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슴이 따뜻한 혁명가 조문익 ▒▒
 

아우에게(09.04.12)-별일 없이 산다-

2009.07.15 15:05

조창익 조회 수:532

별일 없이 산다



어느 때부턴가

이른 아침

빨래줄에 명줄 하나 덤으로 널어놓고

문밖 나서기로 했었지.

관념이 꽉차올라 몸뚱아릴 박차고

유체이탈하지 못하도록

현장을 몽유병 환자처럼 헤매이지.



어제 아침. 주말 토요일

윗층 건설 회사 사장님 부부

골프채 들고 집나설 때

우린

하구둑 황사 희끄무레한 춘풍 뚫고

장흥 길에 나섰더라네.



벚꽃 나비춤도 내겐 다만 진눈개비

소도읍 선관위 사무실 앞에

붉은 울음 투쟁가로

진을 쳤다네.



노동자 농촌 봉사활동이 선거법 위반이라고

거룩한 유권해석 내려졌다네.

저번 광양 보궐선거 때는 되고

장흥 보궐선거 때는 안되고

한 입으로 두 말하는 빗나간 행정 앞에

우린 다만 규탄 규탄



동네 마을회관 찾아다니며

죄송하다고 사과드리며 다녔지.

선거 끝나면 오겠노라고

와서 장판 갈아드리고

도배 다시 해드리겠노라고

밭비닐 걷어드리고

표고버섯 참나무 구멍뚫어드리겠노라고

매실 밭 거름 깔아드리겠노라고

고개 숙이며 구불구불 고갯길을 돌고 돌아

삼백리



아이들 울음소리 그쳐버린

마을 어귀에 허리구부린 삼삼오오 노인노인들

메마른 농촌에 무슨 놈의 고속도로는 그리도 뚫어쌌는지 원-

문둥이 코빼기에서 마늘씨 빼먹기지

뭘 더 빼먹을려고-

저것들 지나가면 우리 동네 구멍가게 망해버려-

읍내가고 큰 시내가면 몇 천원 더 싸-

우리는 비쌀지 알면서도

함께 살려고 여기서 사-

근디 사람맘이 언제까지나 그러간디-

고속도로?

그 놈의 속도 타령은 자본의 술수

인간 흡혈 자본의 빨대임을 본능으로 알지



한 나절을 돌고 돌아

도회로 돌아오는 길

헛헛한 발걸음에 취해

돌아오는 길

다들 별일없는 듯

상춘행렬은 빛나고

골프채도 여전히 빛나고



내겐 집회장이 선술집이다

앉아 있으면 취한다.

세월에 취하고

세상에 취하고

내겐 현장이 골프장이다

썩은 구멍에 쳐넣을 것들이

어찌 18놈에 그칠까마는.



-2009. 04. 12 민주노총 농촌봉사활동 원천봉쇄 노동자 정치활동 저지 장흥선관위 규탄집회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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