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슴이 따뜻한 혁명가 조문익 ▒▒
 

아우에게 (09.12.29.화)-불쏘시개

2009.12.30 04:49

조창익 조회 수:496





<위>28일 전교조 징계위 고재성 동지
<아래>29일 철도 징계위 김성식 수부 부부(해임)/나/김현우 지부장 부부(해임)

2009.12.29.화.맑음


불쏘시개

나 불쏘시개 되리
잔혹한 광풍
천지를 휩쓸어도
나 그저 불에 타
땅심 키우는 불쏘시개되리
내년 봄
어쩌면 아직도 싸늘한 봄날
얼어붙은 대지에 새싹 밀어 올릴
그 힘으로
다시 태어 나리


불쏘시개
아침 일찍 학교 교직원들은 제주도로 연수를 떠났다. 나는 제주행을 포기했다. 갈 수가 없었다. 맘 편히 여행을 즐기고 돌아올 자신이 없었다. 총력투쟁 기간이다. 거리와 동지들을 택했다. 어젠 전교조 고재성 동지 징계일, 오늘은 철도 김현우 동지 징계일이다. 징계의 와중에 함께 마음으로나마 고난을 나누어야 한다. 선전전도 있고 당 송년행사도 있다. 투쟁의 공간에 동지와 함께 하리라.

12시 지구협 사무실
공무원 나성군 동지와 박성철 등 상근동지들. 윤부식, 조영규, 이재원, 김현우, 김성식 등이 모였다. 오늘은 민주노총 공동 투쟁의 일환으로 선전하는 날이다. 특별 기관지가 내려왔다.

철도 상황이 궁금하다. 오늘 김현우 지부장의 징계가 진행된다. 아마 해임될 것이라고 말했다. 담담하게. 전국적으로 100 여명의 파면 해임. 수백 명의 정직 등 징계가 자행되고 있다. 정확하게 몇 명인지도 아직 집계가 되지 않는다.

길게는 철도 해고의 경우 6-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복직이 되질 않고 있다. 가정적으로 어려움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조직적으로도 압박감이 이만저만이 아닐터이다. 희생자구제기금이 바닥난지 오래다. 공사 측의 고소고발로 수백억이 넘는 돈이 주렁주렁 걸려있고 조직의 사활을 걸고 전투가 진행된 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런데 철도 동지들은 건재하다. 투쟁 에너지를 보존한 조직적 퇴각과 함께 3차 총파업 투쟁을 결의하고 있다.

공무원 상황은 어떠한가? 나 전 본부장 말하기를, 아직 징계가 유보된 상태라고. 신화균 해남지부장은 무혐의로 나왔다. 그러면 그렇지, 꼬투리 잡힐게 무에있나. 선무당 사람잡는 정권의 칼부림이 미친 짓거리임이 재판과정을 통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우리는 점심식사를 함께 했다. 옆 식당에 오랜만에 시켜먹었다. 이 정도면 반찬도 걸고 식탁이 풍성하다. 맛나게 먹고 커피도 한잔씩 돌리고 나섰다. 철도 양 김 동지는 목포역으로 우리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찾아 떠난다.

노동과 세계 선전작업
민주노총 기관지. 노동과 세계. 부영아파트 2단지. 최진호, 조영규, 이재원, 조창익 4명이서 신문 한 뭉치씩 들고 선전 작업에 나섰다. 내가 맡은 동은 203동. 1층에 열 가정. 6층까지는 한 장 한 장 테이프로 가가호호 정문에 붙이면서 방문했다.

왼쪽 팔이 서서히 천근만근 무거워져온다. 급기야 떨려오기 시작한다. 계단을 올라갈 때는 오른 팔로 들었다가 새 층이 나오면 왼팔로 옮겨 들었다. 신문 뭉치 250장이 이렇게 무거울 줄이야. 이제는 테이프로 붙이는 작업을 중단하고 접어서 문 입구에 놓기로 했다. 그렇게 꼭대기 층인 15층까지 건물 한 동을 온전히 걸어서 돌아 내려왔다.

