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슴이 따뜻한 혁명가 조문익 ▒▒
 

아우에게 (09.11.23) - 단상

2009.11.24 05:20

조창익 조회 수:523

2009.11.23. 월.

새벽공기는 부드럽고 맑다.
신문 제목을 일별하고
한 바퀴 돌아와 사설을 훑는다.
단호하다.
다행이다.
이 정도는 나와줘야지.


단상

문득 뼈 속까지 스며드는 외로움에 몸이 떨릴 때가 있다. 이 짐 벗어버리면 난 행복할 수 있는 것인가? 사랑하는 후배가 물어왔다. 어떤 삶이어야 하는가? 나의 대답은 '전선에 서라' 였다. 무등산에 오른 사랑하는 동지의 전화. '꿈을 주시오'. 내가 말하기를 '우선 피켓들고 청사 앞으로 가보게!'  맞는 것일까? 배수의 진. 항우의 오천 군사. 외로웠을 것이다. 어찌 들꽃과 어울리고 싶지 않겠는가. 어찌 숲 속에 몸을 누이고 싶지 않았겠는가. 누항단표(陋巷簞瓢), 단사표음(簞食瓢飮)이라도 고요한 삶 원치 아니하겠는가. 부침의 순간에 생존을 다 건 이들의 몸짓에 정신이 확 든다. 외로움이 사치로구나.

남도택시

농성 70일째, 남도택시는 한 고비를 맞이하고 있다. 오늘 지노위에서 노동조합의 손을 들어주었다. 전액관리제로 하라!! 대원칙이 정해졌다. 참 다행이다. 사측은 비싼 돈 들여 공인노무사까지 데리고 왔는데 지노위는 사측의 논거를 반박하고 모든 것을 헌법과 법률에 의거하여 전액관리제가 맞다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세부적 조율을 위해 양측이 자료 보강하여 최종적으로 12월 초 결론을 내리기로 하였다. 이제 큰 고비를 넘겼으나 실제 싸움은 이제부터다. 전액관리제 상황에서 노동자측에 유리하게 틀을 짜내야 하기 때문이다. 농성장 일지로 도배한 사무실은 요상한 광경이지만 우리 눈은 이미 익숙해진 터라 포근하다. 그 안에서 동지들은 실제 기준 월급액 산출을 위한 계산에 한참 바쁘다.

강진의료원

늦은 시간 김진영 지부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도 국장과 면담 결과, 11월 중으로 전남대와의 의료협력기관 체결문제와 임금체불 문제를 해결하고 도지사 면담은 12월로 정하기로 협의했다는 전언. 그리고 이러한 약조 아래 1인 시위는 접기로 했다. 그래 잘 했다. 눈물겨운 노동자들의 행보, 우리는 이렇게 하루하루 힘겹지만 뚜벅뚜벅 걷는다. 그들이 자랑스럽다.

철도가 파업 준비중이다. 얼마나 힘들것인가? 김현우 집행부의 무거운 행보. 살필 일이다.
운수노조 25일 전국집회다. 공공노조 양대노총 합동집회가 주말에 열린다. 다들 무겁지만 힘찬 행진이다.

인쇄소에서 공보물을 만들고 있다. 초안 검토하고 돌아왔다. 89년 해직된 학교 제자도 있고 젊은 후배들이 인쇄일꾼으로 고생이 많다. 그들을 보고 있노라니 없던 힘도 생겨난다.

아들이 세상 공부를 많이 하고 있다. 새벽까지 자료를 뒤적이고 분석하는 치열함이 새삼스럽게 돋보인다.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 사방팔방 사념의 사냥에 바쁘다. 언변이 발달해가고 있다. 보고서를 작성했는데 흠집이 보이기는 하지만 조금 다듬어내면 훌륭한 필력이 되겠다. 동서양을 섭렵하고 입체적이고 조리가 있다. 나를 보기만 하면 머리 속에 든 것을 두 세시간 족히 풀어낸다. 나는 녀석의 강의를 듣다 꾸벅 꾸벅 졸기 일쑤다. 문익이 살았을 때 내게 그랬다. 온갖 지삭과 정보를 다 쏟아냈다. 나는 그 때 꾸벅꾸벅 졸기 일수였고. 내가 듣다가 졸다가 잠이 들면 내옆에서 잠들었던 문익. 이번에는 아들녀석이 대타다. 이 대목에선 문익의 현신을 보는 것 같다. 나는 행복한 아비다.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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