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슴이 따뜻한 혁명가 조문익 ▒▒
 

아우에게 (09.12.08) - 월급날/택시투쟁 85일째

2009.12.09 06:38

조창익 조회 수:480



2009.12.08.화.맑음

월급날

오늘은 월급날
어찌 기분이 꿀꿀합니다.
오늘도 택시 동지들은 벌써 석달 째
임금액 제로의
월급 명세표를 가지고 나타납니다.
웃음을 잃지 않고 있지만
속살은 짓뭉개져 있을 것입니다.
나는 온 몸이 쓱쓱 아려옵니다.

동지들 곁에서
나는 넘쳐서 죄스럽습니다.
나도 가난하고 허기진데
늘 넘치게
만들어주는 동지들이
안쓰럽습니다.
나도 속이 아리고 곪아있는데
늘 달관하듯
만들어주는 동지들이
고맙습니다.
           -오늘도 없는 돈 쪼개서 투쟁기금 함에 이틀분 5천원을 넣는 택시 동지를 바라보며-

-중식시간. 박광웅, 서창호, 박심배 등 지역 어르신들과 민중연대, 정당, 시민사회단체 대표자들이 모였다. 장옥기 본부장 후보의 방문과 더불어 조직된 모임이다. 나는 급식소에서 숟가락을 들고 있다가 연락을 받고서 음식을 입에 넣지 못하고 식기를 비웠다. 시간이 애매했다. 내가 식사를 하면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할 것 같아 중단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시장기가 있었으나 참고 나갔다. 10여 명이 앉아계셨다. 다들 한마디씩 하시고, 내가 마지막에 후보로서 인사를 드렸다. 노동자 민중의 세상 위한 힘찬 진군의 길 강조하였다.

-1시 30분, 우리 일행은 남도택시 농성장으로 옮겼다. 택시 동지들이 오후 일과를 시작하기 위하여 삼삼오오 모여있다. 후보들의 정견발표에 이어 질의응답시간 등이 진행되고 남도를 빠져나왔다.

-2시 30분, 신안군공무원노조. 싸움이 진행 중인지라 신경이 쓰이는 모양이다. 간부들은 후보들의 순회를 신중하게 받아들였다. 불필요한 마찰이 예상된다는 뜻. 윤 본부장께서는 모든 것을 걸고 싸우겠다는 입장. 순회를 유보하였다. 대신 담소를 충분히 즐겼다. 투표율을 100 %에 가깝게 달성하겠다는 말과 함께.

-4시, 지구협 사무실. 청소를 못해 어지럽다. 우편물은 쌓이고 폐지도 수북하다. 철도동지들과 만날 시간까지는 조금 여유가 있다. 이제 식사를 할 수 있겠다. 나는 거른 점심을 위해 사무실 건너편 중국집에 우동을 시켰다. 뜨뜻한 국물에 면발이 쫄깃쫄깃하다. 맛있었다. 우동 먹는 동안 동지들은 탁구 시합을 즐겼다. 장옥기 후보께서는 연일 강행군에 고단하였던지 의자에 앉아 눈을 붙이셨다.

-6시 철도사무실, 철도동지들과 지부대표자들이 모여들고 있다. 20여명 앉아서 간담회가 진행되었다. 자기 소개, 철도투쟁 상황을 공유하고, 2차 파업 당시 조직적 결의와 퇴각 그리고, 3차 파업의 조직화를 향한 과정을 설명하는 김 지부장, 농아원 상황, 남도택시 상황, 법원노조 상황, 전교조 상황 순으로 공유하고, 후보로서 조창익, 장옥기, 박주승 순으로 발언하였다. 1 시간 30분 여 흘러 저녁 식사를 위해 자리를 옮겼다.

-8시 30분 식사 종료. 장 옥기 박주승 동지 숙소를 마련하고자 숙박시설을 이용하려 하니 끝내 투쟁하는 동지들과 함께 동참하겠다며 철도 농성장을 고집하시는 두 분 동지. 결국 그렇게 하기로 하고 나머지 일행들은 동지들을 경외심으로 남겨놓고 돌아섰다. 고윤혁 전교조 신안지회장을 남악 집 앞까지 동행하고 나는 택시 농성장으로 향했다.

-투쟁 85일째, 택시 농성장, 냉기가 흐른다. 난방기 하나 없이 맨바닥에 전기장판 하나로 버티는 동지들이 안쓰럽기 그지 없다. 더구나 오늘 월급일인데 열외없이 임금액 제로다. 내가 다 민망할 정도였다. 세 번째 제로. 석달간이나 돈 한 푼 없이 일을 해왔다. 언젠가 되돌려 받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여기에서 무릎꿇고 끝낼 수 없기 때문이다. 익숙해져버렸다. 기분들이 꿀꿀하실 터인데 웃음을 잃지 않아서 다행이다.

오늘 당번은 김 동지이신데 언제나 생글생글 만면에 미소가 가득하시다. 우 분회장 얼굴이 많이 여유가 있어보여 좋았다. 전액관리제가 눈앞에 다가왔다. 그야말로 민주노조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고 있다. 파장이 클 것이다. 목포 시내 사측뿐만 아니라 전국에서도 주목하고 있을 터. 동지들에게 말했다. 평택 투쟁 77일과 남도택시투쟁 85일, 양과 질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본질은 다르지 않다. 임금액 제로 3개월째, 투쟁의 중심을 확고히 하고 전선에서 몸 바쳐 오신 동지들의 투혼에 감사드린다. 어찌 말로 위무가 될 것인가?

극점에서 서 있는 동지들, 그 당당한 발걸음에 다만 감사할 뿐. 곽 동지는 내일 오프인데 밤 시간에 저 먼 바다로 낚시갈 채비를 한다. 여유있는 모습에 또한 감사했다. 그가 잡아올 꽁치가 벌써부터 눈에 아른거린다. 윤부식 동지와 함께 10시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당번 김 동지만 남겨놓고 나오려니 자꾸만 뒤가 무거워졌다.

-강진 의료원 지부장이 도의회 교사위원회 위원장과의 약속이 있다하여 들어갔는데 첫 약속과는 달리 몸을 피해버렸다는 전언이다. 다른 선을 통해 항의하니 솔직히 부담스러웠다고 그래서 피했다고 말했단다. 애초에 약속을 하지 말던지. 자료를 보완해서 오면 좋겠다고 그리고 노사가 조금 더 가까워지도록 노력하면 좋겠다는 말도 덧붙였다고. 우리 쪽말은 처음 듣는 것이니 어쩌면 그 전에 원장말만 듣고 왜곡된 정보를 많이 갖고 있을 듯 싶은 배경의 발언들이다.

-민주노동연구소 박승호 소장한테 전화가 왔다. 삼성 재벌 문제. 권력의 뒤편에서 음흉한 미소짓고 배후조정하는 세력, 재벌 문제가 사회의제에서 제외된 듯하다. 그런 측면에서 삼성일반노조 활동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사무실 임대비용과 운영비용 모금활동 하고 있다. 10만원 기금하고 매월 1만원 시엠에스 회원 확보운동을 벌이고자 한다. 협조해달라. 메일 보내라고 했다. 작은 힘이라도 된다면 기꺼이 연대해야 한다. 삼성일반노조 지부장은 사측의 악랄한 방해공작에도 불구하고 전선을 이탈하지 않고 투옥을 서너차례 불사하고 투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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