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슴이 따뜻한 혁명가 조문익 ▒▒
 

(펌)조문익님!

2006.03.10 12:29

논실 조회 수:831

조문익님  


                                          글쓴이 김의수 (전북대철학과교수)  


오늘이 대보름인데,
2년전 정월대보름날이었다.
민속행사를 한다고 해서 그가 사는 마을에 갔었다.  
조문익- 이현선 부부는 정읍시 산외면 농촌마을에 살고 있었다.
노동운동가 조문익님이 어떻게 그렇게 먼 시골마을에 들어가 살 수 있는지,
처음 방문했을 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농촌생활에 제대로 적응한 사람은 부인 이현선님이었고,
조문익님은 일이 많아 집에는 못들어가는 날이 많았다.
그리고 구속됐다가 풀려나서
그날 대보름날 조문익님을 보러 온 사람들은
유서깊은 그 마을의 대보름행사를 참관할 수 있었다.
이현선님은 마을 풍물패의 일원으로 신나는 풍물놀이 공연을 펼쳤고,
조문익님은 석방 축하객들에게 일일이 그 마을행사의 역사를 해설해 주었다.

전북 노동운동의 지도자 중 한 사람인 조문익님은
탁월한 이론가였고, 조직가였으며, 시위현장을 지휘한 투사였는데,
그가 사는 농촌 마을에서는 그저 조용히  마을 어른들과 융화하는 예의바른 젊은이였다.
아내 이현선님이 농사를 지으며 풍물을 치며 이웃들과 어울려 친해놓은 덕으로,
구속됐다가 석방된 운동가이면서도 주민들의 경계의 대상이 아니라,
조용히 미소띤 얼굴로 막걸리를 따르는 소박한 시골 사람의 모습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그가 장수로 이주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내막을 전혀 모르는 나는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뛰어다니는 운동가라고
농촌에서도 한곳에 머물지 않고 그렇게 옮겨다니나 싶었다.
그러던 어느날 교통사고 소식이 들려왔다.
조문익-이현선님이 옮겨간 곳은 농촌마을의 폐교를 임대하여
아시아 여러나라에서 시집온 이주여성들에게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고
노동운동단체들의 교육장소를 제공하려는 목적이었는데,
그가 몇개월동안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에 이현선님이 오래 묵은 학교 내부를
대대적으로 수리하는 작업을 도맡아 했다.
그들을 방문한 우리 일행은 조문익님에게 아내의 탁월한 노동능력이 아니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능력자 아니냐고 놀려댔다.  
조문익님은 그저 싱글벙글 웃으며 그렇다고 대답했다.  


-이글들 몇편은 "열린전북"홈페이지에 연재된 글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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