이 쏟아졌어.
처음에는 스멀스멀,
나중에는 통곡으로
비실비실 기어 나오는 눈물
막지 못했어.
운전을 하다가 술로 달래려다 그만 두었어
담배를 빼어 물었지
피지도 않는 담배, 요즘엔 품속에 넣고 다녀.
필요하더라고, 가끔씩.
이 가을 밤에.

오늘 지노위에 다녀왔어. 분회장과 조직부장.
농성장의 불빛은 저토록 찬란하건만
동지들의 가슴은 흙빛으로 변해가고 있어.
가진 자들의 횡포와 가진 자들의 연합전선 앞에서
없는 자들이 세상을 향해 무얼 할 수 있겠어.
다른 이들 주말이면 골프치고 소풍갈 때
한 달 한 푼 돈 못 받고 처자식 눈칫밥 너무 힘겨워
뛰어내릴까-
누군가 말하더라고-.
농반 진반-
내가 잘 알지. 느끼겠더라고-.
씨잘데없는 소리-, 분회장이 일갈하니 숙연해졌는데-.
몸 핑계로 비겁하게 비스듬히 누운 내게 죽비로 쏟아지는
저 결기-
통풍으로 발목이 퉁퉁 부은 그의 발가락에
입 맞추고 싶었어.

오늘 밤에 이 작은 항구 도시에서 누가 가장 슬플까
오늘 밤에 이 작은 항구 도시에서 누가 가장 울고 싶을까

이제 막 시작인데
우리야 일각이 여삼추지만
가진 자들이야 노동자 등골 빼먹은 돈 꼬불려가지고
시간 장난 돈 장난하고 있지.
우린 울 시간도 없어.
사실-.

민주노총을 걸고 넘어지는 닮을꼴  엠비들이 사방팔방에 우글거려.
어젠 밤 늦게 강진 어느 대학에서 케이 교수가 전화를 했어.
자기 금요일에 파면 당했다고.
죄목이 민주노총 가입이라고.
말은 안했지만
이거 민주노총 조직적 문제라고 호소하고 있었어.
너희 민주노총 뭐하느냐고-.
죄송했어.
죄송하다고 말했어.
힘이 못되어드려 죄송하다고 말했어.
진실로 죄송했어.
어설피 민노총 끼어들면 오히려 화가 될까봐
함부로 돕겠다고 나서지도 못해
약한 자는 별의별것이 빌미요 죄악이지
강한 놈들은 더러운 것도 무죄
유죄도 무죄-.
케이교수한테 힘내시라는 말도 못했어.
무슨 말을 못하겠더라고-.
죄인처럼 죄송하다고만 말했어.
무력감이 확 덮쳐왔지.

시장이 민주노총 사무실 이전 보장한지 한 달 남짓 돼
어느 일요일 시장실에서 나와 옆에 앉은 시장이 확인했던 말이거든.
사무실, 연내로 마련하겠다고.
비품 운운하며 그렇게 말하니
난 참 딱 믿고 있었지.
근데 공문이 한 장 왔네.
공문 내용이 글쎄-
바닷가 구동사무소 3층 건물인데
그리로 옮기래
2층이나 3층 골라서 평수도 넓고 좋대.
그걸 공문으로 보낸거야.

노동자 기개로
우스개말로 원도심이나 해변을 개척하라는 건가.
노동자 많은 산업단지에서 먼곳을 찾느라 고생깨나 했겠다 싶은데-
어쨌든 -
그것까지도 좋다 이거야-.
근데 그 사무실 가보니 2층은 518 부상자회에서 쓰고 있고
윗층은 공문하고 달리 3분의 1도 안되는 좁은 가건물-
시 행정 공문이 현장 확인없이 내려보낸건지
아니면 민노총 엿먹으라고 그런 짓거리를 한건지
따져보자고 했지.
실무자의 단순실수라고 해도 말이 안되고
시장의 결재까지 난 공문이 도무지 이해가 안되었지.
그래
내가 그랬어.
시장 사택, 시청 청사 정문 앞 집회신고하고
강력한 항의를 조직해야 할 것 같다고.
노동자 무시, 반 노동 시장 각성을 촉구하는
시위를 새벽부터 시작하자고 격노했어.
투쟁으로 쟁취하지 않고서는 단 한 평도 공짜가 없는거라고-.
우리가
우리 노동자가 아무리 가진 게 없기로서니
이렇게 까지 무시당해도 되는 건지.
시쳇말로 완전 졸로 본거지.
난 도저히 용납 할 수 없었어.
모든 걸 걸고 자존심 회복하는 투쟁 해야겠어.
팔다리가 부러지더라도 해내야겠어.
피눈물이 쏟아지더라도 나-
이거 해내야겠어.
겨울, 더 추운 겨울 맞이하더라도
노동자들의 핍박과 설움이 산사태처럼
내 어깨위에 덮쳐오는 걸 어떻게 해-
세상 참-
돈다 돌아-

