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슴이 따뜻한 혁명가 조문익 ▒▒
 
저녁노을 깔린 들녘에서 그대에게 갈꽃다발을 바친다


내가 한때 갈대처럼 흔들렸던 것은 세상이 다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살아있는 갈대였으며 그러므로 뿌리를 항상 갈밭 깊숙히 내리고 있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내가 갈대처럼 흔들릴때조차 결코 전진을 포기하지 않은 것은 이미
내가 애초에 태어나지도 소멸하지도 않는 존재임을 알아버렸기때문이다. 하여
나는 난 날도 모른다. 돌아갈 날에도 무심하다. 그리고 다만 지금 이곳에서
살아가고 있을 뿐. 사람하는 사람아. 그럼에도 노을지는 갈꽃 들녘, 당신의
생일을 축하하는 이유는 내가 아직도 가끔씩 흔들리기때문이 아니다. 다만 그대가
존재하는 사실이 나에게 희망이 되고 있음을 알리려는 사치일뿐. 저녁노을 깔린
들녘에서 그대에게 갈꽃다발을 바친다.  - 사실 우리는 매일 다시 태어나고
있지않나요?

2002-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