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슴이 따뜻한 혁명가 조문익 ▒▒
 

아우에게 (09.12.04)-눈물이 내 실탄이다.

2009.12.05 05:29

조창익 조회 수:514



2009.12.04.금.맑음

눈물이 내 실탄이다.

동지가 물어왔다.
깜깜한 터널
무얼 믿고 나서느냐
돈도 없고 사람도 없는데.
그래서
내가 이렇게 말했다.
눈물이 실탄이다.
이 땅 민중들의
피눈물이 실탄이다.
저 눈물들이
암흑 걷어내고
세상 뚫어 내는
탄환이란 말이다.

-요즘 눈물 없는 날이 없다. 어젠 철도, 오늘은 쌍차. 일년 내내 용산. 피눈물이다. 더 이상 물러 설 곳 없는 사람들의 피눈물. 허나 그대여, 서러워하지만 말자. 눈물의 바다 건너자. 네 손 잡고 내 손잡고 눈물의 장강 건너가자.

철도 아침 선전전
-감사합니다. 철도노동자는 국민철도, 공공철도, 통일철도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광장 주유소, 영산강 하구둑, 동초등학교 사거리-

7시가 되었는데 아직도 어둠이 가시질 않았다. 글씨가 잘 보일 것 같지 않았다. 새벽, 철도 선전전. 간 밤 총파업 잠정 유보 혹은 철회 결정에 따라 노동자 시민들에게 파업투쟁 결과를 현수막에다 써서 감사인사와 함께 알리기로 했다. 나는 하구둑 언덕에 서있었다.
공기 참 맑다. 바람불고 얼굴이 싸하다. 대불로 향하는 차량 행렬은 뒤엉켜 빵빵거리며 아우성치다가 용케도 제 갈길을 찾아 나선다. 남악에서, 광주방향에서, 목포시내방향에서 서로 들이대며 하구둑 진입을 위해 사력을 다하는 사람들 풍경. 병목현상.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나 오늘따라 더 심한 듯 했다. 하구둑 언덕에서 바라다본 풍경은 생존 전쟁 그 자체였다. 현 시기 노동자, 시민들의 가장 절박한 요구는 길이다. 마그밀 먹고 관장하듯 쏵 빠져버리는 새로운 다리, 새로운 길.

차가 오질 못한다. 갓바위터널에서 막혀 30분 이상 갇혀있다는 연락이 왔다. 나는 발길을 돌려 광장주유소 사거리로 향했다. 철도동지들이 두 군데서 장승처럼 서서 시민들한테 파업결과 보고를 하고 있었다. 더욱 노력하겠다는 문구. 저 노동자들이 도대체 무엇을 잘못했단 말인가? 회사를 위해 일한 게 죄라면 죄인 철도노동자들의 생존법은 공기업 노조라는 이유로 사측과 정권의 매몰찬 구조조정 칼날 앞에서 위태롭기만 하다. 이명박 씨의 몰이성적 노조관은 출구를 막아버렸다. 8일간의 투쟁, 그 성과와 한계를 점검하고 새롭게 나서겠다는 결의로 동지들이 시민들 앞에서 서 있었다.

8시가 되었다. 아침식사를 위해 기독교병원 뒤 굴국밥 집으로 옮겼다. 10명 동지들. 형제같은 이들. 손들이 차다. 장갑을 껴도 차다. 굴국이 참 맛났다. 한 그릇에 오천원. 부지런히 땀차게 비우고 나니 30분이 되었다. 1차 집결시간까지 10분밖에 남지 않았다. 김현우 지부장은 서둘러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다른 동지들도 잇따라 서둘렀다. 나도 함께 지부 천막농성장으로 들어갔다. 투쟁가가 울려 퍼지고 있다. 총파업은 아직 끝낼 수 없었다. 우리의 투쟁은 멈출 수 없다.

