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슴이 따뜻한 혁명가 조문익 ▒▒
 

<시> 쓸쓸한 날의 춤

2006.05.02 01:54

봄밤 조회 수:986

쓸쓸한 날의 춤
- 연화리 시편 33

곽재구


타고르
연화리로 와요

그곳에
쓸쓸한 날들이 있어요

쓸쓸한 날은
우리에게 상처를 주지요

타고르
연화리로 와요

그곳에서 함께
작은 나룻배를 타요

내가 삿대를 잡고
당신이 키를 쥐어요

상처받은 마음들이
강을 만날 때

강물들이 들려주는
손풍금소리를 들은 적 있으세요

손풍금소리에 맞춰
상처받은 마음들이

춤추는 모습을
본 적 있으세요

타고르
연화리로 와요

그곳에 작은 나루가 있어요
그곳에서 함께 춤을 춰요

꽃보다 먼저
마음을 주고

길게 사랑했던
사람 떠나간 뒤

젖은 눈앞에
상처방은 세상의 끝이 보일 때

타고르
연화리로 와요

그곳에서 우리
춤을 춰요

한 방울의 잉크와
세 방울의 눈물이 섞인

그날의 엽서보다
따뜻한 춤을 춰요

연둣빛 강물이 들려주는
손풍금소리에 맞춰

그날의 사랑보다
사랑스런 춤을 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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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2월 스물 몇번째의 생일날 조선배에게서 생일선물로 받은 시집에서 옮겨봅니다.

민중연대회의 수련회가 끝난 어느 봄날, 지리산 근처 산수유 꽃을 보러 갔었지요.
열 몇명의 사람들 모두 봄 향기와 작고 노란 꽃에 흠뻑 취해서 시간 가는줄 몰랐지요.
그날 그 꽃과 그 냇물의 봄빛처럼 참 맑은 물살같은 선배가 떠오릅니다.
청주로 면회를 오셔서 넣어준 책 속에 "세상을 온통 껴안고 통찰하기 바란다"는 말,
지난 설연휴, 사람노릇하기 힘들다며 미안하다며 새해 새걸음으로 나아가겠다던 문자메시지,
유언이 되어버렸습니다.
원망하고 미워하는 마음이 가득한 저를 걱정스럽고 조금은 지친 얼굴로 타이르셨는데..
아픕니다. 더 일찍 알아차리지 못한 것이 가슴이 저미게 아픕니다.
언제까지 아파할 수 없는데 아직, 아픕니다.
삶이 얼마나 사랑스러운 춤이며 광활한 꿈의 현재인지 조금씩 느껴봅니다.
선배가 가신 뒤 태어난 아기를 만나며 또 새로운 우주를 만나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