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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이주여성이야기(6)

2006.03.11 13:24

만복이 조회 수:422

우리동네 이주여성이야기(6)
- 2005년 민들레가족 송년한마당을 마치다 -



설마설마했더니 설마(雪魔)가 몰아쳤다. 12월 16일, 오늘은 우리 동네 이주여성들과 가족들이 모두 함께 모여서 민들레가족 송년한마당 행사를 하는 날. 지난 주 토요일(12월 3일) 김장할때부터 날씨가 심상치 않더니 그예 1주일여가 지나서는 사상 최대의 폭설이 내리기 시작한거다. 그러나, 그때는 잘 몰랐다.

하루종일 왜 이런 날을 잡았느냐고 몇사람에게 지청구를 듣기도 했다. 사실 본래 예정일은 12월 18일, 일요일이었다. 그런데 이러저러한 조건으로 몇일 앞당겼는데 눈이 퍼부으니 난리가 난거다.

팔공산 대성고원을 넘어야하는 산서면과 장수 대성리 인근의 이주여성들과 가족들은 어떡하나하는 걱정이 계속되었다. 로세마리가 전화를 했다.

“선생님, 어떡해요? 눈이 많이 와요”
나는 당연히 이렇게 말한다.
“버스는 괜찮아요. 걱정말아요. 한마당행사는 그대로 진행합니다.”

버스회사에 연락해본다. 다행히도 아직은 길이 빙판이 되거나 하지는 않아서 움직일만 하다고 말한다. 걱정은 버스를 타는데까지 10여리를 더 와야하는 식천리 로사살레나 로살린, 아니면 대성리의 넬리아에게 이른다.

로세마리 가족처럼 면사무소 근처에 사는 분들은 상대적으로 낫다. 그렇지만 여름 땡볕에도 아이를 업고 손잡고 10여리를 걸어와서 버스를 타고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공부하기 위해 노력했던 사람들이 수료식과 가족한마당 행사에 참여하지 못하면 너무나 아쉽지 않은가?

이주여성들의 공부를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던 가족들이 눈 때문에 참여하지 못한다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계북댁 아도도 길이 멀어 어려울텐데......

그러나, 1시 30분이 되자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계북, 천천, 장계, 계남, 장수... 그리고 걱정해마지 않았던 산서지역에서도 사람들이 왔다. 물론 볼수 있으리라 기대했던 사람들이 눈에 막혔으니 다 오지는 못했지만 점점 늘어나는 낯익은 이웃들을 만나는 시간이 되었다.

사실 준비를 하느라 매우 번잡했다. 장수군청에 접탁자가 없어서 인근 장수의료원에서 직접가서 빌려왔다. 전시장을 꾸밀 마땅한 도구가 없어서 준비해간 지끈을 이용하여 600여장의 사진을 빨래 컨셒으로 게시했다.

장수군민회관 강당 준비공간중 절반을 전시실로 꾸미고 절반은 식사준비 공간으로 배정했다. 이 모든 일을 그동안 민들레가족들과 음으로 양으로 함께해온 참소리와 평화와 인권연대 팀 구성원들이 도와주었다. 특히 이주여성들 본인들이 쓴 글을 표구하고 전시용 사진을 준비하는데 임재은씨와 윤정아씨는 큰 일을 했다.

무대 전면에 걸린 “우리가 사는 세상은 다름이 모여 하나를 이루는 것”이라는 큰 걸개그림의 디자인을 바로 임재은씨가 해주었다.

각설하고, 우리의 호프 ‘연극선생들’, 김준근 선생과 김미연 선생은 무대를 마련하느라 정신이 없다. 자신들이 공들여 두달여동안 지도해온 연극이 공연될 시점이니 어찌 다른 일에 신경쓸 수 있으랴.

어제는 십여명이서 밤늦도록 오늘 연극에 쓰일 소품들, 특히 왕관을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그렇지만 십여명이 투입되었더도 일손이 달리니 별수 없이 책상나르고 의자 옮기고 하는 일까지는 어쩔 수 없다.    






이주여성 가족들의 만국어, 사진

이주여성들과 아이들이 자신들이 찍힌 사진들과 표구된 자신들의 글을 보면서 즐거워한다. 확실히 사진은 가장 확실한 ‘만국의 언어’다.

조안나와 레오노라는 자신들의 글이 한국어로 번역되어 전시되어있는 표구 앞에 가서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아마도 로세마리, 나티, 메리사, 마리셀, 네미아, 플로델리자와 가족들도 본인과 며느리, 아내의 글을 보며 즐거워했을 것이다.