몸에 땀이 몽긋몽긋 솟아나려한다. 그동안 아이가 빼꼼이 열어둔 문에 새어나온 예리성(曳履聲)에 고개를 내밀면서 직접 신문을 받아들고 들어간 경우도 있었고 외출하고 돌아오다가 마주친 초등학교 아이가 받아들고 들어가 주기도 했다. 신문을 직업으로 배달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힘들까하는 생각을 하면서 팔꿈치부위에 파스를 붙이고 다니는 조영규 동지를 떠올렸다. 조 동지는 옆 동에 신문 작업을 하고 있는 중이다. 봉고 차로 돌아왔다.

다 돌리고도 100여장 가까이 남았다. 주위 가게에 돌릴까 하면서 궁리중에 조영규 동지가 내려왔다. 그는 희색이 만면하다. 다 돌렸다는 것. 아니 어떻게 다 할 수 있느냐 물으니 다 방법이 있다며 묘수를 가르쳐준다. 신문을 왼편에 접어서 끼고 왼손에 테이프를 쥐고 오른 손으로 테이프를 적당한 크기로 절단하고 난 연후에 신문 중간 부위에 붙여가지고 그대로 문으로 가져가면 쉽게 작업 할 수 있다는 것.

농아원 이재원 위원장 동지는 낑낑대며 나보다 더 많이 남겨가지고 왔다. 바닥에다 놓고 테이프를 잘라서 붙이다가 잘 안되어 뭉그적대다가 마침 경비한테 연락이 와서 작업을 못하고 내려왔다는 것.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차이가 드러난 것.

조금 엄살을 부리자면 팔이 후덜덜 떨리고 쑥쑥 아려왔다. 최진호 동지도 다 소화하고 득의만만하게 돌아왔다. 나머지 신문은 내일 새벽 조영규 동지가 돌리는 신문에 신문간지 작업으로 소화하기로 했다. '국민 여러분, 살림살이 좀 어떻습니까?' 머릿 기사를 가정마다 붙이면서 호소하고 있었다. 제발 이 세상을 바꾸어내자고, 이렇게는 안 되겠다는 절박함으로 한층 한 층을 돌아다녔는데 얼마나 전달이 되었을지.

민노당 해상 송년회
장윤창 사무국장이 연락을 해왔다. 당진에서 이제 막 내려왔다고. 선전전 해야 하는데 어찌하면 좋을지를 물어왔다. 선전전은 끝났으니 밤 시간 당 송년회에서 만나자고 말했다. 배 이름은 마리너호. 목포에서는 수준급에 해당하는 해상관광용 선박. 150여 당원들과 가족들이 참여했다. 주로 가족단위였는데 아이들이 상당히 많았다. 다행히도 바람이 잦아들고 날씨도 온화하다. 2010 승리를 위하여! 송년회. 박명기 사무국장의 사회로 진행되는 여는 마당, 음식마당, 초청가수마당, 선상 소원마당. 마지막으로 닫는 마당에서 윤소하, 조창익, 김현우, 태원여객, 우선홍, 박기철 동지 들의 투쟁과 결의의 발언들이 이어졌다.

박상복 목여중 분회장이 가족들과 함께 참석했다. 무척 반가왔다. 그와는 2 년전 4박 5일 동안 다면평가 저지 분회 불퇴근 농성투쟁을 전개했던 인연으로 사흘밤낮을 함께 숙식했던 기억이 있다. 분회장으로서 고비고비마다 결단하고 투쟁했던 박 동지. 호남형인 그는 언제보아도 든든하다. 여기서 이렇게 만나 더욱 반갑다.

도토리어린이집 김태수 분회장의 제안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진보정당대통합, 하나가 되지 않으면 다 망한다. 정말 절박하다. 민주노총이 중심이 되어 진행해주면 좋겠다. 그렇지 않아도 총연맹에서 포스터가 도착했다. 최진호 동지가 송년마당이 다 끝나고 돌아가는 동지들한테 포스터 한 장씩을 건네주었다. 사무실 공간에 붙여놓고 서명운동을 전개하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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