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슴이 따뜻한 혁명가 조문익 ▒▒
 

아우에게 (10.02.15)-부모님과 남도 답사

2010.02.17 00:06

조창익 조회 수:464



2010.02.15.월.맑음

남도답사

설 연휴 마지막 날, 무슨 일을 할까? 부모님을 모시고 영산강 하구둑을 건너 강진길에 나섰다. 여유당 정약용 초당 등지를 탐방하기 위해서다. 부모님께서는 다산초당을 가보신 적이 없으시다고 했다. 햇볕은 따사롭고 바람은 싸하게 불어왔다. 걱정이 되어 두툼한 외투를 걸쳐드렸다. 다리가 아직도 불편하신 어머님 걸음걸이가 다소 걱정이 되었지만 이렇게 운동하는 것이 오히려 더 낫다는 판단으로 천천히 걸어 올라갔다.

오르기 직전 나무더미에서 지팡이 하나를 만들어가지고 어머님께 드렸다. 어머님께서는 오른 손으로 지팡이를 짚고 왼쪽 팔은 내가 잡고서 보행을 도와드렸다. 다행히도 오르는 길은 잘 말라있었다. 편백의 향이 폐부로 스며든다. 기분이 좋다. 아버님께서는 숲이 참 좋다고 연신 말씀하셨다. 아버님께서는 지난 몇 해 동안 목요 등산 모임에 가입하셔서 일주일에 한 번 씩 전국 유명사찰이나 산행에 참가하신 적이 있으시다. 어려서부터 지리산 속에서 산행에 익숙한 터라 아버님께서는 산을 잘 타신다. 모임에서도 아버님은 대개 선두에서 정상에 오르셨다고 한다.

초당에 도착했다. 초당 본당과 다조, 약천, 연지석가산, 천일각 등 유적을 살피고 빙 둘러보았다. 초당은 아니고 와당이고 근년에 이르러 지어진 것이니 본 모습은 아닐 터이나 유적의 의미는 있으리라. 추사체의 보정산방을 바라보며 도서 2 천여 권의 숲에서 18년간-사실 이곳에선 11년-의 유배생활, 목민심서 경세유표, 흠흠신서 등의 저술, 200 여 년 전 어느 실학자의 74년간의 삶을 유추해보았다. 그는 세상을 얼만큼 변혁하고 싶었던 것일까? 군주제의 부정과 성리학적 경계를 훌쩍 뛰어넘는 상상력이 가능하긴 했을까?

다산 초당을 내려와 백련사로 향했다. 대웅전에 들러 어머님과 함께 고개 숙여 참배했다. 예수의 삶에 경배하 듯.  백련사의 '사'자가 '절사(寺)'자가 아니라 모일 사(社)자인 이유, 백련결사 운동에 대하여 간략하게 설명드리니, 아버님께서 이미 설명문을 보시고 부처의 배치가 기존의 질서에 변화를 가져왔으니 개혁의 상징이라 해석하셨다. 탁견이었다.

고려 불교의 중심이 변화되지 않으면 안될 상황, 즉, 무신정권의 등장은 필연적으로 문벌귀족과 결탁해서 성장해온 기존불교세력에 대한 탄압을 수반했고 교종, 선종을 불문하고 불교세력은 반무신운동이 전개된 것. 그 일환으로 내부의 성찰의 힘 혹은 자각이 강조되는 경향이 생성되는데, 이때 등장한 것이 지눌의 정혜결사, 요세의 백련결사운동. 지눌의 운동은 기층민중을 기반으로, 요세의 백련결사는 지방관과 중앙관료 지향으로 변화하게 되는 과정을 밟게 된다. 이후 백련결사운동은 기층민중과의 괴리가 발생하고 점점 멀어져가는 운명의 역사를 펼치게 된다는 흐름이 있다. 자세히 설명드리지는 못했으나 요컨대 불교운동의 변혁이 중앙 정치권력의 향배와 함수관계에 놓여있었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우리는 해남 대흥사로 향했다. 늦봄 문익환 학교의 교정이 제법 모양을 갖추어가고 있었다. 컴퍼스 모양이 보기에 좋아지고 있다. 관계자들이 고생이 많겠다. 대흥사 앞 전주식당에 도착하여 표고전골을 시켜 조금 이른 점심식사를 했다. 동동주도 한잔하고 날이 제법 쌩고롬했지만 화창했다. 해남에서 다시 진도로 출발. 진도대교 아래 울돌목에 도착하였다. 내려 산책을 하려하니 거세찬 회오리 바람이 불어와 몸이 날아갈 것만 같았다. 다리 저편에 자리잡고 있는 조류발전소 정도 구경하고 목포길에 들어섰다. 흡족해하시는 부모님, 자주 모시고 올걸.
부모님 은혜 어찌 말로 다 표현하겠는가? 그 고생에 다만 눈물이 흐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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