영어가 아니라 아예 처음부터 한국어로 글을 쓴 로세마리나 메리사, 플로델리자는 서툴지만 진정어린 글을 남겨서 우리에게 감동을 주었다. 이주여성들이 영어로 글을 쓰고 그것을 ‘영어통역담당’ 김근오 선생이 한국어로 번역해서 내놓은 글들은 솔직하고 내밀한 그녀들의 느낌과 의지를 담아내어 우리에게 감동을 주었다.

J-TV카메라가 레오노라와 가족들을 연신 따라다닌다. 특집프로그램을 만드는 중이란다. 레오노라와 가족에게 포커스를 맞추겠지만 그녀와 가족들만이 아니라 모든 아시아민들레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그녀들과 가족들이 지닌 힘과 역동성을 잘 드러내주면 좋겠다.    

그렇지만 J-TV만 TV가 아니다. 우리가 준비해간 TV에서는 인터넷신문 참소리의 박재순 편집위원이 편집해주고 김효정기자가 VHS,테이프로 바꾸어 준비해준 동영상이 흘러나온다. 지난 7개월여동안 기쁨과 슬픔을 함께 해온 아시아민들레들의 이야기가 슬라이드로 편집된 영상과 둣배경음악이 되어 장내에 흐른다.

음악은 전 락그룹 게릴라의 멤버였던 이상훈씨가 받쳐준다. 이상훈씨는 밤늦도록 전주에 있다가 새벽 4시 반경에 터미널에 나가서 6시 30분 첫차를 타고 8시 30분도 채안되어 장수에 도착했다.

음향과 음악을 맡기로 했으니 오기는 와야겠고, 달리 방법이 없으니 버스를 타야겠고, 눈이 많이 오니 아예 첫차를 탄거다. 참으로 고마운 인간이다.

1부순서가 시작되었다. 문화관광부와 협력하여 전진해온 장수민들레문화교육아카데미의 수료식이다. 정부로부터 1,000만원을 지원받았으니 (사)호남사회연구회, 장수군의제21실천협의회, 논실마을사람들이 모인 장수지역 NGO의 결집체로서의 민들레문화교육아카데미의 공로라고만 말할 수 없다.

프로그램이 시작될 무렵 정부의 정책지원으로 이루어지는 사업이라는 점은 이주여성들과 가족들을 만나는데 매우 유효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말할때도 정부가 하는 프로그램이라는 점은 무기가 된다. 예를 들어 가야여행 가는데 어떤 회사에 근무하는 이주여성의 근무를 조정하기 위해 전화를 하는 경우 “느그가 뭔데...”라고 하면 할말이 없는거다.

우리가 뭐 별 특별한 사람들도 아니고.... 그렇지만 “정부에서 지원하는 사업이다”라는 말만 갖고도 약간의 약발이 선다. 그렇지만 사실 정부의 지원은 내용적으로는 컨설팅 비용 200만원을 제외하고는 800만원이었다. 대략 1달에 100만원, 나머지는 모두 자원봉사로 채웠다.

강사들은 자신들의 강의료를 100%, 또는 교통비를 제외한 대부분을 다시 내놓았다. 기름값은 전혀 주지 않았으나 그/그녀들은 기꺼이 이주여성들과 가족들을 집까지 태워다주었다. 너무 늦게 집에가면 저녁밥을 맞추지 못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다음주에 나올 때 더 힘들어질것을 걱정한 탓이다. 동네 근처에 가서 살림살이를 들여다볼수 있고, 가는 동안 이야기를 나눌수 있으니 더 좋을터이다.

여하튼, 그런식으로 운영되어온 민들레아카데미는 이제 기적적인 성과를 낳았다. 우리는 한가족이 된 것처럼 느낀다. 수료식 내내 드는 느낌이었다.

아시아민들레들의 친근한 어머니 유금선회장의 대회사, 호남사회연구회 소순열 회장의 이메일로 전달된 말씀이 이어졌다. 장수군청, 새마을부녀회, 고향사랑주보무임등의 여성단체등에서 모두 함께해주고 도움을 줬다. 민들레아카데미에서는 수료증 대신 아시아민들레들에게 준 장수민들레상을 준비했다.

달랑 상장뿐인, 그러나 가장 값진 민들레상은 5회이상 출강한 40명에게 돌아갔다. 그리고, 장수군의제21 유금선회장이 시상한 의암송상을 비롯하여 장안산상, 섬진강상, 금강상,  팔공산 상이 이어졌다. 참 돕는 이들이 많았다.

상은 모두 돕는이들이 주는 것이다. 왜? 예산이 없으니까! 협찬으로 상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는 진행팀에서 고민한 것인데 “실제로 그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어야한다. 다른 상품 말고 장수사랑상품권으로 골고루 나누어주자”는 것이었다.

