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에게 (09.11.16) - 정운찬의 무릎2009.11.17 03:55 2009. 11. 16. 월. 맑음 무릎 다들 화들짝 놀랐습니다. 저 사람이 무릎을 아무데서나 꿇는구나 초등학생 벌 서듯 참 애처롭구나 일국의 총리가 저렇게도 하는구나 용산 참사 가족 앞 에서는 양반다리로 편안하게 앉아서 거짓눈물을 보이더니 일본 관광객 유족 들 앞에서는 저렇게 무릎을 꿇을 수도 있구나 저것이 국제 문법인가 죽은 사람은 똑 같은 것인데 대접이 다르구나 저럴 수도 있구나 저럴 수도 있는거구나 도덕성 검증으로 이미 만신창이가 된 정 총리, 본 모습을 되찾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애초에 전향이니 변절이니 하는 용어가 고급스럽다는 비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사상적 충만이 전제되어야만 가능한 용어, 행위자의 동태(動態)를 관찰자의 정태(靜態)가 포착한 언어, 변절과 전향. 우리는 사실 그를 잘 모른다. 하지만 이제 느낀다. 그는 변절자도 전향자도 아닌 본래 출발한 지점에서 가진 애초의 모습을 가고 있는 것이로구나. 변절도 아니고 더구나 전향은 더욱 아닌 그의 행보가 자연스럽게 몸체를 드러내면서 현 정권의 코드에 매우 적합한 인사였구나 하는 생각이 날마다 드는 것이다. 용산, 세종시, 대운하, 일본 유족 -. 그의 풀기 없는 언어, 그 무표정. 유족들 앞에서 적어온 수준까지만 읽어가면서 사죄하고 용서를 구하는 정치 앞에서 정치의 덫, 혹은 정치적 올가미에 목을 집어넣는 형상이 떠올라 참 안타깝기 그지없다. 하루하루 인간적, 정치적 고뇌가 크겠지만 몸집 가운데가 텅 비어있어 가슴을 때리고 또 때려도 메마르고 공허한 울림조차 생략된 종이 인형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그에게서 감동이 새어나오는 정치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인가? -여전히 바람 끝이 차다. 용산 참사 300일, 뚜렷한 진전은 커녕 기만과 협잡으로 일관하는 정부에 대한 실망감은 날이 갈수록 도를 더하고 있다. 나는 오늘 용산의 원혼을 달래고 정부에 대한 최소한의 항의의 표시로 몸자보를 입고 다녔다. 기획회의에도, 전체회의 시간에도. "용산참사 해결하라!" 아이들 앞에서도 교사들 앞에서도. 복도를 걸을 때도 시험 감독을 할 때도, 점심식사를 할 때도 입고 다녔다. "책임자 처벌, 진상규명-". 생소한 표현 앞에 아이들은 내 앞에 와서 무슨 말이냐고 묻기도 하고 팔뚝질을 해대며 응원하기도 하였다. -부식한테 연락이 왔다. 민주노총 장옥기, 박주승 전남본부장, 사무처장 후보와 내일 오후 6시에 면담약속을 잡아놓았다고 한다. 일과가 끝나고 몸이 오슬오슬하여 집으로 일찍 들어왔다. 옷을 입은 채로 이불로 들어가 몸을 따뜻하게 했다. 조금 나아졌다. 댓글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