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슴이 따뜻한 혁명가 조문익 ▒▒
 

4월 9일 논실마을에 다녀와서

2006.04.10 20:00

조창익 조회 수:1211






주말에 하늘로 먼저 올라간 동생의 발자취를 따라 장수 논실마을학교에 다녀왔습니다.

아직 먹물이 채 마르지 않은 간판을 쓰다듬어보았습니다.

황량한 농어촌 폐교에 온기를 불어넣겠다던 그의 삽질이 멈춘 벽돌 무더기에 눈이 박혀 돌아서기가 어려웠습니다.

항상 남루한 사람이라고 소개했던 그의 네 식구가 살았던 학교 관사에는 주인 떠난 장독대만 덩그러니 잡초우거진 운동장을 지키고 있습니다. 오늘 이사를 했지요.

안채-

짱뚱이 책방-

얘들아 신발은 가지런히-

공동체 모두 모여 김장김치 담근 날- 그 기억 생생할터인데!

저 어지러운 책장을 누가 다 정리하라고!
야속하게도 먼길 후울쩍 먼저 떠나버렸는지-형제의 손때묻은 책 등속을 어루만지다 끝내 울음을 터뜨리고야 말았습니다.

저 산 넘으면 한많은 지리산, 동생은 저녁노을을 좋아했고 휘파람을 잘 불었습니다.

그의 발걸음 소리가 들리지 않는 복도이지만 - 논실마을사람들은 계속됩니다.
새 후배 주인이 들어와 여기를 지켜나가겠다고 결정했습니다.

다행이도 그가 떠나기 전 문화관광부에 공모한 보고서가 채택이 되어 적지 않은 돈이 여기에 투자가 된답니다. 그가 남긴 마지막 작품 중의 하나이지요.

그가 떠난 이 자리에 농촌 결혼이민자 가족의 새로운 공동체 실험은 지속될 수 있습니다. 인간존중, 지고지순한 다문화 체험의 소중한 공간으로 부활할 것으로 믿습니다.

아름다운 계수의 저 맑은 미소와
어린 조카들의 웃음을 다시 볼 수 있게
하루하루를 성찰하고
견고하게 채워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006년 4월 10일 새벽에

조창익 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3 논실마을에서/윤찬영/2006/04/23/열린전북- 옮김 2006.07.05 1025
82 추석이 다가옵니다. ms 2006.09.30 1026
81 동지가 보고싶다. 박호권 2006.03.20 1034
80 <문익관련기사> 전북 민노총 지도부 경찰 자진출두/노사정뉴스/03.12.17 광장 2006.03.11 1036
79 돌아간 이야기 굴비 2006.09.24 1037
78 웃음을 게을지 하지 말자! 손님 2006.03.10 1038
77 마음이.. 바다 2006.10.31 1039
76 5월을 마감하는 빗줄기 대환 2006.05.27 1043
75 체포 영장이 떨어져 수배중인 동생에게(2003.11.11) 광장 2006.03.19 1045
74 [펌]저는 보내들릴수가 없습니다 미수 2006.03.10 1046
73 4/11 GS 칼텍스 해고노동자 방문 file 조창익 2006.04.13 1047
72 너무 오랫만에 와봅니다 하이하바 2006.04.28 1047
71 고 조문익 동지 큰처남이신 이용구님이 조문인사를 보내오셨습니다. 민주노총전북본부 2006.03.10 1049
70 그의 심장이 멈출 때, 세상도 멈춰지길 바랬지만 하이하바 2006.03.10 1053
69 행복한 운동에 대하여 - 조문익 동지의 명복을 빕니다. 이상은 2006.03.10 1053
68 휴대폰 번호를 지우지 못하고 있다네 원병희 2006.03.10 1056
67 머리가 복잡합니다. 해고자 2006.12.12 1056
66 무더위를 재촉하는 비가... 이야기 2006.06.14 1057
65 9/15 그리움-비내리는 날 갈매기와 노닐다 file 조창익 2006.09.15 1059
64 [펌-한겨레]농촌에 산다는 것은 죽음이다 하이하바 2006.03.10 10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