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슴이 따뜻한 혁명가 조문익 ▒▒
 
2009. 09. 24 맑음

1. 06시 식육점 아저씨가 오늘따라 일찍 나오셨다. 부지런도 하시지. 추석이 가까워져서일까. 동녘이 훤하게 붉게 빛나온다.

1. 티감 소동이 있었다. 학급이 줄어들어 누군가 나가야 한다. 들어온 지 2년도 못되어 나가게 되었다. 내가 해당될지도 모르겠다. 뿌리가 흔들리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 펼쳐지니 난감했다. 누군들 그렇지 아니하겠는가. 모든 학교가 난리가 났다. 교원정원이 대폭 줄어들었다. 전국적으로 똑같은 상황. 신자유주의 정부의 운명적 선택은 늘 이렇게 현장의 고통을 수반한다. 전교조의 에너지가 여기에 집중될 수는 없는가?

1. 오후 5시 30분. 현대 아파트 앞 청해진 식당. 오늘 '영산강살리기문제점과 제언' 강사이신 조선대 이성기 교수와 함께 자리했다. 3학년 오지은 학생의 어머님이신 환경련 공동의장님, 임창옥 사무국장, 신협 전무님 등과 동석한 자리, 민어회가 나온다. 와-. 배가 호강하겠다. 남도택시 동지들이 생각나 처음에는 목구멍이 꺼끌꺼끌하다가 이내 꿀꺽 잘도 넘어간다. 맛나게 잘 먹었다. 영산강-4대강 대운하가 당연히 화두. 엠비정부의 탐욕을 실컷 질타하다. 한 시간 정도 식사를 마치고 곧바로 신협 3층 강연회장으로 이동하였다.

1. 임창옥 국장의 사회로 환경련 의장님의 잔잔한 인사말과 나의 경과보고가 이어졌다. 이성기 교수의 다소 지루할 정도의 학술적 설명이 좌중을 초토화시켰지만 청중은 시종 진지하게 강연에 귀 기울이며 자리를 지켰다. 강연회 후반 질의응답 시간, 나영진 전 문화방송 기자가 영산강변에 사는 주민으로서 환경련이나 시민사회단체의 미흡한 활동에 대하여 지적하고 이성기 교수의 90분 강의에 대한 불만을 나타냈다. 언성을 높혀가며 개인적으로 다소 감정적으로 응대했다. 이성기 교수도 감정에 겨워 불만이 있다면 나가면 될게 아니냐고 말했다가 더 큰 반격을 당했다. 너무 쉽게 나가라고 말했다. 그래서는 안되는데-.

1. 어수선하게 되어버렸으나 후반부 설명이 이어지면서 '물 부족국가인가?' 에 대한 추가 설명과 영산강 기본계획 등을 다시 설명하셨다. 진땀을 흘리면서 낑낑대는 모습이 안타까왔다. 청중의 감정적인 공격 앞에서 잠시 중심을 잃으셨다. 이해할만하다.

1. 어쨌든 다 끝났다. 남도택시로 향했다. 옥암중 권혜경 분회장, 정맹자 선생이랑 함께 농성장에 도착하였다. 음료수는 정맹자 선생이 샀다. 들어서니 놀랍게도 동지들이 삼삼오오 모여 닭을 삶아서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너무 반가왔다. 나만 민어회 먹고 죄스러웠는데 다행히도 삶은 닭고기라니. 복분자도 함께 마시면서 오늘 일과를 되새김질하는 민주노조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해남, 진도, 지도, 완도가 고향들이다. 골고루 다 모였다. 고향자랑에 여념이 없다. 소금은 증도, 김도 신안, 신안이 으뜸이란다. 다른 지역은 명함도 못 내민다. 완장을 차고 농성장으로 들어서며 사납금 명세표를 되작이며 우선홍 분회장을 찾아들어선다.

1. 택시투쟁, 반환점을 돌아가는데 출구를 찾아야 한다. 사장은 지치길 바라고 검찰에 고발도 하고 비열한 관리방식으로 괴롭히고 있다. 마땅한 방법을 찾기 어려운 것은 사장의 탐욕탓? 그의 요구는 너무 간단하다. 돈을 내놓으라는 것. 자신이 요구하는 구만 이천원 만들어줘야하나? 방문객 명단을 써달라는 우 분회장, 조합원들이 가져온 입금표를 계산하며 대차대조표를 완성해야하는 우 분회장, 달마대사 우분회장을 뒤로 하고 2층 농성장을 빠져나왔다.

1. 10시 30분 경, 대불산단, 케이시 천막 농성장에 가다. 10시부터 11시까지는 출퇴근 선전전 시간이다. 공장 안에 투쟁가가 울려퍼진다. 정맹자 선생이 눈이 휘둥그레해지면서 이색적인 장면에 89년 투쟁 상황이 떠오른다고 언급하였다. 맞다. 이곳은 영원한 87. 789월 대투쟁의 역사가 면면히 이어져내려오고 있다. 케이시 노조는 규율이 엄격하고 투쟁성이 뛰어난 조직이다. 총파업 투쟁의 역사가 조합원들 가슴에 각인되어있다. 지금은 노동조합이 민주노조로서의 기풍을 확실하게 실험하고 있다. 노조는 민주주의의 학교다.

1. 김하준 위원장 눈이 충혈되어 있고 집행부 동지들이 피곤해보인다. 벌써 아흐레 째 천막에서 생활하고 있는 위원장은 그간의 경과를 내게 상세하게 설명해주었다. 단협은 오늘 날짜로 체결되었고 임협을 내일 오전 아홉시부터 시작하기로 했다고 한다. 노조측은 7.5퍼센트 주장하고 있고 노측은 3.5퍼센트 주장하고 있어 맞서고 있다. 긴강감이 흐르고 있다. 다행히 단협안이 100 퍼센트 만족은 아니더라도 90퍼센트 정도에는 접근했다고 자평하고 있다. 특히 고용안정부분은 거의 완전하게 노조안이 수용되었다고 한다. 정말 다행이다. 이는 투쟁이 아니면 달성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전교조 집행부가 다녀갔다는 말을 들었다. 이틀 전에 서 헌 연대사업국장한테 내가 케이시와 남도택시 투쟁에 연대와 지지를 부탁드렸는데 그가 노력한 결과인 듯하다. 좋은 모습이다.

1. 마무리 시간. 11시 30분. 정리 집회를 하고 있다. 조직부장의 당당함이 더욱 돋보이는 장면. 인사말을 하라해서 노동조합의 대중성, 민주성, 자주성, 연대성 원칙을 지키며 힘차게 나아가자는 취지의 몇 말씀 드렸다.

1. 돌아오는 길, 대불산단의 밤 풍경은 생산적이다. 티피(Transportation) 차량이 호송차량의 호위 속에서 블록을 싣고 이동하는 장면은 장관이다. 도로의 이곳 저곳 결절지역 곳곳에서 반짝이는 티피들의 이동. 이는 노동자들의 피와 땀이 녹아 있는 인간의 이동이다. 자본의 이동이자 노동의 흐름이다. 영산강 하구둑 넘어 휘황한 목포시가지가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오늘은 영산강이 흐르고 노동이 생명처럼 흐르는 산단에서 새 날을 맞이하게 되었다. 흐르는 것을 막는 자는 생명을 죽이는 자, 우리는 미래를 살리는 사람들. 자랑스런 노동자. 택시, 그리고 케이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