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슴이 따뜻한 혁명가 조문익 ▒▒
 

아우에게 (09.11.15) - 선배님의 선물

2009.11.16 02:05

조창익 조회 수:535

2009. 11. 15. 일. 싸락눈. 비바람.

선물

감 한 박스를 선물로 받았습니다.
군사 독재 정권 아래서 두 번 해직 당하시고
두 번의 복직으로 서신 교단에서
해맑은 평교사로 명예롭게  
정년퇴임하신 백발의 선배님께서 주신 선물입니다.
손수 따서 해마다 주시는 선물
비바람 속에서 건네받으며
새삼스레 감사하는 마음
날이 갈수록
정이 새록새록 솟아납니다.
감사합니다.
선배님을 만나
행복합니다.


-오후 녘 싸락눈이 흩날린다. 도청 인근 민경선 형님 댁에 들렀다. 엊그제 전화를 하셨다. 집 뒷켠 과수원에서 감을 좀 따놓았으니 가져가라는 말씀이시다. 해마다 이때쯤이면 잊지 않고 감 한 박스씩을 선물해주신다. 노동력이 투여된 선물은 정말 값진 것이다.  거름 주고 열매 맺기까지의 농사도 농사이려니와 감을 일일이 따서 박스에 담는 일도 큰일이 아닐 수 없다. 농사일이 예사롭지 않다는 걸 잘 아는 내가 넙죽 넙죽 받아 먹기만 해서 염치가 없다. 매실주, 매실액, 감식초 등은 덤으로 주시는 선물이기도 하다. 배탈이 날 때면 형님이 주신 매실엑기스로 속을 다스리곤 한다. 김식초 색깔이 맑고 곱다. 꿀에 타서 마셔보니 일품이었다.

형님께서 물으신다. 전교조 협의체 사태하며 내년 지자체 대비 근황하며 앉아서 천리안이시다. 형님의 명철한 분석, 명확한 입장 우리가 몸으로 익혀야 한다. 비바람 부는 언덕에서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감 박스를 손수 차에 실어주시면서 못난 후배를 아끼는 말씀도 빼놓지 않으신다. 늘 고마운 선배님. 되돌아오면서 나도 할 수만 있다면 형님처럼 아끼는 선후배한테 내 손수 지은 농산물을 선사하면서 살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또한 실제 그렇게 하리라 마음먹었다. 내 발길은 형님 댁에서 머지않은 택시농성장.

-남도택시 62일째다. 사무실로 들이치는 바람이 범상치 않다. 얼마 전에 폭풍으로 인하여 깃대가 부러져 깃발이 이제는 가로 누워있다. 우선홍 분회장이 이번 주 목요일에 있을 전국집회 때 쓸 현수막을 정리하고 있다가 나를 반가운 얼굴로 맞이해주었다. 최 동지는 낮 근무가 힘들었던지 잠들어 있다. 이제 농성일지 자보는 어디에고 붙일 자리가 없다.

사측은 이제 조합원 전원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겠다고 통보하였다. 지난 주 노동부에서 강한 압력이 있었다고 들었다. 사측이 단전 단수 조처를 취하겠다고 하자 우리가 노동부에 만약 그렇게 되기만 하면 우리는 오갈 데가 없으므로 노동부 앞마당에서 자고 먹고 할 터이니 알아서하라고 으름장을 놓은 터였다. 실제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다. 어디로 가겠는가? 시청 시장실 앞이나 노동부 등 행정기관이 우리 집무실이 될 것이다.

이재원 농아원 지부장께서 젊은 사무국장과 함께 사무실로 영지버섯 음료수 두 박스를 사가지고 들어 오셨다. 날이 추워지자 걱정이 되어 찾아왔다고 말씀하신다. 그는 항상 재담 넘치는 유머로 활력을 불어넣으신다. 연대의 정신이 그를 이곳까지 불러들였다. 행복한 연대다.

휘잉 휘잉 비바람이 몰아치는 농성장을 떠나오자니 남아서 오늘 하룻밤을 또 지새야하는 동지들 생각에 마음이 아파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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