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슴이 따뜻한 혁명가 조문익 ▒▒
 

아우에게 (09.12.13.일) - 세계이주민의 날에 부쳐

2009.12.14 02:53

조창익 조회 수:507



2009.12.13.일.맑음

이주민의 날에 부쳐
-어글리 코리안 드림-

한 발짝 만 떼면
다 이방인이요
낯선 땅 이주민인데
어찌 저들만인가

어느 해
해남 산이 월동 배추밭 그 추운 겨울날
출입국공무원들 인간사냥으로
현장에서 즉사한 중국사람 여풍산 씨
아내와 모친의 호곡을 기억한다.
증인도 없이 부검해버린
한국정부의 인권 제로, 반인륜 앞에서
불처럼 타오른 마른 피눈물
경찰서 찬 바닥을
통곡으로 적시었다.

맨손으로 철근 덩어리 실어 나르다
손가락 휘어져 펴지질 않는 로돌포
한뼘 땅 사서 조그만 오두막집 짓는게 꿈이었던 로돌포
드림코리아 3년 일했으나
위장폐업으로 끝내 퇴직금 받지 못하고
귀국해야만 했던 로돌포
비율빈에서 가끔 날아드는 편지 앞에서
나는 죄인처럼 몸둘 바를 몰라한다.
아직 조금 기다려봐-로돌포
수가 있겠지-
알아볼께 로돌포-
저번 메일에다 한 말 또 붙여서
보내고
또 보내고-
연금공단 담당자는  난색을 표명하는데
아-
인권을 위장한 나라
코리아
노동권을 폐업한 나라
드림 코리아

쇠뭉치 맞아 허리 다친 변호사 란달프
산재처리 하지 못해
부평 어딘가 친구따라 올라간 란달프
유달리 눈이 크고 영리했던 란달프
그의 친구들은 비율빈서 다 변호사
눈물을 잘 흘렸던 란달프
부평서 걸려온 전화는 늘
촉촉히 젖어있었지.

사슴농장 사장한테 회초리로 두들겨맞고
뛰쳐나온 로히터
고창 어디선가 농장일로 고생하고 있을 로히터
그의 팔뚝에 난 상처
멍든 가슴에 난 상처에
키쓰해주고 싶던 로히터
내 수업시간에 로히터는
스리랑카 고향 생각에
눈물을 비쳤었지
고향보다
더 서러운 이국의 설움 때문에
왈칵 눈물을 쏟았었다.

18년 살아도 강제출국 당한
네팔 사람
홍세화의 친구 미누는
지금 어느 하늘아래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나?

베트남 스무살 처녀는
육십 남편의 폭력에 자살을 하고
필리핀 새댁 누구는 못살겠다고
집 뛰쳐 나와
목포 시내 피시방에서 죽고 싶다고
메시지를 보내온다.
살려달라고 호소한다.

티비는 언제나 성공한 이야기
고향마을 감동의 눈물 소식
화목한 말만 번드르르하고
강간,
임금체불,
토끼몰이,
차별-
억압-

옹색한 언어는 한마디 없고
비통한 처지 호소하는 말은
어디에도 보이질 않누나

이주민의 날-
생색내기 행사 하지 마세요
동원해서 사진만 찍지마세요
시장님, 도지사님 지루한 말씀만 하고
우리 말 듣지도 않는 행사 하지 마세요
이제 우리 알아버렸어요
실적 재료로 써먹지만 마세요
드림 코리아 아니예요
어글리 코리안 많아요

나는 사람이고 싶어요
나도 인간답게 대접받고 싶어요
노동권 보장하고
노동 3권 보장하고
노예 제도 고용허가제 폐지하라
인간 사냥 불법단속 중단하라

인권이다.
나는 사람이다.
나는 인간이다.

-이주민의 날이 18일이다. 오늘 서울역에서 집회가 있었으나 가보질 못했다. 참석하고 싶었다. 2007년이 유엔이 정한 60주년이었으므로 올해는 62주년이다. 세계화의 그늘이 너무도 깊고 넓다. 저항으로 그쳐서는 아니되고 건너서 공동체로 나아가야 한다. 언제, 어떻게- 그 먼 길 갈까?


<뿌얼 차 한 잔>

어제 오늘 차를 여러 잔 마셨습니다. 제자가 선물한 중국 운남성 어느 골짜기에서 건너온 뿌얼차 한 줌을 따끈한 물에 우려냈습니다. 짚시락물 같기도 하고 시큼한 맛이 좋다고 하니 좋은 향으로 입안에 남겼다가 목구멍으로 넘기곤 하지요. 몇 번을 우려내도 제 색조를 잃지 않으니 보통 차는 아닌갑다 했지요. 올 4월에 만들었으니 제조연월일은 내 후년까지로 표기되어 있는데 그 때까지 기다리기는 어려울 듯 한데. 오늘 티비에서 운남성 이천칠백년 차나무를 비치고 뿌얼차를 말하고 차신(茶神)을 섬기는 화면이 나옵디다. 저 먼나라 심원의 계곡에서 날라왔을 저 뿌얼차를 들여다보며 화면 속 저 노인네의 거북이 등껍질처럼 갈라진 손바닥을 보고 깊게 패인 주름살에 비친 세월의 지도를 보고 떠난 사랑 그리워하듯 찻잔을 들여다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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