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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에게 (09.10.17) - 무안 해제 양매리 농활2009.10.19 14:54 여보게, 친구-. 양매리, 양평에서 어떤이가 내려와 매화나무를 심었다지 아마. 그래서 양매- 내 보기엔 양파에서 딴 '양'자가 더 어울릴 듯 한데 말이시. 어찌되었건 소위 농활이란걸 다녀왔다네. 양파 모종하고 난 후 플라스틱 모판을 걷어내서 묶는일. 이게 내가 했던 처음 일이고, 이 일도 제법 신경이 쓰이더라고. 민주노총의 이름으로 진보의 땅을 일구러 떠났다네. 그저 아주머니들은 말하기도 전에 워매- 이놈의 세상이 뒤집어서야헌디-. 허면서 한숨 내쉬면서 민노당을 말하고 세상을 질타하고- 만약 정치적 목적이라면 아니와도 될 마을이다 싶었지. 그래도 하루 해가 금방 저물갈 무렵 해제 해넘이가 갯바람 껄끄럽게 싹 몰고 서녘으로 들어갈 즈음에는 말이시 허리가 뻐걱거려서 일어나지 못할 정도로 집중해서 일을 했더란 말이시 팥밭을 맸더라네. 한 천 오백평은 족히 되어보였던 그 땅에서 영암군청에서 산업계장을 지낸 바 있는 입담 좋은 지부장님, 윤 국장, 최차장, 손 국장, 박 지회장 다들 입심 좋게 바람 속에 가난하지만 정직한 삶을 흩날려보내고 있었더라네 저 위쪽으로 신사 전교조 정 지회장, 김 선생, 민노당 김 조직, 참 귀한 사람들 눈매를 보는 행운의 주말이었더라네. 해제 양매 언덕을 쉬임없이 내려갔더라네. 그이들은, 저 아낙네들은 날마다 하는 일을 우리는 어쩌다한번 해놓고 나선 참 안쓴 근육썼다고 퍼걱거리며 막걸리도 마시고 횟감도 몇 점해대면서 희희덕거리며 음풍하고 농월했다네. 무릉도원이 따로 있당가. 어느 한적한 토요일 오후녘 우리는 몸을 뒤돌아보고 흙을 되새기는 귀한 성찰의 시간이었더라네. 내 어렸을 적 아비가 부르면 어떻게든 도망칠 궁리만했던 적 있었지. 이놈의 일을 하기가 싫었던 거야. 나보다 힘센 염소 풀뜯기는 것도 힘들었고 소 깔베오는 일도 힘들었어. 어려서부터 리어카끄는 일은 이골이났지. 지금은 눈물겹도록 돌아가고 싶은 유년의 발자취이지만 하- 그땐 말이시- 백수집 태선이는 부자여서 일안하고도 계란도 먹고 찐빵도 맘대로 먹고 텔레비전도 맘대로 보는데 흐- 밥 먹고 살았었는데 난 왜 그렇게 놀고 싶었는지 몰라. 내 친구 한섭이, 녀석은 집에 먹을 게 없어서 맨날 고추장만 먹었대. 그래서 똥을 싸도 맨날 피똥만 싸는 거야. 고추장색깔, 똥- 한섭이보면서 그래도 나는 낫다. 너보다는 내가 잘먹고 사는것 같다. 이렇게 위안했던 것 같아- 참- 그땐 왜그렇게 못먹고 그랬나몰라. 한섭이 아버지는 소팔러 장에 가시고 그렇게 해서 삼 형제 다 장하게 키우셨어. 이젠 돌아가셨지. 한섭이는 지금 광양제철 어딘가에서 일하고 있어. 오래되었네. 왜 지금 그가 생각나는지. 옆집 사는 귀한 친구였어. 쌈도 많이 하고. 녀석은 참 영리해서 한번은 욕하면 오원인가 십원인가 내놓기로 한적 있었지. 그런데 녀석이 내 공책을 가져가서 이름만 바꿔쓰고 지것처럼 쓰고 있는거야. 그래서 내가 야- 그거 내거다. 내놔라-. XX야- 한섭이는 '야- 증거있냐-. 증거있으면 대라-' 그리고 너 지금 방금 욕했지. 돈 내놔!! 옥신각신-. 난 그 때, 증거라는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았어. 거기에는 어떤 증거도 없었어. 그리고 돈도 빚지고-. 참 영악했어-. 그 순발력, 그 정도는 배워야한다고 생각했었지. 왜 이러는거야- 흙을 보면 녀석이 생각나서. 우린 논으로 들로 막 돌아다녔거든. 해제 양매리 그 너른 땅을 보니 녀석 생각이 나네. 콩밭을 보니 그 녀석 생각이나. 외국가서 돈벌어온다고 나갔다 들어온 꾀복쟁이 친구 정희도 보고싶고. 지금은 수목림 그득한 곳에서 유유자적하면서 나무가꾸면서 잘 사는데 요즘엔 연락이 잘 안되네-. 땅이란 정직해서 정성을 쏟아야 정당하게 응답하지. 땅한테 거짓말하면 안돼. 땅하고 싸우면 안돼. 땅은 물이야. 물을 거스르면 안돼. 땅은 모성이고 우린 거기서 나왔지. 다시 돌아갈 곳, 땅 위에서 우리가 제법 비칠비칠 팥밭을 한 두뼘 남겨놓고 다 맸을 때 민주노총 농촌봉사활동단은 흰색 티셔츠에 붉은 글씨로 써진 그 티셔츠를 땅거미에 허연 이빨처럼 훤하게 드러내보이면서 마을회관으로, 집으로 돌아왔더라네. 도농통합하면 농촌만 다 죽는다 함열사람들한테 가서 물어봐라-. 지금 피눈물 쏟고 있다. 통합되고 나서 후회해도 소용없다. 반대의 기세가 등등하다. 딱히 통합할 이유를 못찾고 있는 것. 정치꾼들의 사특한 이익에 눈감아버릴 양이 아니라면 핏대 올리는 사연에 귀 기울여야 할터다. 난 해제 양매리에서 고향을 보았어. 지금은 희미해진 옛사랑의 그림자처럼 아픈 고향을. 농활, 자랑스러운 동지들을 뒤로 하고 현경 바다를 끼고 돌아서는 길, 난 어디로 가는걸까-. 댓글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