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슴이 따뜻한 혁명가 조문익 ▒▒
 

[펌]思 故 조문익 ! 당신이 꿈꾸던 세상으로

2006.03.10 12:29

이용구 조회 수:941

思 故 조문익 !
당신이 꿈꾸던 세상으로



思 故 조문익 !

우리 만난지도 정말 오래 되지 않았습니까?
누나가 졸업을 하는 날이 처음이었으니, 아마도 87년도 2월인가 싶습니다. 누나는 몇몇의 남자들 틈에 끼워, 그저 친한 써클 친구로만 소개를 했었지요.

나중에 왜 인사를 시켰겠냐고 했을 때야 비로소 그 의미를 알 만큼 눈치없는 저에게 조용히 나타나셨습니다. 그리고 항상 변치 않는 모습으로 우릴 대하셨고, 차갑고 답답하기만 할 것 같은 그 마지막 자리에 누워 계실때도 당신은 처음 보여준 바로 그 모습이었습니다.

만나야겠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용기와 시간을 내지 못한 것은 저의 부족함 때문입니다. 이번 설에는 반드시 쇠주 한잔 해야겠다고 다짐을 하였건만, 결국 내 욕심으로 당신을 그냥 보내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천추의 한(?)이 될 줄이야 누가 알았겠습니까?

靑天霹靂이었읍니다.
새벽녘에는 결코 울릴 리 없는 전화기를 집어 들었을 때 저도 그만 모르게 소리를 지르고 말았습니다.  그 말로만 듣던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이 이런 건가요...

커다란 망치로 얻어맞은 멍한 기분으로 잠시 있었는데,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1시간이 훌쩍 지났습니다. 비틀거리는 어머니를 모시고 장례식장에 도착하여 꽃 속에 묻혀있는 당신을 보고도 믿고 싶지 않았습니다. 언제든지 반갑고 다정하게 이름을 부르며, 훌훌 털고 일어설 것 같아 바닥에 뚝뚝 흘리는 굵은 눈물에도 애써 외면하였습니다. 둘째, 세째날의 여파로, 나흘째 되는 날 ! 저도 지독한 놈때문에 결국 병원신세를 지고 말았읍니다.

전주서 살다, 정읍으로 들어 갈 때도... 또 장수로 간다고 할 때도... 단순한 경제적인 문제만이 아니고, 생각이 많은 당신은 조용한 곳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마도 그 동안 저는 당신에게서 일부러 멀리하려 하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당신이 원하는 세상이 희미하게 보여도 일부러 당신의 꿈을 이해하려 하지 않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루고자하는 철학이 흐릿하게 보여도 애써 당신의 사상을 이해하고자 하지 않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건 제가 감히 당신을 이해한다는 것이 시건방진 일이라고 여겼고, 당신과 맞장(?)을 뜨기에는 너무나도 부족하기만 한 제 자신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아마도 당신에게 同志보다는 단순한 家族관계를 원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당신의 그 큰 뜻을 언젠가는 '이해'하는 날(?)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는데..., 이제는 그 '이해'를 놓고 예기 할 사람이 사라졌으니 이를 어찌 할까요...그래서 더 나는 서러웠습니다. 목 놓아 울고 싶었습니다. 다~~ 부질없는 짓입니다...
그러면 어쩔 건가요... 다시 살아 돌아 올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집에 돌아와 당신의 정성이 있는 글 하나하나를 찾아 곱씹어 봅니다. 한동안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던 ‘이수호위원장에게 보내는 서신’도 읽었고, 전주교도소에 속박되어 있을 때의 글도 읽었습니다. 당신 잘못은 없을 것이라고 막연히 추측하였는데, 꼬치꼬치 묻지 못하고 고개만 끄덕였던 저는 아마도 바보였던가 봅니다.

당신이 한동안 ‘반폭력’에 대하여 고민하고 있을 때 저는 미련하게도 조그마한 내 삶 하나도 주체하지 못하고 조그마한 먹을거리(?)로 아웅다웅하였음을 부끄럽게 생각합니다. ‘우리 동네 이주여성이야기’ 연재를 보고서, 장례식장으로 찾아오고, 논실마을학교에서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 난 사람...’이라고 울면서 노래를 부르던 이주여성들을 이해하였습니다.

당신이 써 내려간 글월 하나 하나에서 그 동안 고스란히 녹아있는 당신의 고단하고 힘겨운 삶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멀리서 강 건너 불구경하던 제가 부끄러워집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당신에게 묻고 싶은 말들이 자꾸만 생기는데, 이를 언제 어디서 답해 주실 건가요...

그래도 妹兄!
비록 제가 당신을 모두 이해는 못했어도, 당신을 뒤따르며 애도하던 많은 사람들 못지않게 살아생전 든든한(?) 당신의 후원자였음을 기억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잠을 자듯 조용히 누워있던 당신의 마지막 얼굴을 생각만 해도 콧등이 시큰해 집니다. 운전을 하다가 어이없게도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앞에서 눈물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이젠,
당신이 꿈꾸던 세상으로, 무겁고 두터운 짐을 벗어 버리고 편히 가십시오. 항상 잠이 모자라 힘들어하셨지요...

그 곳에서 편안히 깊은 잠을 주무세요.

2006. 02. 15. 새벽 3시

깊은 밤 당신을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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