영암 대불산단 민주노총은
아예 사무실에서 쫒겨났어.
무슨 대학 창업지원센터 이름으로 되어있지
어찌어찌해서 군수의 정치력으로 들어간 자리
정권이 이래저래 장난치고 협박해서
중기청에서 압력 넣었다고들 하네
책임자 문책한다고-.
그 사람이 무슨 죄가 있겠어
우리가 안 나간다고 하면 그 사람이 목 잘린대-.
우리가 선택한 길이 뭐겠어.
그냥 길거리로 나서자.
조까- 얼어죽든지
굶어죽든지 매한가지다
오늘은 인터넷 회선을 잘랐대-.

노동상담소, 허울좋게 상담하라고 해놓고
길거리로 쫒아내는 정권의 음모임을 우리는 알지.
맨밑바닥에 있는 우리는 십리밖, 백리밖에서 펜대굴리고
눈알돌리는 소리가 들려.
본능으로 cpal-
알겄드라고-.
그래서
우리 동지들,
소방서 앞에다 콘테이너박스 박았지.
생존을 위한 몸부림-.
우린 그렇게 봐-.
거리로 쫒겨 나면서
풍찬노숙 마다 않겠다는 결기-.

그 앞에서 눈물이 쏙 들어갔어.
남도택시 계단에서 흘러내린 눈물
시장 생각, 대불 산단 콘테이너 생각하면서
집어넣었어.
눈물조차 사치임을 느꼈어.
지가 알아서 쏟아져 나오는 죄없는 눈물-.
꾸역꾸역 집어넣고-
들어 앉은 나는 아직도 개운치 않아.
고여 있는 눈물.

이 때 탁이한테
전화가 오네.
정치경제학 공부했다고.
강의 듣고 뒤풀이 하는 자리라고.
그래-
이렇게 행진하는 동지들이 있지.
그렇지.
이렇게 가는 거지
했다-.
거꾸러지지 않겠다는 맹세-.
확인하는 밤.
슬퍼하지 않겠다.
맹세하는 밤.
이 가을 밤


-. 소풍 날인데 난 가지 않았다. 대신 학교로 갔다. 축제 준비 프로그램 구상 때문에 남도사랑 배우생 사무국장 불러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아이디어 좀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그는 목포청소년축제 실무를 맡고 있다. 당신같으면 어떻게 아이들을 하루라도 행복하게 해주겠느냐고 교정 여기저기 데리고 다니면서 묻고 또 물었다.

기네스 오리엔티어링 관련하여 몇 가지 아이디어를 주고 받았다. 학교에서 그런 프로그램을 진행해 본적이 없는 그로서는 다소 당황했지만 여기에 창의력을 발휘해야 한다. 운동장 차광막 공사를 하고 있는데 오후 3시 쯤되었는데 햇빛을 전혀 막아내지 못한다. 아무 소용없다고 손사래 치며 학교장이 걱정하는 눈치다. 햇볕 없는 날도 있고 비오는 날도 있으니 없는 것보다는 낫소, 속으로 생각했다. 아이들의 행복지수 향상을 위한 노력, 어디까지 가야하는가?

내일은 학생회 간부 대상으로 하는 연찬회를 가져야 한다. 리더그룹의 공감대 형성이 충분하지 않다. 회장은 실장들과 약간의 이반현상이 있고. 이를 극복해야 한다. 짧은 기간이지만 최선을 다해보자. 회장의 성장에도 보탬이 될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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