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슴이 따뜻한 혁명가 조문익 ▒▒
 

<시>어느 행려병자의 독백/1984/조문익

2006.03.11 13:38

광장 조회 수:1841

어느 行旅病者의 독백

나는 행려병자. 시대만큼 어두운 그림자가
몸값만이 똥금인 시가에 하나, 둘 몸을
일으키면 세월에 베인 상흔을 보듬고, 손바닥만한
따뜻함을 찾아 연신 손을 문지른다.
역전 시계탑은 여전히 또각또각 그 무엇을
가리키고 있지만 삽이 있어도 굶기는 마찬가지.
소주 몇 잔과 순대 두어 조각이 내 믿음의 전부,
평생 손금만큼 애끼던 모든 것들 수몰지에
버리고 고향 떠난지 이미 십년. 나락을 감싸
나르던 이 팔, 손, 손가락 만이 가로수만큼
앙상한테, 가로수는 추운 바람에 떨고, 아아
날벼리고 걷는 사람들의 둔탁한 구둣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