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슴이 따뜻한 혁명가 조문익 ▒▒
 


2009.12.17.목.눈

아우에게

아우야-
여긴
눈 온다
니가 내려 보낸 것이냐

섬진강 흐드러지게
지리산 흐벅지게

나는 무얼 올려 보내리



-문익아. 술취한 항구도시에 첫눈이 내린다. 어제부터 오늘까지. 날이 차서 산골 부모님께 기별하니 바람이 웅웅거려서 출입을 삼가고 계신단다. 저번 김장 담그실 때 보니 두 분 다 좋아보이셨다. 어머님은 큰 병원에서 어제 다시 정기 시티촬영 하셨단다. 약도 타 오시고. 거동하시는데 큰 불편이 없으시니 정말 다행이지. 놀라울 정도로 회복하셨어. 재활 의지가 강하셨던게지. 고마울 따름이야. 술 한잔 했어. 니가 보고 싶어.

-도청에 들렀다. 행정부지사를 만났다. 민주노총 임원 선거에 정부가 개입하여 공무원노조 조합원들 투표행위 자체를 방해하는 부당노동행위에 항의하기 위함이다. 우리 일행은 여섯인데 네명만 면담이 가능하다 어쩌다 해서 초반부터 신경전이 벌어졌다. 타협해서 공노조 사무처장만 비서실서 대기하고 장 본부장 후보, 해남지부장, 조직국장, 공노조 사무차장, 공노조 전남본부장 그리고 나 다섯명이서 부지사실에 착석했다. 도청 쪽에선 부지사와 담당 공무원 세명이 배석했다.

우리는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인 자주적 투표행위에 지배개입하여 법적 근거도 명시하지 않고 무조건 이러쿵저러쿵 하지말라 강요하고 엄벌운운하며 협박하는 행안부 지침이 불법인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또한 전라남도가 행안부 지침을 앵무새처럼 아무런 자율적 판단없이 토씨 그대로 하달한 행위에 대하여 심각한 유감을 표명하였다. 설전이 오갔다.

부지사는 시종 행안부에 책임을 미루었고 우리는 행안부지침이 불법부당하니 만약 민노총선거가 무산되는 사태에 도달한다면 민주노총으로서는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천명하였다. 부지사는 즉시 우리의 지적을 기록하고 행안부에 질의해서 서면으로 답변을 주기로 하고 면담을 마쳤다. 면담을 마치고 도청 앞 조선옥에서 식사를 함께 하였다.

-전남교육희망연대(준)가 발족하였다. 200여명이 모였다. 10여명의 공동준비위원장이 호선되고 목적, 임원, 조직, 회의 등이 담긴 준칙이 통과되었다. 사업계획이 발표되었는데 동어반복이 많고 특기할만 내용이 없어서 보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반가운 이들 많이 만났다. 선식, 원천이 동부에서 빌린 차로 함께 건너왔다. 신 동지는 내게 23일 일제고사 투쟁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물어왔다. 답답했다. 어찌 해야 하나? 돌아갈 때 눈이 흠뻑 내리고 있었다. 어수선하여 떠나는 모습도 보지 못하고 박성철 공노조 사무차장이 운전하는 차로 공노조 윤 본부장과 함께 시내로 들어왔다.

-차에서 내려 돌아오는 길, 아까 연대 출범식에서 본 전국농협노조 전 위원장 임 동지 부부를 다시 만났다. 임 동지는 진보신당 전남도당 집행위원장일도 함께 보고 있는데 국밥 집 앞에서 우연히 조우하여 함께 식사를 하게 되었다. 정말 반가왔다. 언제 한번 보고 싶었는데 눈 오는 날 이렇게 만나다니. 그렇지 않아도 일전에 지금 하고 다니는 고운 목도리를 선물 받아서 화답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참에 국밥에다 소주 한병, 맥주 한병을 놓고 정담을 나누니 속이 후련해지고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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