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슴이 따뜻한 혁명가 조문익 ▒▒
 

아우에게 (09.12.12.토)-조직, 어떤 희망

2009.12.13 03:29

조창익 조회 수:464



                      <지난 9월에 열린 화물연대 조합원 총회에서 축사/전교조 전남지부 사무실>


2009.12.12. 토. 맑음

조직, 어떤 희망

다들 쉰다는 주말 오후
화물연대 회의는
화통 삶아먹는 소리로 가득합니다.
고성이 오가고 절대 타협할 수 없을 것 같은 목청으로
고철덩어리 콘테이너 박스 회의실을 흔들어댑니다.

투우사와 뿌사리가 씩씩대며
상대를 쓰러뜨릴 때까지
다투듯 한 치의 양보도 없습니다.
회의가 아니라 몸으로 한판 붙을 것 같은
무슨 장사 씨름판 같습니다.
회의는 회의로되
팽팽하게 긴장되어 있어 불안 불안하고
옆에 앉은 나는 숨소리도 내기 힘듭니다.

허나
상하좌우, 노소 상관 않고
할 말은 다하고 표결은 정중하며
깔끔하게 장내가 정리되는
신선하고 신비로운 회의장면입니다.

아니 형님, 그것이 아니랑개요.
그렇게 말하면 안된단 말이요
아니 형님이라니, 여그가 회의석상인디
공과 사를 구별해주세요!
형님 혼자서 다 말해불먼 뭐가 된다요
나는 이것이 절대 안건이 안된다고 보요
절대 안돼-
지회장, 할 말은 다 한 것 같응개 손들어 각고 정해붑시다.
표결에 들어가니 조용해진다.
하하하-

세 가지 안을 다루는데 문건도 없고 기록도 없습니다.
생활로 토론하고
몸으로 기억하고
경험으로 축적합니다.

격론 끝에 회의가 끝납니다.

소수의견으로 몰린 노 선배가
내 귀에 대고 아쉬운 듯 말꼬리를 답니다.
집행부하고 지도부하고 다른 법이요
즈그들은 책임지지 않응개 선심써불면 그만이지만
지도부는 그것이 아니제
나는 조직 말아묵어분 놈 여럿 보았어라우
그래도 어찌꺼요
요렇게 정해진디 따라야지요

일 주일 만에 집에 돌아와
마누라 얼굴 딱 20분보고
다시 회의석상으로 달려왔다는
40년 화물노동자부터
오랜만에 들뜬 주말
애인 만나러 자리 박차고 일어서는
이제 막 운전대 잡은 20대 총각 신출 노동자까지
조합 간부로 만나
투쟁과 삶의 공동체로 이어가는
저 거룩한 행렬 앞에서 우리는
노동의 역사를 읽습니다.

올 상반기 열사 투쟁 때 무용담이
걸게 술좌석을 다시 수놓는 자리
그 때 그 어린 경찰을
살려 보내준 이야기는 휴머니즘
처절한 대나무 공방은
그대로 전설이 되고
통쾌하게 경찰서장을
호령하고 혼구녕을 낸 일은
그대로 확신이 되고
승전보가 되고
다시 투쟁이 되는 별 같은 이야기들
열사가 스스로 역사가 되어 부활하는 자리
우리는
조직의 진화를 느낍니다.

풋풋한 조직 화물연대는
참으로 건강합니다.
박종태 열사 투쟁본부 이름으로
단결투쟁의 깃발 휘날리는 화물연대
콘테이너 박스 사무실은
그래서 희망입니다.
이보다 더 큰 희망의 산실이
어디 있겠습니까?

청년의 들뜬 마음으로
색시 그리는 상사병으로
오늘 하루 나는 행복했습니다.
나만 행복하고 싶지 않습니다.

-라영진 지회장, 김영복 중앙위원 1,2분회장, 고철분회장, 복지위원, 조직, 홍보 등 집행부 약 10여명이 참석한 회의. 건강성이 돋보였다. 장윤창 동지를 사무국장으로 보내준 결정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는 요지의 말씀드렸다. 지부장 사무국장 후보로서 정견도 발표했다.

화물연대는 청년의 조직. 끝나고 식당에서는 혈연적 동지애들이 피어난다. 지회장 사모님을 식당으로 몰래 불러내는 중앙위원님. 시숙이라 부르고 계수, 형수라 부르는 사이들. 친형제들처럼 돈독하다.

-주탁이 왔다. 감기가 잔뜩 걸려서 아직 풀리지 않은 상태로. 선거투쟁 기금이라며 돈을 가지고 왔다. 동지들과 따뜻한 밥 한끼 먹으라며 소중한 글귀도 함께 담았다. 고마운 마음이다. 동지다. '함께 했던 동지들과 따뜻한 밥 한끼 했으면 좋겠습니다. 선생님 생각하면 웃지만 울컥 눈물이 납니다. 움켜쥔 투쟁의 깃발로 많이 우시며 통쾌한 웃음 날리시길 바랍니다. 쑥스러운 마음으로 깊은 존경과 사랑의 마음을 전합니다. ' 쑥스럽지만 그대로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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