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슴이 따뜻한 혁명가 조문익 ▒▒
 

문익형 안...녕...

2006.03.10 12:34

조회 수:878

형에게 보내는 두번째 편지

첫번째 편지는 감옥에 있을 때 보냈는데, 답장을 못받았고,
두번째 보내는 편지인데, 답장의 기약이 없네요.
답장 안써준다 짜증을 부리지도 못하니...
혹시, 형은 앞일을 내다보고 미리 답장을 써놓았을지도...

벌써, 형을 못본지 2주가 흘렀네요.
형은 나를 못본지 나보다 이틀이 더 지났구요.
시간이 지남에도 봄볕에 새싹 피어나는것처럼
형과의 추억은 묵혀있던 기억속에서 더욱 또렷이 살아납니다.
형을 보낸 이후로 맘 편히 잔 적 없고,
술의 힘을 빌어 간신히 자리에 누우면 가슴이 아파서 밤새 끙끙 앓고요.
아무때나 까닭없이 눈물샘이 넘쳐서 난감하고요.
무던히 속 썩힌 그 벌을 받는가?
'용서' 잘 하고 화 안내는 것이 형의 특기였는데...
그래서 거짓말도 안하고 변명도 안했는데.

처음 봤을때부터 함께 했던 순간 형을 잊지 못하지요
'교선국장님..!' 하고 불렀는데, 결국 뒷풀이에서 분위기파악 못한다구
한소리 들었지요. 항상 편한 상대가 되고자 했지요.

우연히 형과 같이 자게 되었는을때, 잠덧에 몸을 더듬는 바람에 끝내 날밤으로 새고
그 다음날부터 형을 약올렸지요. 겸연쩍어하는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빗어내리던 모습이 정말 좋았는데, 그 모습이 보고 싶을 때면 얘기를 꺼내곤 했는데...

내가 가볍게 얘기를 꺼내면 진지하게 얘기하고,
무겁게 이야기를 꺼내면 아주 가볍게 얘기하고,
그 모습이 서운해 화를 내기도, 짜증을 내기도 했는데...

사무실 한 켠에서 퇴근하지 못하고 일을 하고 있으면,
어디선가 나타나서 내팔을 끌고 포장마차로 가던...
퇴근 못하는 후배를 위해 기꺼이 숙직실에서 함께 잠을 청하던...

한 몇년동안은 그림자처럼 붙어다녔는데...
'장수'로 가면서 참 형을 뵙기가 어려웠지요.

한 2년, 운동에 치여 내 몸 하나 건사하기 급급해서
안부 한 번 제대로 챙기지 못했는데,
이제 올해부터는 정말 잘 해보려구 했는데 기다려주지 않으시는군요.

예전과는 다르게 새벽녘까지 술잔을 기울이시던 모습이 이상하다 생각했는데
일정이 시작되었는데도 잠드신 모습이 평소와 좀 다르다 했는데...
미리 갈 지 아시고, 그렇게 동지들과 새벽을 밝히신겁니까?

제 2006년 계획서를 보시구
감성이 여린 제가 정말 행복하게 운동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형! 정말 몸과 마음이 힘들었어요.
하지만,  형이 가시고 나서는 내가 전혀 다른 사람처럼 느껴져요.
이젠, 그만 슬픔에서 벗어나 스스로 일어서야겠지요.
그동안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신 것 감사합니다.
이제 어깨의 짐 훌훌 털어버리고 편하게 잠드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