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슴이 따뜻한 혁명가 조문익 ▒▒
 

아우에게 (09.12.10)-선거운동 혹은 선거투쟁

2009.12.11 01:16

조창익 조회 수:455



2009.12.10. 목. 흐림

선거운동 혹은 선거투쟁

오늘 후보로서 나는 게으른 행보
우중충한 하늘만큼이나 가라앉고 싶다
안개 낀 항구도시
하굿둑 빗길 귀가 행렬 사이에서
길 잃은 아이처럼 서성대고 있다.

엄중한 시기,
선거가 투쟁이면 바람처럼 구름처럼
현장으로 달려가야 하건만
내 발길은 멈칫멈칫 뒤뚱거리기만 한다.

왜 일까
유권자-
조합원-
조직-
파업-
투쟁-
탄압-
안주-
관료화-
거리두기-


감성의 격차-
전선의 격차-
언어의 격차-
그 간발의 차이

내 작은 한 몸
앙당그레 움츠린 어깨 위로
빈 하늘이
안쓰럽게 내려와 앉는다.

-전선은 언어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공중에 흩어지지 않는다. 깡깡한 차돌처럼 제 빛을 발하는 언어가 그립다. 모든 사업장에서 제대로 된 투쟁, 제대로 된 파업-. 꼼지락거리지 않으면 죽어버리는 신비로운 단어들. 소담스러운 속삭임을 어찌 찬양하지 않으리. 어찌 꽃 이름 붙여가며 노래하고 싶지 않으리.

-나 좋다고 내가 보고 싶다고 무턱대고 현장을 찾아 나설 수 없다. 동지들의 바쁜 일상 속에서 노동조합 활동이 아주 부차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당위로야 노조가 대안으로 중심에 선 질서이면 좋겠지만 어디 그런가. 사람 일이. 바쁘다고 바늘귀에 실을 묶어 쓸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다들 부담스러워하신다. 민주노총이. 어쩌면 삶이 버거운지도 모르겠다. 나는 괜스레 죄스러워진다.

-추적추적 비가 내린다. 소주 마시고 싶은 이들 많겠다 싶었다. 택시 농성장으로 향했다. 길 옆 치킨 집을 지나는데 냄새가 코를 찔러 동지들 생각이 나 10여분 남짓 기다려 튀긴 닭을 사서 따끈따끈한 상태로 비닐에 담아 챙겼다. 슈퍼에 들러 큰 페트 병 맥주 두통도 사가지고 함께 담았다. 동지들은 반겨 맞이하였다. 날도 꿀꿀한 데 입맛 다실 것이 나타나 반색하는 눈치였다.

곽희종 동지가 어젯밤 흑산 바다 나가서 농어 잡아오기로 했는데 돈만 날리고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고 투덜거린다. 언제보아도 참 듬직한 동지다. 농성장에 들러 몇마디 나누면 내 가슴엔 어느덧 철벙철벙 눈물의 강이 흐르고 만다. 동지들은 오늘도 빈 지갑을 털어 투쟁기금을 모은다. 천원 2천원---. 누가 이제는 이 투쟁을 기억하지도 못한다. 나는 90일을 맞이하는 택시노동자들의 선한 투쟁에 빚진 마음으로 들락거리는 것이다.

아침 일찍 윤부식 동지한테 전화오기를, 100일을 맞이하면 지부 돈 얼마 있는 것으로 택시동지들 투쟁 기념으로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조촐한 연말연시 자리를 마련하자고 했다. 나는 좋다고 말했다. 몇 순배씩 돌리는 사이 나는 조영규 동지한테 전화를 받고 밖으로 나섰다.