지부 사무실, 총회가 진행되고 있다. 쟁대위의 투쟁명령 47호(?). 김성식 수석부지부장의 보고로 시작되었다. 지부장의 격려사를 마치고 '업무복귀신고서'를 작성했다. 생년월일, 이름, 복귀일자 쓰고 서명을 하고 조직부에 제출한다. 동지들의 표정이 무겁다. 전향서 작성은 아니지 않은가? 작전상 후퇴다. 이렇게 위로하면서 작성하고 있다. 현장투쟁으로 투쟁방향을 틀었다.
천막 약식집회. 4열 대오로 진을 치고 앉았다. 현장투쟁에 돌입하면서 투쟁선포를 하기로 했다. 내가 투쟁사를 윤소하 대표가 격려사를, 그리고 김현우 지부장이 대회사를 마지막으로 집회를 마무리했다. 나는 말했다. 단협해지는 저들이 우리의 뼈를 짓뭉개고 살을 발라내겠다는 반역이다. 수십년 민주노조가 피와 땀으로 쌓아올렸던 새겨왔던 단협문구하나하나, 선배열사들의 영혼으로 아로새긴 단협 조항 하나하나를 저들은 하루아침에 깡그리 무효화하면서 역사를 되돌리려 발악을 하고 있다. 용서할 수 없다. 현장투쟁은 새로운 시작이다. 8일간의 새로운 투쟁의 역사를 기록하신 동지들이 자랑스럽다. 끝까지 투쟁하자. 승리하자.'

저 달이 차기 전에
-쌍차투쟁 77일간의 기록-

목포 시지브이 극장. 말미에 이르자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다. 작전명 '화려한 휴가', 5.18이 재현된 현장을 보았다. 이명박은 전두환이었다. 그 뒤로 자본의 음흉한 미소가 보였다. 드러나지 않은 모습, 얼굴도 형체도 없이 음습한 곳에서 응시하는 그 눈빛들이 느껴졌다.
동시에 우리의 역량을 되새겼다. 민중노동진영의 총역량을 바라보니 갈수기 저수지 바닥을 보는 것처럼 처연했었다. 평택투쟁이 진행될 때 민주노총, 특히 금속노조의 무기력은 가슴답답했고 최대집결인원이 5천 안팎이었던 시절, 지도부의 전술운용은 또 어찌 그리도 수공업적이었는지. 좌우를 막론하고 우리는 전투력 제로를 실감해야만 했다.

물론 저들의 야만과 폭압을 먼저 말해야 옳다. 그러나 그 편으로 미루어둘수 없지 않은가? 돌파력이 중요하다. 앞으로 더욱 중요하다. 쌍차의 저 피눈물은 어쩌면 이제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일지도 모른다. 정신 바짝 차려야 산다. 우리는 모두 불구덩이 앞에선 먹잇감이다. 자본주의 악마의 착취체제 앞에서는.

공무원노조 사무실 폐쇄

전공노 위원장을 해임하고 사무실을 강제폐쇄했다. 전무후무한 탄압이다. 설립신고서를 반려한 까닭이 공무원정치적 지위향상이라는 문구, 민주사회를 건설하고 통일조국을 앞당긴다는 표현인데 너무도 상식적인 규범을 걸고 넘어지는 정권의 극악무도한 탄압에 치가 떨린다.

전국 52개 사무실 강제폐쇄, 전남에서는 여수, 나주, 무안 사무실이 폐쇄되었다. 12.12 공무원노동자대회가 중간 고비지점이다. 얼마나 모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전공노여, 힘내시라!
윤판수 본부장의 목소리는 여전히 씩씩하다.


장 사무국장 후보 상면

영화가 끝나고 윤 국장과 뒷개로 넘어갔다. 당진에서 내려온 장 국장을 만나기 위하여. 철도파업 시기 대불 산단에서 고철을 싣고 당진 현대제철소로 올라 간지 사흘 만에 내려왔다. 보통 때는 차량에서 노숙을 하는데 요즘에는 추워서 찜질방 신세를 졌다고 한다. 그와 조직의 형편 이모저모를 공유하는 자리. 막걸리를 몇 순배했다. 선술집은 선비식당인데 옛 풍금, 기타, 피아노, 맷돌, 인두, 각국 화폐 등등 고풍스럽게 꾸며놓았다. 민중가수 원천이가 자주 들른단다. 기타가 있어서 노래를 부를 수 있으니까. 밤 깊어 밖으로 나서니 휭허니 은행나무에서 낙엽이 우수수 떨어졌다. 거리가 온통 은행 나무 잎이다. 온전히 조락의 계절.

새 날로 넘어가기 전에 우리는 가난한 이들의 거리 속으로 각자 스며들었다. 아까 잡은 손길로 온기를 간직하면서. 스산한 하루, 젊은 희망들과 함께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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