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슴이 따뜻한 혁명가 조문익 ▒▒
 

조문익님4/김의수

2006.03.10 12:39

광장 조회 수:852

조문익님 4  
글쓴이 김의수   2006-02-20 19:24:29, 조회 : 27


세상을 떠난 사람에게 예의를 지키는 것은 당연하고 좋은 일이다. 고인에 대한 아름다운 추억들을 회상하고 고인의 삶에서 교훈을 얻는 것은 떠나는 이를 위해서나 특히 남는 이들을 위해서 필요하고 좋은 일이다. 그러나 굳이 과장하거나 더구나 신화화하는 일은 삼가야 할 일이다.
나는 조문익님의 장례가 준비되는 과정에서 이런 저런 생각을 떠올리기도 하고, 주위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물론 나의 생각과 말은 나의 개인적 경험의 테두리 내에서 생겨난 것들이다.  

처음 소식을 접한 후 몇 시간 동안은 너무 큰 충격에 정신이 멍할 뿐이었다. 심지어 교통사고라는 말만 듣고는 ‘이 사람이 또 사고를 냈단 말인가!’ 혼자서 버럭 화를 내기까지 했다. 그리고 모든 사실을 알고 난 후에, 그러니까 눈보라 속에서 차를 몰고 오는 대신 버스를 타고 와서 집으로 걸어가던 중 제설차가 뒤에서 치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나서, 너무도 기막힌 사실에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조문익님의 죽음을 사실로 받아들인 후에 가장 먼저 떠오른 일은 조영래 변호사의 죽음이었다. 인권변호사로서 젊은 지도자 중 한 사람인 조영래 변호사가 암으로 세상을 떠날 때 전국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워했다. 한국사회의 민주화 과정에서 유능한 일꾼들이 점점 많아져야 하는 시점에 오히려 대단한 일꾼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게 되었기 때문이다. 전라북도가 이제는 구태를 벗고 조금씩 개혁을 실현시켜 나가야 하는데, 그런 일을 감당할 수 십 명 안팎의 핵심 일꾼 그룹에 속하는 조문익님이 세상을 떠나다니 너무도 안타까운 일이다.

그런데 조문익님은 더 살아서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지만, 사실은 이미 너무 많은 일을 한 사람이기도 하다. 아마도 평생 해야 할 일을 넘어서서 너무 많은 일을 했기 때문에 자연이 그를 데려간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문익환목사님도 생각났다. 이마가 넓은 얼굴에 밝게 웃고 있는 모습이 어딘지 비슷한 이미지로 다가왔는지도 모른다. 문목사님은 청년처럼 활발하게 활동하시다가 어느 날 갑자기 쓰러지셨고, 병원에 가서 진단해보니 신체의 모든 기관이 더 이상 기능하기 어려울 만큼 쇠약해져 있었다고 들었다. 조문익님은 아직 젊은 나이면서도 그동안 일에 지쳐있는 때가 많았다.

어느 철학자는 인간이 웃거나 우는 행태를 보이는 것은 인간에게 본질적 요소라고 말한 바 있다. 이성으로 더 이상 이해되지 않을 때 우리는 웃음으로 넘기게 되고, 온 몸의 모든 신경이 더 이상의 긴장을 감당하기 어려울 때 우리는 울음을 터트려 버린다. 유사한 현상으로 나는 과학적 상식이나 철학으로 잘 해명이 되지 않는 경우에 종교적인 해석이 필요함을 종종 느낀다. 조문익님이 스스로 운전하다가 실수를 했다거나, 또는 투쟁 현장에서 공격을 당하는 경우와 달리, 정말 아무런 잘못도 없이 하루 종일 이주여성들을 위한 서류제출을 위해 노력했고, 안전을 위해서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일을 당했다는 것은 우리에게 종교적인 해석을 요구한다. 과학적인 분석은 우리에게 참기 힘든 분노와 수치를 동반하기 때문이다.

평생 사용할 에너지와 혼을 모두 바쳐 일했던 조문익님은 마지막으로 의외로 안전에 대한 경종을 울려주고 떠나갔다. 우리사회의 모순해결을 위해 아무런 죄 없이 희생된 박종철님이나 군산의 성매매여성들처럼 조문익님은 이렇게 새로운 희생을 감내하고 떠나갔다. 그는 최근에 隱山이라는 호를 만들어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렇게 빨리 숨은 산이 되리라고는 본인도 몰랐을 것이다. 조문익님은 도시를 떠나 큰 산이 되어 숨었지만, 우리는 언제까지나 그와 함께 있을 것이다.


2006-02-27
08:08:32

김의수

    지난 주 금요일 장수 번암면 번암초등학교 졸업식에 다녀왔습니다. 조문익님의 큰 아들 용화의 졸업식이었습니다. 스물 셋 모든 졸업생들이 다 각각 상을 탔습니다. 용화도 상을 여러 개 탔습니다. 조문익님이 세상을 떠나자 용화의 담임선생님과 교장, 교감 선생님은 장례식장을 다녀 가신 후에도 용화 용창이가 걱정되어서 여러차례 안부 전화를 하셨답니다. 졸업식 후에는 논실마을학교에 가서 구절판이 준비된 맛있는 만찬을 즐겼습니다. 조문익님과 이현선님이 가꿔놓은 논실마을학교는 더욱 알차게 발전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현선님과 용화 용창이는 꿋꿋하게 자신들의 삶을 살아가리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