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슴이 따뜻한 혁명가 조문익 ▒▒
 
2009. 11. 02. 월.  비, 우박, 바람

강진 의료원, 김 지부장(1)

도청 앞 47일차
11월 첫 일인 시위

오늘따라 바람이 거세찹니다.
서 있기 조차 힘든 날
우박까지 쏟아지는 날

물 세례라니, 물대포라니
여기가 제 땅이라고?
자기 땅이니 나가라고?
도지사 박준영이 영락없이 이명박이로구나

아-
힘없는 노동자 패대기치기는
두 놈이 어찌 이리도 똑 닮았단 말인가?
이 놈들!
너희가
많이도 참았다고?
그래 지금까지
벌레 취급하는 그 눈길을
모멸감 넘치는 그 뜨악한 눈길을 우리는 기억한다.
으득으득 배 밑바닥에서 기어오르는
그 더러운 느낌을 삭일대로
삭혀온 나날-
오기와 뚝심으로 참아온 우리는 할 일없어서
5십일 가까이 장승처럼 서 있었더란 말이냐!

매일 점심시간
그 두 시간 동안
너희들 구내식당 놔두고
이 대접 저 대접 받으며 이빨 쑤시며
벌건 얼굴로 청사에 발 들여 놓을 그 시간에
밀린 월급 내 놓으라고
의료원 정상화 앞당기라고
공공의료 살려내라고
악다구니 써왔더란 말이냐
아이 분유 값 없는 심정 너희가 아느냐고
마이너스 통장 꽉 들어차고
신용카드 불량자로 전락한 우리 처지 너희가
아느냐고
이 비정한 놈들아!

이 사람도 아닌 놈들아!
이 추운 날에 안으로 들어오란 말은 못할 망정
물 뿌리며 쫓아내는 그런 행정이 어디 있더란 말이냐
이 사람도 아닌 놈들아!
이 개 같은 놈들아!

누가 시키던가요?
청원 아저씨 왈,
'나도 강진사람이요, 내가 뭔 힘이 있다요
시킹개 헌디 나도 맘이 아프요'

천정 온풍기 아래
흔들거리는 의자에서
쓸어버려!
누군가는 판단했겠지-.
청사를 지키는 누군가에게 명했겠지-.
쓸어버리라고!

그래 너희 빗자루에 우린 쓸려나갔다.
너희 물세례에, 물대포에
쓰레기처럼 처박혔다.
사람의 자존감이 짓밟혔고
증오심이 불타올랐다
너희는 사람이 아니다.

의리 번쩍 대궐 같은 도청 청사는 신성하므로
벌레 같은 가시 같은 노동자의
발길이 닿아서는 아니 되므로

아-
끌려 나가는 내 몸 뚱아리-
눈물이 솟구친다.
어디로 갈끄나
어디로 갈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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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지부장의 눈은 이미 퉁퉁 부어있었다. 청사의 기둥에 기댄 채 벌겋게 충혈된 그 눈 잊을 수가 없다. 민택 남도택시 동지들, 금속 동지들이 달려와 주었다. 전교조, 민노당 동지들 함께 해주었다. 도청사로 항의방문. 여성복지국장 담당 계장을 만났다. 우리쪽은 민중연대 집행위원장, 보건의료노조 목포, 강진지부장, 민노당 사무국장 등. 우리의 요구는 오늘의 사태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우려곡절 끝에 청사계장이 나와 정중하게 사과하였고 의료원 관련하여 도지사 면담약속과 제안서 반영 등 우리의 요구를 다시 심도있게 확인하였다. 도지사 면담을 통하여 우리의 요구를 확약받기 위함이다.

-면담이 끝나고 식사를 함께 했다. 식사비는 전교조옥암중분회에서 냈다. 연대다.
-남도택시 동지들과의 면담. 한 장백 동지가 동북공정, 서북공정을 들먹이며 세계사를 논하고 있다. 요컨대 북녘을 경제적으로 살려내야 한다. 중국으로 밀어내면 안 된다는 것. 택시동지들과 함께 있으면 퍼득퍼득 살아있는 활어를 보고 있다는 느낌이다.
-전교조 정 지회장 통화. 이주노동자 사업 관련 하여 지원 활동 어떻게 할 것인지. 내일 논의하기로 했다.

-신종플루 방학 마지막 날, 오늘 따라 물 세례 파동으로 맘이 꽁꽁 얼어붙었다. 강진의료원노조 동지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가슴이 많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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