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슴이 따뜻한 혁명가 조문익 ▒▒
 

아우에게 (10.02.09)-비가(悲歌)

2010.02.10 02:51

조창익 조회 수:478

2010.02.09.화. 간혹 비가 내림

비가(悲歌)

어둔 하늘
종일토록 우중충하고
비가 내립니다.

임금체불 현장에도 무겁게 비가 내립니다.
징계대응투쟁 현장에도 눅눅하게 비가 내립니다.
화물동지들의 파업투쟁 현장에도 흐릿한 안개비가 내립니다.
세상 그늘 진 곳에
새 힘 불어넣는 훈훈한 봄비였으면 좋겠습니다.  
이 밤
가슴에 슬픔의 강물이 출렁입니다.


"출근하며 사납금 걱정, 손님없어 푸념 깊어지고, 한 밤중 손님기척에 급히 달려가니 우체통일세. 아차순간 교통사고 안절부절 하고 나면, 가족 생각 돈생각에 수심만 깊어가네. 온 종일 쭈그린 몸 어렵사리 펴고 나서, 사납금 입금하고 간신히 주머니에 몇 푼 구겨넣네. 지친 몸 술한잔에 하루 일정 몰아넣어 한 잔 두 잔 기울인 잔 내 인생 닮아가나. 깊어진 술잔에 가족고민, 인생고민, 그러다가 출근걱정 술맛마저 떠나갈 때. 무거운 몸 이끌고 집으로 향하네. 그래도 내일은 오는 법 조금 더 난 길 바라네."

-택시희망연대(준) 소식지 중에서 발췌-

오후 녘 남도택시노조 사무실로 달려갔다. 냉방이다. 내가 있던 특별실에 난방이 되질 않아서 온 종일 떨고 있었는데 택시사무실은 더 냉랭했다. 택시운전하고 돌아와 쉬는 휴게공간인데 난로하나 번듯한 것 없이 이렇게 썰렁하다. 희종 동지 혼자서 동지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 동지들이 일을 마치고 한둘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어느 조합원은 혼잣말하듯 "아들이 고1에서 고2 올라가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대출을 받아놓아야 했는데…" 하면서 말꼬리를 흐렸다. 그리곤 날 쳐다보면서 "지부장님, 맞지요? 납부금 내야할 때가 되었지요?" 한다. 나는 아무 말 못하고 고개를 몇 번 끄덕였다. 이번 달 월급이 한 푼도 나오질 않아서 하는 말이다. 명치 끝이 아파왔다.

한 조합원은 "나는 어제 도저히 운전대를 잡을 수가 없어서 미쳐버리겠더라고, 이대로 나갔다가는 무슨 사고 낼 것 같아서 일을 못했어요. 그런데 회사에다 그 말을 하고 들어갔는데 오늘 월차로 돌려주라고 하니 안 된다고 하여 답답하네요. 만근이 되지 않으면 성과급이 깎이는데-. 어쩌면 좋을지 모르겠다." "에이, 이렇게 된 거 계속 일안해버려?" 하면서 걱정 반 투정 반으로 황망히 어둔 하늘을 쳐다본다.

한 조합원은 "어이, 이왕 이렇게 된 것 이젠 저하고 우리하고 진흙탕에서 한판 붙어불제? X발. " 으득으득 이빨을 간다. "어이, 그러면 우리가 져. 저 자식들이 원하는 것은 바로 그거여. 우리가 미쳐 날뛰는 거. 이성을 잃어서는 안돼! 100일도 넘게 살았는데 앞으로 못살겠어? 차분히 가자고?" 사무실은 금방 매캐한 담배연기로 가득해진다.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5개월이나 돈이 한 푼도 나오질 않은 조합원 8명이나 된다. 사람한테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명절을 앞두고 보너스는 못 줄 망 정 마땅히 받아야할 임금을 체불한 사업주는 고의적이고 상습적인 악덕 기업인이다. 임금체불은 불법이고 분명 구속수사가 원칙이다. 구속 품신해라. 할 수 있겠느냐?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우리대로 할 바를 하겠다. " 오후 5시 30분. 목포노동부 근로감독관과의 대화 자리에서 우리가 던진 말이다. 정말 노동부는 간판만 노동부다. 재벌부, 기업부, 자본부, 사장부해야 맞다.
내가 말했다. "정말 가슴이 아프다. 전액관리제 전환 이후 첫 월급 날 이렇게 나오니 정말 너무 큰 충격이다. 울화통이 터지기 직전이다. 우리도 임계치에 다다랐다. 이 문제는 노동부의 철학의 문제다.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의 입장에서 해결할 관점이 명확해야 하고, 의지 또한 중요하다.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노동부 정말 잘해라. 이런 악덕 기업주를 벌하지 못하는 노동부가 무슨 소용이란 말이냐." "잘 알겠다. 꼭 이렇게 전하겠다. 기업주 구속수사 품신을 요구받은 것으로 하겠다." 감독관은 수첩에다 적으면서 안절부절이다. 그도 기업주와 노동자 사이에서 삶을 저당 잡힌 채 청춘을 보내고 있는 공무원노동자.