다만, 특별한 상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글쓰기의 장원상격인 팔공산 상이었다. 한글로 사랑하는 남편에게 쓴 편지를 내놓은 메리사가 수상했고, 메리사는 무대에 나가서 한편의 시와 같은 짤막한 편지를 낭독했다.

노래가 이어졌다. 공연이다. 이주여성들 모두가 손에 손을 잡고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는 노래를 부른다. 그렇지. 우리 모두가 사랑받을 만한 존재다. 이어지는 노래는 크리스마스도 멀지 않았으니 조지 마이클의 “Last Christmas"를 부른다. 김준근선생이 사회를 본 민들레아카데미 수로식이 마무리된다.

2부순서는 “찾아가는 민들레교실 가족한마당”이다. 연극 “허황옥과 김수로의 아름다운 사람이야기”가 무대에 올랐다. 이주여성들은 김미연선생이 쓰고 자신들과 함께 논의하면서 바뀌어온 대본을 대부분 외웠다. 그래도 휴대용으로 만들어진 대본을 들고 무대 가림막 뒤에서 다시 한번 외운다.

서로 자신에게 어울리는 예쁜 왕관을 찾는다. 의상은 이현선 선생이 정읍시 산외면 정량리 원정마을에서 빌려온 것인데, 가야시대 의상과 흡사할 것으로 여겨지는 것이었다. 우리들의 학습공간 들샘에 보관되어있던 때깔나는 한복은 4장의 김수로(마리셀 분)와 허황옥(조안나)가 입기로 했다. 왜냐하면 4장이야말로 눈내리는 가운데 두양반이 포옹하는 러브신이거든.

“우리는 필리핀, 인도네시아, 베트남, 중국, 일본등 아시아 각국에서 온 사람들입니다. 오늘은 씩씩하고 희망찬 필리핀 노래인 AKO AY PILIPINO를 타갈로그어로 불러보겠습니다”

하면서 1장이 열린다.
중간중간에 합창하는 “사랑해도 될까요”가 따뜻하다. 3장에서는 낯선 땅 가야에 와서 고민이 많았던 허황옥의 마음속을 풀어낸 메리사와 캐더린 독창의 “고향생각”이 이어진다.

“해는 져서 어두운데 찾아오는 사람없어...... 이일 저일을 생각하니 눈물만 흐 ~ 른다. .... 목이 말라 물 원해도 나의 말을 듣지 못해 ..... 답답기 한이 없다......”

대본 초안을 만든 김미연선생은 이주여성들 모두가 허황옥이 될 수 있도록 고정 역할을 주지않았다. 누구나 김수로가 되도록 배치했다. 누구나 농사꾼이 될 수도 있고, 누구나 행인이 될수도 있도록 했다. 연극연습하는 동안 익숙해졌다. “누구나 할수 있는거야. 우리는 같아”

마무리는 김민기의 “천리길”이다.

“동산에 아침햇살 구름뚫고 솟아나... 새아침이 올때까지 어두운 밤을 지켜라”
“가자 천릿길 굽이굽이 쳐가자. 흙먼지 모두 마시면서 내땅에 내가간다”

들을 때마다 씩씩하고 당당한 감동을 주는 “천릿길”.
어찌 천릿길이겠는가? 만릿길도 마다하지 않고 이주해온 여성결혼이민자들이다. 그녀들의 땅에 그녀들이 간다. 아쉬운 것은 영원한 자원봉사 아자씨 아줌마인 정태석교수와 장윤화씨 부부가 함께  못했다는 점이다.

정태석교수는 마무리 노래를 “천릿길”로 제안해주고 MP3로 CD를 만들어주었고, 연극 당일에는 기타를 치며 함께 해주겠다고 했는데... 일정이 금요일로 바뀌면서 함께 못하게되었다.






가족은 함께 변화하고 동반성장해야할 사람들

찾아가는 민들레교실(Go & See Mindlle Class)에 대해 이현선 선생이 나와서 보고를 한다.

“민들레아카데미를 진행하다가 어려운 점도 많았다. 잘 나오던 이주여성들이 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집안 농사, 가정사, 아이들문제, 시부모들과의 관계, 남편과의 대화, 교통편등 수많은 난제가 있다. 불가피하게 나오지 못하지만 배우고 싶은 사람들은 어찌할 것인가? 하는 고민이 있었다.

