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슴이 따뜻한 혁명가 조문익 ▒▒
 

아우에게(09.08.06) - 한 걸음 또 한걸음

2009.08.07 00:09

조창익 조회 수:519

또 다른 시작을 위하여

동지!
결국 그렇게 쌍용의 77일은 끝이 나는가?
이십만톤 인화물질 위에서 내린 피어린 결정
어찌 손잡지 않겠는가. 어찌 등도닥거리지 않을 수 있을손가

동지들!
쌍용 동지들!
정말 고생많으셨습니다!
한상균 지부장님 수고많으셨습니다!!
가족대책위 여러분, 정말 수고많으셨습니다!!!
축하라는 단어는 쓸 수 없겠습니다.
쌍용 투쟁의 제단에 올린 우리의 피값이 너무도 아깝고 서럽기 때문입니다.
혹자는 후폭풍을 말합니다만,
혹자는 무기력을 이야기합니다만,
쌍용 동지들의 민주노조사수를 위한 헌신과 열정,
아무도 부인하지 못합니다.
우리는 여기서 이 지점에서 다시 시작할 것입니다.
동지들! 자랑스런 쌍용 노동자 동지들!
동지의 그 자랑스런 손을 꼭 잡아드리고 싶습니다.

쌍용 동지!
바깥에서 보다 열심히 투쟁을 조직하지 못해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8월 4일 민주노총의 긴급 총동원령은 1천대오도 채 만들어내지 못했습니다.
아니 솔직히 말해서 500 대오도 채 되지 못했습니다.
시민학생 사회단체가 더 많았습니다. 부끄러운 모습입니다.
우리의 능력은 동지의 그 위대한 투쟁의 반에 반도 되지 못합니다.

허나
동지!
이 견디기 힘든 부끄러움조차 민주노조사수와 노동해방 인간해방 세상을 향한
소중한 밑거름임이 될 것임을 애써 확인해봅니다.

이제
저들은 먹잇감을 포획하고 군침을 흘리며
야만적 요리를 시작할 것입니다.

동지!
주저앉지 맙시다!
저들의 악랄한 탄압에 맞서 지금껏 잘 싸워오셨듯
우리는 동지들의 그 투쟁을 거름삼아 새로운 시작을
당차게 선포하겠습니다.
우리 모두의 궁극의 승리를 향한
당당한 대장정에 동지들의 얼굴을 새겨넣습니다.
사랑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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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기 민주노총전남본부노동자통일선봉대 활동이 목포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올해로 3년째, 대내외적으로 조직을 견고하게 하고 투쟁력을 강화하는 소중한 시도. 조직이름보다도 참가동지들의 그 순수한 열정을 높히 평가하며 활동에 결합했다.

산정농공단지에서 시작하여 오후 3시 민주노총남도상운분회 사납금 인상저지와 단체협약이행촉구 결의대회에 참석. 사용자측의 부당노동행위를 규탄하는 집회를 갖다. 우선홍 분회장의 절절한 보고와 활동 상황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26명의 조합원들이 이제 민주노조운동의 첫걸음을 내딛고 있다. 그 중심에 우 분회장이 서 있다. 그의 소박하지만 진득한 행보에 모두가 감복하고 있다. 다행히도 노조협상단과 사측 대표인 상무와의 대화가 잘 진행되었다. 콜문제, 상조회문제, 배차차별시정문제 등 우리의 요구사항을 일괄로 받아주겠다고 해서 싱겁게(?) 끝나버렸다. 하지만 그동안 두 달여 사용자 집앞 시위, 시내선전전 등 끈질긴 투쟁의 성과가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우 선홍 분회장의 손을 뜨겁게 잡았다. 고생많으셨다.

오후 4시 반경, 일행은 천막농성중인 전교조 동지들을 향했다. 도교육청 정문 출입구가 그늘이 지고 바람도 들고 해서 40여 대오가 털썩 자리잡고 앉았다. 도교육청 구성원들이 갑작스런 대오의 출현에 놀라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한다. 일부는 나와서 시비를 건다. 출입구를 막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당신들은 똥오줌도 못싸게 출입구를 봉쇄한 사람들이잖아. 출입에 아무런 지장이 없는데 왜 그래? 한 두마디 설전이 오갔지만 충돌은 없었고-. 지부장 사무처장의 인사말과 경과보고가 있었고 단장의 격려사가 이어졌다.

화물연대 라영- 지회장과 김영- 중앙위원이 그 동안에 수박과 음료수를 사가지고 천막으로 왔다. 언제 보아도 당당하고 소중한 동지. 형님들-. 두 분을 모시고 '경아네 집'으로 갔다. 경아네 집은 보리밥 선술집. 곱창에 장어탕에 식사를 대접했다. 지난 주 라 지회장은 평택투쟁에서 강기갑 대표의 뒷줄에 앉았다가 전격 연행되어서 국정원까지 가서 극진히 대접받는 신세였었다. 정말 고생이 많았는데 그동안 평택 투쟁 등 일정 속에서 출소(?)기념 두부도 못먹고 해서 자리를 마련했다. 박 부의장, 윤국장 함께 배석해서 5명이 형제처럼 오순두순 이야기꽃을 피웠다. 평택투쟁에 대한 평가, 대불산단의 최근 정황, 건설기계, 화물의 조건 등등 다양한 화제. 그 중 지역 민주 노조 운동력을 획기적으로 고양시키는 방안은 무엇일까? 좋은 이야기들이 쏟아졌다. 소박하지만 건강한 토론의 장이 자랑스럽다. 이 안에 진보의 밀알이 영글어간다.

저녁 식사를 마친 시간, 평화광장. 여름 밤 사람들의 발걸음이 부산하다. 아이의 손을 잡고 나온 젊은 부부, 나란히 걷고 있는 연인들, 건강위해 부지런히 걷는 노부부, 선전일꾼들의 율동과 연설에 귀기울이며 혹자는 박수치고 공감하는 분위기.

밤 9시. 전교조 사무실로 향한다. 교육시간. 한반도정세와 통일문제를 주제로 ㅇㅅ강사의 강연이 시작되었다. 빌클린턴의 방북, 후계자 문제 등 분석하는 시간 노곤한 일정에 꾸벅꾸벅 고개를 떨구는 젊은 동지가 안스럽다. 바닥에서 자야한다는 말에 남도택시 청년동지는 '워우-여기서요, 이 바닥에서요. ' 걱정스런 얼굴로 물어오니 작년에도 참여했던 옆 동지가 하는 말이  '그래도 여기는 호텔이여. 바닥도 평평하고?' 작년 민주노총사무실이 매우 불편했다는 이야기다. 1시간여 강연이 끝나고 질의응답시간마치고 나니 11시가 되었다.

총화시간이 되고 단결의시간이 이어졌으나 나는 돌아왔다. 더 이상은 버티기가 힘들어서. 오늘 고생하고 내일 진행해야할 최 동지한테는 어서 들어가 쉬라고 했다. 눈을 자꾸 만졌던 그였다. 눈꺼풀이 자꾸만 흔들리고 아파서 차가운 얼음덩어리로 눌러보고 식혀보려고 애를 썼다. 허리도 아픈 그를 보며 이제 성한 사람이 없구나. 조직 일꾼들이 몸이 이렇게 부실하게 된 것도 어쩌면 필연일지도 모르겠다. 하루 하루가 사실 전쟁같은 일정들 아니던가?

오늘도 자정이 넘어섰다. 평택의 새벽은 어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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