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슴이 따뜻한 혁명가 조문익 ▒▒
 

아우에게 (10.01.09.)-열사여! 용산 열사여!

2010.01.10 06:55

조창익 조회 수:483



2010.01.09.토.

물구나무서서 보다
                       -정희성-

이것은 정말 거꾸로 된 세상, 이상한 나라의
황혼이 짙어지면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날기 시작하고
지금 집이 없는 사람들은 어떻게든 죄를 지어
겨울이 더 깊어지기 전에 서둘러
촛불을 들고 어두운 감옥으로 가리라
감옥 밖이 차라리 감옥인 까닭에


혼례식과 장례식

신랑 최진호, 신부 박수혜 동지의 혼인 그리고 양회성, 윤용헌, 이상림, 이성수, 한대성 용산 다섯 열사들의 범국민장.

두 예식이 겹쳤다. 나는 용산을 택했다. 아침에 전화로 신랑한테 오늘 참 결혼하기에 좋은 날이라 말하니 신랑이 하는 말, '오늘 날이 좋아야 한다고 빌었습니다. 용산 장례식 있잖아요!' '그래, 고마운 말씀일세! 내가 자네한텐 미안하지만 용산을 가야할 것 같네.' '아니요, 잘 다녀오세요!' 결혼식 알리는 이 중의 한 명이 나였다. 그런데 나는 11시로 알고 있었다. 주탁이 광주에서 내려와 함께 들러보니 12시로 되어 있었다. 이런 착각이 어디 있나. 10시 30분경 신랑 신부 얼굴을 보고 11시 열차를 타고 올라갈 계획이었다. 계획이 엇나갔다. 면구스러웠지만 출발을 해야한다. 주탁이 목포역까지 태워다주고 따뜻한 커피를 사주어서 맛있게 마셨다. 주탁은 대운 군의 혼인으로 빛고을로 올라가야 한다. 그와 아쉬운 작별을 하고 용산으로 향했다.

용산의 하늘은 어두웠다. 눈발이 희끗희끗 비쳤다. 남일당을 찾았다. 노제 생중계를 위하여 파란 화면이 길가에 설치되어 있고 인파가 몰려들기 시작하였다. 355일간의 투쟁. 애통 절통한 흔적들이 흩어져있다. 설치예술, 시인들의 글귀, 깃발, 구호, 허물어진 건물 곳곳에 피눈물의 기억으로 가득했다.

여기에서는, 이곳 남일당에서는
언어는 짧은 것이다. 여기에선.
무슨 말로 무슨 글로 이 원한을 풀어낼 것인가.
이곳에선 망자들도 산 사람도 말을 하지 않는다.
침묵의 공간 위로 하염없이 눈발이 휘날린다.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서 흰 눈이 춤춘다.
호곡하듯 남일당을 뒤덮고 있는 백설의 향연
모두가 상주인 민초들이 사슴처럼
목을 내밀고
열사들을 향해 그 맑은 눈길을 던지고 있다.
어서 오시라고
어서 달려오시라고
어서 살아 돌아오시라고

오늘도 저 지독한 정권은 열사들의 마지막 행진마저도 가로막는다.
'눈물 많은 대통령, 가슴은 차구나'
깃발은 절규한다. 이명박, 당신은 학살자라고.
여기 사람이 있다!
피의 절규를 화염으로 짓밟은 당신은 인간이 아니라고.
당신의 가장 큰 잘못은
내 부덕의 소치이니 내 잘못이니 용서해주라고 단 한마디 하지 않은 죄
우리는 당신을 생전에 단죄할 것이오.
이 미칠 듯한 백설의 군무
이 군중들의 거대한 침묵은 바로
그 시작이오.
용서하지 않으리.

355일.
열사여
살아남은 자들의 가슴 속에 역사의 망루를 세워두시고
떠나시는 열사들이여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기도밖에 없었노라고
단식으로 저승의 경계에서 돌아오신 신부님은 고백합니다.
그랬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그저 발 동동 구르고
당신이 테러리스트가 아니라고
당신이 너무 억울하게 가셨노라고
하늘에 대고 가슴치며 하소연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죄송합니다.
힘이 없어 죄송했습니다.
당신의 무혐의를 힘으로 입증할 수 없어서 죄송했습니다.
당신 앞에 저 파렴치한 권력자들을 무릎 꿇리고 백배사죄시키지 못해 죄송합니다.

열사여!
이제 떠나소서
남은 과업 부족한 우리에게 남겨두시고
부디 편하게 떠나소서
또 다른 355일들을 싸우고 또 싸워서
권좌에서 역사를 희롱하는 자들을
기필코 단죄하겠습니다.
수사기록 3천쪽을  반드시 펼쳐내겠습니다.
당신의 원과 한을 풀겠습니다.
거꾸로 가는 세상 바로 잡겠습니다.
백년을 천 년을 싸워서라도
기필코 희망의 망루를 세우겠습니다.
그러니
부디 편히 떠나소서.
영면하소서.
열사여!
열사여!

-목포, 광주에서 고재성, 김창현, 전봉일, 권혜경, 나리, 보람, 오경교, 김운수, 조창익, 박오철, 김성준, 박해영, 홍성국 등이 참석했다. 고재성, 오경교, 박오철 동지가 눈길에 운전하느라 고생이 많았다. 용산 영령들의 가는 길에 자그마한 힘이라도 되고 싶었다. 우리 모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