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슴이 따뜻한 혁명가 조문익 ▒▒
 
2009. 10. 27. 화. 맑음 기자회견 그리고 콘테이너박스

기자회견

연일
기자회견인데
카메라는 오질 않는다.
사안이 약한가,
아니면 연대가 약한가.

현실을 인정하자
우리의 힘이 약하다.
그래서 어떻 하자고
좀 더
절박해져야지
힘을 길러야지

기자회견에서 멈추어 버린
죽은 운동이
되어서는 안 되지.
그게 더 중요하지.

우리에게
기자회견은
최소한의 절차

우리 몸짓을
우리 방향을
우리 목표를
우리 카메라로
우리 세상으로
만들어 가야지.

-어젠 전교조 대장정보고기자회견, 늦은 오후녘이라 그렇다고 치자. 대불공단노동자총회 기자회견은 어떠한가. 오전 11시, 데스크에서 잘려 나갔다 보다. 다른 사안이 밀려있다고 말했다한다. 다른 사안이 노동자의 요구와 절박한 몸짓에 비해 앞서 있다는 거다. 우리의 절박성이 더 처절해져야한다는 거다. 그러면 저절로 나타나는 것은 당연한 이치. 그렇게 생각하기로 하자.

-소방서 옆 콘테이너박스 두 개. 민주노총 새 사무실이다. 말하자면 대불대창립지원센터 건물에 입주하여 노동상담소 역할을 겸했던 영암군 지부는 정권의 압력에 의해 쫒겨 났다. 처음에는 민법상 계약관계가 정당하게 성립되었던 농업박물관 옆 서해식당 2층의 경우에도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집주인은 계약해지를 요구하였고 우리는 대책없이 거리로 나뒹굴었다. 그래서 택한 것인 촌닭집 옆 공터에 콘테이너박스였다. 그곳에서 몇 달을 버티고 영암군과 교섭하여 창립지원센터 한구석을 얻었던 것. 그런데 이마저도 정권은 따라다니며 끝내 거리로 내몰았다. 사람에게 집 없는 설움이 크다. 노동조합은 사무실이 집이다. 단결과 투쟁의 구심이다. 그래서 저들은 막아 나선다. 단결이 두려우므로. 투쟁이 두려우므로. 대불공단 조선 노동자들의 투쟁의 구심, 금속지회의 출범은 그래서 위협이다. 두 번째, 콘테이너박스에서 오전을 보내며 나는 상념에 잠겼다. 이 상황을 낙관적으로 극복하고 있는 젊은 후배동지들의 발걸음 소리를 듣는 것은 그래서 행복이다.

-남도택시관련하여 노동부 지청장과의 면담약속이 잡혀있었다. 나는 가지 않았다. 사장이 나온다고 했다. 사회단체 중심의 중재노력 자리와 투쟁의 주체인 민주노총이 함께 버무려지는 것은 질서가 없어 보였기 때문. 거리가 필요하다. 오늘의 자리가 사측의 양보를 전제로하는 최종 확인이 자리라면 의미가 있겠다. 그렇지 않고 사정만 들어주고 언쟁만 벌이다가 돌아오는 자리라면 민주노총은 빠지고 이후 상황에 대비해야 맞다는 판단이다. 주위 실무동지들과 상의하고 결정을 내렸다. 현 단계에서 만난다면 사측과 노측 대표, 그리고 정부관계자 이렇게 만나야 모양이 나온다고 보았다. 강력한 행정지도를 발휘해야 한다고 본다. 노동부의 문제 해결의지에 대하여 우리는 아직 회의를 품고 있다. 그들의 행정력이 사측의 행동변화에까지 이르지 못한 까닭이며 노측에 대한 배려가 아직 부족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택시대표자회의가 열렸다. 대책회의 이름을 바꾸기로 했다. '목포지역 택시문제해결을 위한 시민대책위원회' [전액관리제 쟁취, 노동탄압분쇄, 목포시무능행정규탄을 위한 시민결의대회]를 30일, 오후 2시 30분 시청 민원실 앞에서 열기로 했다. 목포 시장의 적극적 행정을 촉구하는 대회다. 농성 43일, 오늘 사장은 사무실을 빼라고 문서를 보내왔다. 왜 이렇게 가진 자들은 사무실 빼, 집 빼 소리를 잘 하는지. 문서로 대응하기로 했다. 왜 빼야하는지. 납득할 수 없다는 문서. 문서 대응 투쟁.


-서실에 오랜만에 들렀다. 행서 체본을 받았다. 사부께서는 개인전 준비에 여념이 없으시다. 화요일 오후는 명심보감 읽는 날이다. 오늘은 준례편을 읽었다. 기본 예의범절, 유교적 가르침이 새삼스럽다.

오늘의 시는 율곡 이이의 산사

山中(산중)


山中(산중) 이율곡 1567-1608

採 藥 忽 迷 路 채 약 홀 미 로
千 峰 秋 葉 裏 천 봉 추 엽 리
山 僧 汲 水 歸 산 승 급 수 귀
林 抹 茶 烟 起 임 말 차 연 기
(五言節句 仄起式 ‘紙’韻→裏 起)

약초 캐다 홀연히 길 잃었네
봉마다 낙잎 져서 온 길 덮었네
산승은 물 길어 돌아 가더니
숲속에 차 달이는 연기 일어나네

(해석 2)
약초를 캐러 산속을 헤매다 길을 잃었네
온 산봉우리가 단풍속에 잠겼구나
산승은 찻물을 길어 돌아가는데
숲 끝에는 차 연기만 일어 나누나.

시 한수 읊고 명심보감 준례편 읽고 서실 동문들 후덕한 얼굴들 보고 돌아오는 길, 마음이 차분해졌다. 내 마음에는 공단의 용접 불꽃과 차 한잔 기울이는 산사의 한가로움이 겹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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