찬 바람부는 청사 바깥 마당으로 나오니 십 여 명의 동지들이 기다리고 있다. 가슴이 저며 왔다. 얼마전 오후 3시경, 분회장과 지청장, 회사사장과의 면담자리에서 이번 달 월급분만 채워주고 다음 달에 가서 다시 생각해보자는 회사 측의 답변이 나왔었다. 당연히 받아야 할 월급을 받게 되고서도 기분이 더럽다. 일부에서는 명절 전에 지청장과 사장이 짜고 상습 임금 체불 현장이라는 오명을 벗어나기 위해 내온 계책이 아닌가하고 의심하고 있다. 이는 노동부에 대한 조합원들의 일반적 불신이 깔려있기 때문에 나온 반응이라고 보아야 한다.

택시동지들은 한명도 빠짐 없이 고재성 조합원 징계와 전보발령 취소를 요구하는 탄원서에 서명을 다했다. 총회장소에서 우선홍 분회장이 홍보하고 다 받았다. 연대의 모습이다. 고재성 동지가 지난 여름 투쟁기금 5만원과 함께 방문한 적이 있다. 품앗이 차원이 아니더라도 보기에 좋은 모습이다.

<고재성 동지 징계대응>

오전 중에 계속 전화를 돌렸다. 학부모들이 학교장을 만나기로 했기 때문이다. 결국 해남, 담양, 목포 등지에서 모인 학부모 8명이서 학교장 면담을 진행했다. 그 때가 오후 2시경. 원천적 철회라든가 특별한 성과를 얻기 위해서 라기 보다는 학교장의 비상식적이 행위에 따끔한 일침을 가하기 위하여 모였다. 학교장의 답변 또한 '내 손을 떠난 일이다.'라고 버텼다고 전해졌다. 자세한 이야기는 만나서 들어봐야겠지만 학부모들이 학교현실을 터득한 것이 성과라면 성과이겠다. 고재성 동지는 학부모들과 밤 시간 다른 자리에서 식사도 하고 있다고 했다.

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심사청구를 해야 한다. 최강록 사무처장한테 연락하여 청구서 예문 두 가지를 받았다. 조용식, 신선식 선생들의 소청심사청구서 사본 파일. 징계의결서, 인사발령통지서들이 필요하다. 고 동지한테 연락을 취했다. 본디 전남지부 교권국장이 처리해야 마땅한데 절차가 애매해졌다. 아무튼 나중에 따질 일이고  일단 살피기로 했다.
고재성 동지가 학부모들의 연대와 지지를 형성해낸 것은 커다란 성과이다. 그의 진심이 통한 결과일터이다. 정말 다행이다. 주변의 분회와 동료교사들을 마음이 하나가 되면 좋겠다. 교사들은 탄원서를 조직하기로 했는데 얼마나 진행되었는지 궁금하다.

<화물연대>

새벽 1시에 전화벨이 울렸다. 장윤창 사무국장이다. 그러니까 몇 시간 후 대불공단 '금영'에서 파업에 들어간다는 것. 방금 전 결정되었다는 것. 새벽 6시경부터 들어간다는 것. 항구에 그 때쯤 배가 도착한다는 것. 지회장님 지금 오고 계시다는 것. 국장은 거기에서 대기 중이라는 것. 짧은 시간에 들은 말이다. 장 국장은 나오지 않고 거기에서 대기하면서 현장을 지키겠노라고 말했다. '알았다, 감기 안 들게 조심하라'고 말하며 끊었다. 잠이 확 깼다.  

그래서 깨어나서 일기를 쓰고 있다. 지금 시간은 2시 30분이 되어간다. 사실 간 밤 종일 떨고 마음이 아파서 에너지가 소진되었나 보다. 최진호 사무차장 차를 타고 평화광장을 한바퀴 돌고 집에 와서 얼마 되지 않아 톡 떨어졌었다. 평화광장을 나갔던 이유는 어떤 음식점을 찾기 위해서인데 그냥 돌아왔다. 학교에서 환송연을 연다고 그랬는데 노동부를 가야했기 때문에 식사시간에 늦었다. 얼굴이라도 비치고 돌아오려했으나 생각해보니 고재성 동지 소청심사청구서를 작성해서 오늘 중으로 접수해야한다는 생각에 미치자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다. 막상 쓰려하니 고 동지와 교신이 되지 않아 징계의결요구서 파일을 전해받지 못했다. 어머니가 해주신 잡채를 맛나게 먹고 앉아있다가 졸음이 쏟아져서 잠에 빠졌던 것 같다. 아무튼 장 국장은 이 시간 대불공단에서 나는 이렇게 그를 생각하며 새벽을 맞이하고 있다.

오전에는 고재성 동지 대응건으로 오후에는 남도택시동지들의 가슴 아픈 사연으로 밤에는 화물연대 파업투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하늘에선 비가 내리고 내 마음에는 슬픔의 강물이 흐른다. 참 가슴이 답답하고 아픈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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