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슴이 따뜻한 혁명가 조문익 ▒▒
 

아우에게 (09.10.07) -가을 농성

2009.10.08 05:51

조창익 조회 수:502

2009. 10. 07. 수요일 맑음

가을 농성

  해 거름녘 마지막 장작 잉걸불처럼 붉은 노을 햇살이 농성장 차창을 뚫고 진득한 열정으로 느릿하게 기어들어오고 있었다. 민주노총 서남지구협 방송차량은 장승처럼 버티어 서서 이곳이 농성과 투쟁의 현장임을 웅변하고 있었다. 벌써 스무 사흘 째, 노동가와 투쟁가가 울려 퍼졌던 것. 법률 허용 한계치인 80 데시벨 이상으로 가지 않도록 볼륨 열 칸 중 두 세 칸 정도를 유지하며 스물 세명 민주택시 노동자들의 절박한 요구를 노래로, 구호로, 집회로 알려왔던 터였다. 방송 차량은 노조 조합원들의 목소리다. 민주노조 사수, 생존권 확보를 위한 전투기계다.

'박살내자! 노조탄압, 조합원폭행' 에이포 한 장에 한 글자 씩 인쇄를 한 구호가 2층 농성장 북쪽 차장에 붙어 서해바다에서 유달산을 타고 넘어 온 바람에 모서리를 달싹거리며 뭐라고 한 마디씩 외치고 있는 듯 하다. 서편 2층 계단 귀퉁이에는 자랑스런 민주노조 택시분회 깃발이 가을 햇살을 머금고 넉넉하게 펄럭이고 있었다. 세차장에는 택기 기사들과 길손들이 마치 어린 시절 어느 여름 날 우리 엄마들이 제 아이들 세숫대야 옆에 세워놓고 비눗물로 때 빼고 광내듯 바쁘게 자신의 차를 씻고 있다.

짧은 치마를 입은 한 젊은 여인은 한 참 동안이나 비눗물을 잔뜩 뒤집어쓴 차량에 500원 짜리 동전을 먹고 장전이 완료된 세차 총으로 방어쇠를 당겨 물을 쏟아내는데 물살이 너무 세서 반동으로 허공에 대고 허우적 거리며 '어머,어머' 비명소리와 함께 뒤로 밀려나곤 했다. 코미디극 한 장면이다. 주변 사람들이 쳐다보고 킬킬거리며 웃고 있다. 그 옆으로 택시 기사차량은 승객들의 말끔한 기분을 위한 듯 집진기를 이용하여 차내 흙먼지를 털어내고 있다.  

실내골프연습장 앞 도로에는 퇴근 차량들이 줄지어 깜박이를 켜고 신호등이 바뀌길 기다리고 있다. 가스 주유소에는 택시노동자들의 차량들이 연신 오가며 차 기름밥을 집어넣고 손님을 향해 도심으로 핑 하니 떠나곤 했다.

농성장은 오늘도 을씨년스럽다. 여전히 우 분회장과 박 명기 사무국장 둘이서 지키고 있다. 피로한 나는 햇살을 피해 농성장 바닥에 누웠다. 사방 벽면과 창문에 붙은 농성일지들이 이불처럼 느껴진다. 농성 23일째. 오늘은 동지들 월급날이다. 분회장의 얼굴이 어둡다. 조합원들이 가져온 명세표를 살폈다. 황량하다. 텅 비었다. 한 달 일하고 받은 돈이 많아야 30만원, 제일 낮은 박0표 동지는 0원. 한 푼도 못 받는다. 보통 20만원 안팎. 어떻게 이런 얼토당토 않는 일이 있단 말인가? 사장은 8만 3천원 사납금 채우지 아니하고 번만큼만 납부하니 부족한 부분을 기본급 72만원에서 다 빼고 가불 처리하여 월급을 지출했다. 말문이 막힌다.

박 국장은 솟장을 작성하면서 승소해서 다시 받아낼 수 있다고 기염을 토한다. 12시간 일하던 때 8만원 채워 회사에 입금한다. 사장이 허용한 6시간 40분 일해 가지고는 죽었다 깨나도 8만 3천원 입금 못 채운다. 신호등 위반하고 추월하고 커피 한잔 못 마시고 개미처럼 쉬임 없이 일했다. 삥땅도 안치고 일한 댓가가 이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조합원들 내부가 뒤숭숭할 것이 뻔하다. 사정은 어떠한가? 일부의 동요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꺼떡 없다고 말했다. 장기전에 대비한 내부 충전을 수시로 해내고 있다.

나오는 길, 피곤한 우 분회장은 의자에서 잠시 눈을 붙이고 있다. 그를 깨우려는 박 국장을 만류하고 그의 손을 가만히 잡았다. 그는 현장에서 함께 뒹구는 희망의 전도사임에 틀림없다. 그는 겨울철 손난로처럼 은은한 따스함이 전해지는 온화한 사람, 아름다운 동지.

가을 농성장은 붉은 노을을 서해바다에 밀어 넣고 스멀스멀 다가오는 어둠에 대비하고 있다.

1. 학교에선 축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점심 시간 학생회는 부지런히 움직인다. 이제 막 출발선상에 섰다. 20여일 남짓 열심히 뛰어보자고 결의했다.

1. 일제고사 저지, 차출불복종 서명지가 도착해야 한다. 체험학습 최종 결정해야 한다. 민중연대 대표자회의 금요일 열린다고 조영규 사무처장한테 연락이 왔다. 시민사회단체토론회 준비를 위한 설문조사가 진행 중인데 최진호 동지더러 작성해서 보내 줄것을 요청했다.

1. 2학기 중간고사 시험문제를 출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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