-오 목사님한테 전화가 걸려왔다. 목과대 전성렬 교수의 징계 문제가 신문에 났는데 어찌된 일이냐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 궁금해서 연락하셨다. 전 교수께서는 사학비리척결전남시민행동 공동대표직을 맡고 계시고 성화대, 대불대 등 인근 대학 교수 탄압과 관련하여 활동하고 계시는데 사학민주화운동을 하면서 탄압을 심하게 받고 계신다. 지난 7월에 견책을 받았는데 재단에서는 교수들을 동원하여 징계촉구 서명운동을 하는 등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참 민주교수에 대한 사립학교의 횡포는 총보다 무섭다.

성화대 케이교수한테 연락을 취하여 상세한 정황을 물었으나 대강의 틀만 인식하고 계셔서 전 교수께 직접 전화를 걸었다. 전 교수님께서는 아직 구체화되지는 않고 있으니 조금 더 지켜보자고 말씀하신다. 상황이 여러 가지가 있으니 섣불리 건들면 긁어부스럼되지 말란 법이 없겠다 싶었다. 사실 우리의 힘이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면 덤벼볼만 한 것인데 칼자루를 저쪽에서 쥐고 있는 형국이니 당분간 이렇게 갈 수 밖에 없을 듯 하다. 법적 대응을 중심으로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말 가슴이 답답하다. 나는 곧 바로 오 목사님과 민중연대 집행위원장한테 상황을 설명하였다.

-인터넷 알라딘 서점에서 며칠 전 주문한 도서, '지금 내리실 역은 용산참사역입니다' 최영미의 '내가 사랑하는 시', 창비시선 '걸었던 자리마다 별이 빛나다' 세권의 책이 도착했다.
-항도여중 박계선 분회장한테 문자가 오기를, 11일 오후 2시에 손석춘 강의가 있다고 하였다. 참석할 예정이다.
-내일 있을 목천 강수남 사부님의 개인전 사진출사를 차용훈 선생한테 부탁하였다. 흔쾌히 수락해주었다. 고맙다.
-옆 오피스텔에 기거하는 정 선생이 만나자고 연락이 왔으나 늦게 확인하는 바람에 지나버렸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23 아우에게 (09.12.20)-어떤 기념일 file 조창익 2009.12.21 509
322 아우에게 (09.12.19)-당선인사/창이 되고 방패가 되겠습니다. 조창익 2009.12.20 478
321 아우에게 (09.12.18)-답설야중거 file 조창익 2009.12.19 696
320 아우에게 (09.12.17) - 함박 눈 내리는 날, 아우에게 file 조창익 2009.12.18 442
319 아우에게 (09.12.16.수)-첫 눈 file 조창익 2009.12.17 489
318 아우에게 (09.12.15)-선배 조창익 2009.12.16 482
317 아우에게 (09.12.14)-전선 일꾼들의 자맥질 file 조창익 2009.12.15 489
316 아우에게 (09.12.13.일) - 세계이주민의 날에 부쳐 file 조창익 2009.12.14 478
315 아우에게 (09.12.12.토)-조직, 어떤 희망 file 조창익 2009.12.13 456
314 아우에게 (09.12.11.금) - 또 하나의 길, 書道 file 조창익 2009.12.12 535
» 아우에게 (09.12.10)-선거운동 혹은 선거투쟁 file 조창익 2009.12.11 455
312 아우에게 (09.12.09)-탈레반 조창익 2009.12.10 441
311 아우에게 (09.12.08) - 월급날/택시투쟁 85일째 file 조창익 2009.12.09 436
310 아우에게 (09.12.07)-철거 file 조창익 2009.12.08 447
309 아우에게 (09.12.06) - 겨울, 고향 기행 file 조창익 2009.12.07 486
308 아우에게 (09.12.05)-참화 조창익 2009.12.06 525
307 아우에게 (09.12.04)-눈물이 내 실탄이다. file 조창익 2009.12.05 514
306 아우에게 (09.12.03)-단두대 조창익 2009.12.04 465
305 아우에게 (09.12.02)-새벽 눈물 조창익 2009.12.03 478
304 아우에게 (09.12.01)-동지는 보석이다 file 조창익 2009.12.02 5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