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슴이 따뜻한 혁명가 조문익 ▒▒
 

아우에게(09.05.16)-어떤 주례사-

2009.07.15 15:21

조창익 조회 수:513

문익아!
화물연대 김영* 동지가 계셔.
내일 모레 육십이 되시는 최고령 동지이시지.
한마디 한마디가 뼈에 새길 만큼 노동운동에 대한 결의와
각오가 대단하셔.
비교적 늦은 나이에 노동운동을 만나 새롭게 삶을 변혁하시는
모습이 너무도 보기에 좋아.

그가 지부출범식 날 막내동생 주례부탁을 하셨어.
기골이 장대한 선배님의 간곡한 말씀을 받들어
부족하지만 주례를 맡기로 했어.
여섯번째 주례지 아마.
후배 동료교사, 제자, 노동형제 -
생명 공동체로 나아가는 발걸음에 힘보태는 마음으로
주례에 임했다.
한번 읽어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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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례사>

백두대간 정기타고 꽃피운 백년가약,

신랑 김00 님과 신부 김00 님의 혼인을 축복함




하객 여러분!



백두대간을 아십니까? 오늘 신랑 김00 님과 신부 김00 님은 굵직한 백두대간의 참 인연으로 만났습니다. 강원도 태백의 처녀와 전라도 장흥 산 총각이 백두대간 산등성이 봉우리 봉우리마다 피어오른 사랑의 힘으로 오늘 백년가약을 맺습니다. 백두에서 태백, 태백에서 무등을 거쳐 땅끝 기맥을 타고 흐르는 신령스런 정기가 태초의 찬란한 생명을 잉태하는 힘으로 서로를 만나게 했습니다. 산과 물이 만났습니다. 하늘과 땅이 만났습니다. 신랑의 42개 성상과 신부의 서른 다섯 해의 삶의 궤적이 씨줄과 날줄로 만나 아름다운 인생으로 승화되고 나날이 향연으로 자축하고 노래할 것입니다.




일전 만남에서 신랑 김00 님이 피력했던 바, 조선시대 지리학자 신경준의 산경표를 언급하면서, 1 대간과 호남, 금남 정맥을 포함하는 남녘의 8정맥을 자신의 강건한 두 다리로 두루 섭렵하겠다는 포부는 아무나 가질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신랑은 대불산단의 조선 노동자로서 틈틈이 설악산에서 지리산까지 33일간의 종주 등 이미 수차례의 산행을 통해서 백두대간 허리 허리마다 거친 호흡과 구슬 땀으로 새겨온 건강한 삶의 역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저는 신랑의 맑디 맑은 얼굴을 보면서 '요산요수'라는 단어를 떠올렸습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사리에 밝아 물이 흐르듯 막힘이 없으므로 물을 좋아한답니다. 또한 두루 세상을 주유하며 탐구하기를 좋아하며, 그러한 것들을 즐기며 산다고 합니다. 더불어 어진 사람은 의리를 중히 여겨 그 중후함이 산과 같으므로 산을 좋아한다고 합니다. 또한 어진 사람은 고요하며, 집착하는 것이 없어 오래 산다고 합니다.' 저는 비록 길지 않은 대화였지만, '요산요수'하는 신랑이 신부와 함께 세상에서 가장 예쁜 직물로 삶을 모자이크하고, 한 날 한 시를 더 없이 서로에게 고귀한 존재로 확인하는 과정을 조직해나갈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더불어 태백산 처녀 신부 김00 님은 만학의 장벽을 불타는 향학열로 뛰어 넘어, 동해의 대학교 호텔 조리학부 재학 중인 학생으로서 평생교육의 터전을 성실하게 닦아나가는 도전과 개척을 중히 여기는 탐구정신의 소유자처럼 보입니다. 신랑에게도 대학의 문을 함께 열고 당찬 학구열을 권장하였다고 하니 이 하나의 사실만으로도 교육노동자로서 저는 신부의 삶에 대한 열정과 포부를 확인할 수 있어서 더없이 든든했습니다.




하객 여러분! 신랑의 지혜로움과 어짐의 요산요수 철학과 신부의 세상을 향한 뜨거운 향학열이 만나 새롭고 고귀한 희망의 가정공동체가 탄생하는 오늘은 우리 모두가 신랑 신부의 미래를 축복하고 더불어 행복하게 엮어나갈 장도에 함께 나설 것임을 확인하고 증언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사실 신랑을 만나기 전, 신랑의 큰 형님이신 민주노총 화물연대 김00 중앙위원 동지와의 인연이 있었습니다. 어느 좌석에서 자랑스런 화물 노동자로서 화물수송에 관한 한, 자신이 노벨상감이라며 당당하게 스스로 소개하시는 모습에서 같은 길을 걷는 동시대의 노동자로서 한없는 자긍심을 느끼게 해주셨습니다. '아름다운 노동'의 이름으로 삶의 현장을 굳건하게 지키시는 그 모습 자체로 노동자, 농민, 서민대중의 척박한 삶을 강요하는 절망의 정치에 맞서 오롯이 피어나는 희망의 역사이셨습니다. 사랑하는 막내 동생의 혼인 주례를 제안해 오실 때 기꺼이 수락할 수 있었던 배경도 노동이 아름다운 세상을 향한 형님의 당당한 자세에 힘입은 바 큽니다

.


하객 여러분!



신랑신부는 인연 중에서도 절묘한 인연인지라 양가 공히 2남 4녀 중 막내들입니다. 이미 고인이 되신 신랑의 부모님과 신부의 부친께서도 환한 미소를 머금고 이 자리에 와 계시리라 믿습니다. 남은 가족들과 함께 자랑스런 막내들의 혼인을 이제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축복하고 계실 것입니다. 서로의 성장을 촉진하는 관계, 일방의 희생이 아닌 분담과 수평의 관계, 잠재력과 가능성을 확대해나가는 창의와 건설적인 가족 공동체를 희망하고 계실 것입니다.



오늘 신부와 신랑이 꽃보다 아름답습니다. 메마른 대지를 적시고 짙푸른 신록의 세상을 재촉하는 오늘 이 봄비처럼 신랑신부의 새로운 삶을 향한 만남이 우리에게도 더없는 축복입니다. 두 분의 혼인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09년 5월 16일 토요일 목포한울웨딩문화원 1층 다이아몬드홀



주례 조창익  (eduplaz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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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소리 두 분 축복 많이 받고 딸아들 안 개리고 열둘 낳아도 행복허니 잘 자랄 수 있는 세상, 노동해방 세상을 꿈꾸며, 투쟁! ^^* 참, 성 몸은 제가락으로 돌아왔소? 가끔썩이라도 만나뵙고 치료해 드려야 헌디.... 죄송~! ^^;; 09.05.24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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