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슴이 따뜻한 혁명가 조문익 ▒▒
 

그의 심장이 멈출 때, 세상도 멈춰지길 바랬지만

2006.03.10 12:22

하이하바 조회 수:1053

세상은 여전히 돌고 있다.

세상이 멈추지 않고 세상을 바꾸고자 했던 사람이 먼길로 돌아 갔을 때 우리는 세상이 다만  1주일이라도 멈춰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눈물 섞인 농담을 했다. 세상이 멈추지 않으면 우리라도 멈춰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가 갔는데 세상이 1주일은 멈춰야 하는 거 아니냐는 그 동지의 슬픈 농담은 방황일 수도 있고 혼돈일 수도 있고 무기력일 수도 있다. 어찌보면 한 사람에게 무던히 의지했던 무능력일 수도 있다.


나의 벗들은 지금  어느 사막 한 가운데 버려져 있다. 아니면 시베리아 설원을 헤메고 있다. 어쩌면 극점에서 멈추지 않고 빙글빙글 도는 나침반 같다.


그가 우리에게 차지하는 자리가 그 만큼 컸기 때문인가? 아니면 너무 갑자기, 정말 준비할 시간도 없이 떠 났기 때문인가? 그는 항상 우리 곁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우리의 오만 때문인가? 무엇 때문에 이리 혼란스러운가?


나는 어쩌면 가족이 돌아간다고 해도 그 슬픔이야 더하겠지만 혼란스럽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그의 죽음은 슬픔 이상의 슬픔이 있다.


그는 확실히 탁월했다. 철학, 역사, 경제, 영성 어느 것 하나 막힘없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는 현장활동가 였다. 노동자로 생활했고 노동자가 현장에서 느끼는 갈증에 대한 답을 주었다. 그래서 그의 탁월함에는 오히려 천재성은 드러나지 않는다.


항상 낮은 곳에서 대중과 현장노동자, 지역사람들과 호흡하는 사람과 지냈기에 그들이 원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론만이 아니라 현장운동에 대한 답을 원하는 사람에게 주었기에 이론을 원하는 사람 현장활동을 원하는 사람 누구도 그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나의 벗들은 그를 꽤 일찍 만났지만 상대적으로는 나는 꽤 늦게 만났다. 나의 어떤 벗은 그와의 첫만남에서 다시 운동의 희망을 얻었다. 그래서 포기하고 등돌렸던 운동으로 직장까지 버리고 돌아왔다. 하지만 나는 그를 믿는데 좀더 많은 시간이 걸렸다. 진중한 시간을 거쳐 그를 믿었기에 그 사람만 믿고 앞만 보고 달려왔다는 동지만큼 나는 슬프다.


그는 스스로를 남루한 사람이라고 했다. 그는 확실히 가진 것이 없었다. 변변한 집 한채 없었다. 내가 살고 있는 집이 부끄러웠다.


나는 몇 년전 나름대로 검소하게 살기위해 돌고 돌아 정가의 반값도 안되는 값으로 할인매장에서 두툼한 겨울 옷을 샀다. 그 보다 몇 년전 일부러 겨울이 다 지날 때 싼 값에 옷하나를 사두고 버리지 않고 여벌로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를 보내고 나서 이번 겨울에는 그에게 꼭 옷 한벌 해주고 싶었다는 한 동지의 절규, 그가 마지막까지 입고 지내던 겨울 옷이 지난 2003년 열사투쟁으로 수배된 상태로 농성할때 다른 이가 입고 있으라고 주었던 옷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나는 검소라는 이름으로 사치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와 함께 살아온 아내는 그와 많이 사랑했지만 무던히 싸웠다고 했다. 그래서 그가 많이 미웠지만 정말 하나 미워할 수 없고 존경하는 것은 사심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심이 없는 그도 농촌에 살면서 아이들 교육을 도회지에서 시키는 일을 할 수 없다며 정말 똑똑한 큰 아이를 시골에서 키울 때는 가슴이 아팠으리라!


나는 그의 형이 "자기 동생을 존경한다"는 말을 하는 것을 두번 들었다. 사석에 한번 그를 보내는 영결식에서 한번!


그가 우리 안에 차지하고 있는 자리는 조직의 리더로도 아니고 사상 이론의 교주로도 아니다. 남루한 활동가이자 언행일체 소박하고 가슴 따뜻한 혁명가 모습이 그가 차지하는 우리 안의 자리다.


그래서 그를 떠나 보내는 것이 이처럼 어렵다.
않고 빙글빙글 도는 나침반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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