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슴이 따뜻한 혁명가 조문익 ▒▒
 

장수에 다녀와서!(민들레문화교육아카데미)

2006.05.10 14:35

이용구 조회 수:1120





[▲ ▲ 다리건너 너머에서 바라 본 장수교회]
[▲ 기대했던 사람들 보다 많이 왔다. 한 두명의 애들까지 합하면 거진 백여명의 인원이 왔던 거 같다]

- 장수를 다녀와서...

망설이다가 결정을 하였다.

아마도 가야 할 것 같은 기분에,
친구모임하던 강릉발 귀경길 내내 생각을 하였다.
이리저리 방법을 강구하다가 대전서 가는 길을 택하기로 한다.
다행히 도로는 막히지 않아 기대한 시간보다 빨리 도착하였다.

어제 내린 비는 하늘을 이보다 더 푸르게 할 수 없다.
특히, 오늘 장수 하늘은 어릴 적 그 하늘처럼 맑고 푸르다.
만경강을 따라 가는 防川에 올라,
저무는 석양 언저리에서
갖가지 모양을 만들어내던 맑은 구름을 보고,
손뼉치며 기뻐하던 어릴 적 그 청명했던 하늘과 같다.

아마도 오늘 행사를 지독히도 축하해 줄 모양이다

장수교회는 두 군데나 있었는데 지도에서 찾은 그 장소로 가니 거기에 ‘들샘’이 있었다.
방송작가 일을 하는 후배가 말하던 ‘인터뷰를 끝내고 배웅하며 손 흔들어 주던 장수교회’가 여기리라.
내려오지 못한다고 했던 터라 기대하지 않았을 터지만, 가야하는 학원을 땡땡이 치고 왔다는 말을 할 수는 없었다.

너무 일찍 왔나보다. 약 11시경에 도착하였는데 행사준비를 위해 누이와 강사들은 여념이 없다.
아마도 나보다 몇 분전에 도착한 모양이다.

12시가 넘으니 하나둘씩 손님이 들어오고, 준비하고 맞이하는 손길이 더욱 바빠진다.
점심 먹는 동안 '논실마을사람들'대표 남춘호 교수와 이성호 교수가 왔다.
‘열린전북’ 기자도 왔고, 처음 듣는 제호의 월간지 기자도 보았다.

기대했던 것보다 많은 사람들이 왔고, 생각보다 많은 이주여성들이 왔다.
작년에 열었다던 ‘민들레문화교육아카데미’ 사진에서 보았던 몇몇 낯익은 얼굴이 보인다.
29명의 이주여성이 왔으니, 평균 두 명의 아이를 더하고, 오늘 오신 각계의 축하 손님들까지 하면 (쪼오끔 보태서...) 약 100여명이 되는 듯하다.
그 많은 사람들이 이 ‘민들레문화교육아카데미’에 기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리라.

그리고 오늘 온 사람중 몇몇은 처음 온 사람들이란다.
남산만한 배를 이끌고 ‘한달만 여기 놀러 올 거예요’ 어눌하게 말하는 이주여성도 있다.
우리는 오히려 이런 사람들을 더 반가이 맞아 준다.
이렇게 '민들레'에게는 절실하게 필요한 존재라는 사실을 확인한다.

축하차 왕림하신 내빈의 소개와 인사말이 끝나고 내가 궁금했던 강사진의 소개도 있었다.
그리고 과정에 대한 소개가 끝나고, 참석한 이주여성들의 자기소개가 있다.
쑥스럽고 수줍워하며 나서지 않으려는 이들의 모습에서 한때 순수(?)했던 우리네 모습을 찾을 수 있었다.

한국말과 영어, 필리핀 고유어를 뭐라 하더만...
암튼 장내의 소란스러움으로 인해(그러나 어느 누구도 시끄럽다고 투덜거리는 사람이 없다...) 또렷히 들을 수 없었지만, 잘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편차도 심해 보인다.
진행되면 될 수록 유창하게 의사를 표현하는 사람들이 많아 질 것이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나에게는 새로운 경험이다.
시작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멀리 목포에서 妹兄의 형님께서 오셨고 나는 정중히 인사를 하였다.

이 왁자지껄하고 소란스러움에서 나는 古人의 모습을 보았다.
이들의 절실함을 읽고 그 돌파구를 마련해 주고자 하던 철학을 볼 수 있었다.
아들에게 전하던 편지에서, 구구절절 말하던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

완벽한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이들과 아이들의 소란스러움에서 행사를 진행하는 주관자로서의 누이 모습이 예전 모습으로 되돌아옴을 보았다.
왁자지껄하고 부산함을 오히려 즐기는 듯 하다. 마치 그것이 그저 그렇게 사람사는 모습인 양...

어릴 적 누군가가 누이는 '선생님 팔자'라고 했던 말이 생각난다.
그래 !
지금 누이는 선생님이다. 그것도 아주 유능한......
확성기없이 진행하는 통에 지친 기색은 보이지만 즐거운 모습을 보니 그래도 다행이다.
지쳐도 기쁜 얼굴을 보니 그래도 다행이다.

이것이 이젠 고인이 된 妹兄이 원하는 모습이리라.
‘살아야 겠다’는 의지로 힘차게 일어서는 그 모습이리라,
비록 핼쓱해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사람몰골하고 있으니 다행이다 싶다.
이렇게 겉으로라도 활기 찬 모습을 보니 다행이지만, ‘바쁜 거 몇 가지 정리하고 며칠 쉬어야 겠다’는 말이 나를 아프게 한다.
올라오려고 돌아서는 자리에서 나는 누이에게 다른 말을 할 수 없었다.
그저 ‘열심히 살아~~!’라는 말밖에...

오늘 !
새벽길 쫓아 먼 길 돌아 여기까지 온 이유는
지쳐 쓰러진 모습보다 죽을 힘을 다하여 살고자 하는 누이의 모습을 보고자 함이다.
살아 있음을 확인하고자 함이다.
그리고 또한, 누이와 매형이 그토록 아끼던 그 ‘민들레’들을 직접 보고자 함이다.
다만...,
아무 도움도 되지 못했지만, 등 뒤에 서있는 것만으로 든든했기를 바란다.

그래도......,
아침에 갖고 왔던 마음보다 더 가볍게 차에 올랐다.

다음에는......
오늘보다 더 활기있고, 더 많은 ‘민들레’의 모습을 볼 수 있기를...,
멀어지는 長水의 山河에 빌어 본다.


’06.05.07 22:35
‘민들레문화교육아카데미’ 개소식을 보고 돌아오는 버스에서...


屈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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