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슴이 따뜻한 혁명가 조문익 ▒▒
 

아우에게 (09.12.22)-공명(共鳴)

2009.12.23 06:24

조창익 조회 수:448



2009.12.22.화. 맑음. 동짓죽 먹는 날

공명(共鳴)

저 망치소리는
통곡

오늘
골리앗 크레인
또 한명의 노동자가 꽃잎처럼
떨어졌다.
뇌가 함몰되었다.

임금체불
올 여름 기나긴 천막투쟁
복직하던 날
태형 중공업 하청업체
다현 산업 오동길 동지는
쇠뭉치가 떨어져
발등이 함몰되었다.

단협 해지
고소 고발
100퍼센트 미국 자본
신문지 만드는 업체
전화 끊고
전기 끊고
인터넷 끊고 -
노동권이 함몰되었다.

내일은 또
무엇이 무너질 것인가

날마다
달마다
함몰되는 곳

삭풍-
피울음 가득한






-바람 불지만 해맑은 날, 대불산단 금속지회에 들렀다. 손민원 상담소장이랑 오동길 동지, 플랜트노조 조합원 동지 세 명이서 고철덩어리 콘테이너 사무실을 지키고 있었다. 휘날리는 깃발이 얼마나 반가운가. 저 깃발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얼마나 많은 피눈물을 흘렸던가. 오전에 금속본부로 올라간 사무처장 김영재 동지랑 통화한 바 있다. 고생이 많을 터이다. 위로의 전화를 하였으나 연신 회의와 투쟁일정에 지친 목소리였다.

입원 3개월 만에 강제 퇴원한 오동길 동지는 완치되지 않은 다리를 절뚝거리며 나를 반갑게 맞이한다. 손 소장은 예의 지혜로운 눈길로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환영하였다. 플랜트 동지는 오늘 일이 없다며 노동으로 휜 손가락을 연신 펴내고 있다. 울돌목 조류발전소를 자신의 손으로 건설했다며 뿌듯해했던 그였다.

현대 골리앗 크레인에서 노동자 한명이 떨어져 중태에 빠졌다. 손 소장이 전하는 말이다. 뇌가 함몰되었으니 살아도 산 것이 아니다. 생명이 위독하다. 오 동지 말은 그러면 죽는 게 낫다며 고개를 젓는다. 잠시 후 이보라미 의원이 문을 열고 들어온다. 의정 활동이 마무리된 시점, 마을별로 대동계 회장 선출하는 일정이 있단다. 마을 순회가 요즘 주요 활동.

보워터 정 지회장을 만나고 싶었다. 얼마나 답답할 것인가? 단협해지 이후 사무실 봉쇄를 통보한 사측,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여러 해동안 지회장의 주요업무는 검찰과 법원을 들락거리는 것이었다. 오늘도 검찰에서 전화를 받았다. 이번에는 다행히도 우리측이 이겼다고 한다. 5300만원 명예훼손 건이었는데 법원이 노동조합측의 손을 들어주었다. 최근에만도 수십 건이어서 전화로 일일이 설명할 수 없다고 했다. 무슨 말로 위로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내일 집회에서 만나기로 하고 대화를 멈췄다.

사무실을 빠져나오는데 가슴이 먹먹했다. 공단 쿵쿵 하는 망치소리가 통곡이다.

-택시동지들은 여전히 씩씩하다. 곽 동지는 오전 일과가 끝났다며 약주를 몇 순배했다며 얼굴이 벌겋게 취기가 올라있었다. 내가 묻기를 낚시갔다 왔는가? 아니요, 한 잔 했어요. 언제보아도 듬직한 동지. 내일 지노위에서 전액관리제 공문이 완성되어 나오면 완전히 한 고비를 넘기는 것이다. 설렌다. 노동부 중재로 사측과 노측이 24일에 만나기로 했다. 노동부도 나름 노력하는 것 같다. 제발 면피용이 아니길 빈다.

-사무국장 당선자 장윤창 동지는 군산에서 전화를 받는다. 대불을 떠난지 며칠 되었다. 연말 연시라 물량이 상대적으로 많다고 했다. 운전 조심하라는 당부의 말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민주노총 일 잘하라며 돈을 걷어서 내게 전달했다. 전교조 권 분회장의 노력 덕이다. 조합원 비조합원 할 것 없이 학교장, 교감까지 포함하여 한 명의 열외없이 수 십만원을 만들어가지고 왔다. 참 고마운 연대다. 택시, 철도, 금속, 삼성 노조 지원 등 용처를 정하여 투쟁기금으로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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