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에게-작은 이야기 하나(09.03.06)2009.07.15 14:20 <장면 1> 동지! 오늘 수업 말미에 말이야- '타는 목마름으로'를 불렀어. 민주주의 단원이거든. 울컥 하더군. 설움은 목구멍으로 꾸역꾸역 밀어넣고 끝까지 불렀어. 내친 김에 '임을 위한 행진곡'도 부르고 다음 시간에 '잠들지 않은 남도'도 부르고 그 다음 시간에 '마른 잎 다시 살아나'도 부른다고 했어. 타이핑하고 인쇄해서 나눠줬어. 아이들아- 민주주의는 말이야 피를 먹고 자라는 나무래- 아직도 떨리고 있어. 피를 더 먹겠다고- 중 3 아이들- 눈이 휘둥그레해졌지. 숨죽이며 쫑긋- 아니 저 선생님- 무엇하시나? 아이들한테 말했어. 애들아- 나 좋은 선생되고 싶어. 근데 두려워 날이갈수록 잘 모르겠거든. 50년을 넘게 살아버려서 열정도 식어가고 변화에도 둔감해지고 애들아- 그래서 미안해 나 부족하거든 그러니까 너희들이 나 좀 가르쳐줘- 배우는 방법도 가르쳐주고- 가르치는 방법도 가르쳐주고- 입으로만 선생이고 몸으로는 선생이 아니면 안되쟎아 학교가 고장난 인큐베이터 같아- 어른들은 너희를 맘대로 미숙아로 규정했지. 햇볕도 조금 주고 물도 맘대로 못먹게 하고 발걸음도 제한하지. 머리 속 정보는 정밀하게 재단해서 주입한단다. 가장 확실하게는 공동체 유전인자를 제거해서 인간임을 망각하게 하고 소통과 관계를 소멸시키지. 학교가 사회가 고장났어. 어떻게 해야겠어? 뚜껑 열어야지. 함께- 고장난 인큐베이터 뚜껑 열고 들로 산으로 광야로 나아가자. 어디가 잘 못되었는지 그것부터 알아보자 선생님 오른 손에 든 교과서는 참고서이고 왼손에 든 신문이 교과서야- 그리고 이 두가지 다 극복한 너희들이 희망의 교과서야- 맞아- 너희가 희망이야 너희가 미래야- 확실히 그래- (사회과 학습카페 '행복중학교'에 가영이가 이런 글을 올렸어요.) 선생님 하세요 3학년 7반 29번 최가영입니다 앞으로 사회점수가 많이 낮았는데 이번에 선생님이랑 같이 열심히 사회공부해서 성적을 높히도록 노력할게요 오늘 노래 정말 잘 부르셨어요 等up 신청할게요 <장면 2>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해거름녘, 목포 엠비시에 갔어. 7,8기 노조 집행부 이취임식장. 새 집행부의 결연한 의지를 읽고 감읍하고 돌아왔지. 총파업- 100 일투쟁- 구속도- 해직도- 모든 것을 걸고 투쟁하겠다는 집행부 동지들이 고마웠어. 모름지기 지도부는 다 던져야 해- 그들이 몸으로 말하고 있었어. 긴 겨울 가뭄에 초봄 단비였어- 식장을 나올 때 밤 공기마저 고마웠어. 동지들의 열기에- 그 희망에- 2009.03.06 자정을 넘기며- 댓글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