또 이주여성 본인과 얘기나누는 것은 당연하지만 남편과 시어머니와도 대화가 필요하다고 느낄 때가 많다. 가족은 함께 변화하고 동반성장해야할 사람들이다. 이주여성들만 한국어와 문화 교육하면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특히, 자녀들에 대한 교육은 매우 중요하다. 자녀들은 국제결혼가정의 가장 중요한 기둥이다.

가족동반교육, 다문화주의에 입각한 한국어교육, 한국어와 이주여성의 모국어, 그리고 매개어로서의 영어가 함께 공유되는 삼중언어교육이 필요하고 가정방문교육이 필요하다고 절실히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찾아가는 민들레교실’을 여성가족부와 협력하여 진행하게 되었다.

국제결혼 가정에 대한 방문교육이 이루어지려면 팀이 구성되어야하고 아무리 적어도 2명이상이 함께 가야한다. 그래야 한국어교육과 가족들과의 대화나 놀이가 동시에 진행될 수 있다. 많은 가정을 돌려면 적어도 두 팀이상이 함께 움직여야한다. 자원이 필요한 것이다. 여성가족부가 우리의 문제의식을 이해해주고 지원해준 것에 대해 참으로 감사한다.

그리고 적극 참여해준 우리 찾아가는 민들레 교실 가족들에게도 감사한다. 시어머니들과 남편들의 도움과 참여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우리가 이제 새로운 장수, 다른 장수를  만들어가자”

다소 ‘드라이’하게 얘기하면 이런 얘기였다. 말은 드라이했지만 그동안의 고통과 어려움이 배어나왔다. 모두가 따뜻한 박수를 보냈다. 일정 때문에 바쁘다 하셨던 여성단체 회원들도 박수를 보낸다. 고향사랑주부모임과 새마을부녀회, 군청 여성복지계 직원들도 박수를 보낸다.

약간은 무리했다. 그렇지만 눈발을 뚫고 유명한 전주 건강채식부페에서 음식을 공수했다. 허인교사장님과 사모님이 직접 음식을 가지고 왔다. 정성이 깃든 음식이다. 철학이 담긴 음식이다. 수리스띠아니(리사)가 만든 인도네시아 음식과 제니린(제니)이 만든 필리핀 음식이 옆에 담겼다.

한국에서도 진정한 ‘웰빙’의 마음이 담긴 채식과 인도네시아, 필리핀의 ‘사랑’이 담긴 음식들에 모두가 감탄이다. 이렇게 음식을 맛있게 할수 있다니.... 탁자에 각각 가족들 단위로 음식을 갖고가서 먹기 시작한다. 화려한 색상의 음식들이 장내에 있는 사람들을 풍요롭게 한다.

얼마간 음식을 먹고나자 2부 가족한마당 사회를 맡은 조은산선생이 이주여성들에게 소감을 한국말로 발표해보는 게 어떠냐고 제안한다. 모두가 몸을 뺀다. 부끄럽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이런 공개적인 자리에서 마이크를 잡을수 있는 기회가 흔치는 않다.

연극이야 함께 나와서 하는 것이니 그렇다쳐도 소감발표는 전적으로 혼자서 감당해야한다. 가까이 있던 카테린과 레아는 아직 음식을 다 먹지않았다고 사양하고... 결국 한국말을 잘하는 로세마리부터 시작했다. 하나씩 둘씩 나와서 이야기를 한다. 사회를 볼 필요가 없다. 조은산선생이 식사를 위해 자리를 비운 사이 식사를 마친 이현선 선생이 사회를 맡는다.

대부분이 소감을 이야기하고나서 찾아가는 민들레교실을 감당해온 선생님들이 나와서 인사를 하는 시간이다. 모두가 오히려 이주여성들과 가족들에게 고맙다고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민들레교사들은 오히려 국제결혼 가정을 방문하면서 배운게 너무도 많다.

우리가 만난 이주여성, 여성결혼이민자들과 가족들은 결핍으로 가득차있고 수없이 많은 문제로 둘러싸인 사람들이 아니다. 그녀들과 가족들은 다른 모든 세상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무엇인가 부족한 사람들이지만 동시에 모든 이들을 위해 헌신할 의지가 충분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능력을 갖고있는 놀라운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러한 능력을 ‘거저’ ‘대가없이’ 모든 이들에게 베풀수 있는 사람들이다. 우리가 가정방문교육을 하면서 느끼는 것은 민들레교사들에게 내어놓는 맛있는 과일이나 뜨거운 커피 속에 담긴 ‘무한한 사랑과 신뢰’다. 그녀들과 가족들은 그런 능력을 본래 가지고 있지만 아직 충분히 그런 힘을 발휘할만한 조건이 갖추어지지 않았을 뿐이다.

우리가 가정방문교육을 하면서 과자와 과일을 사가는 것은 바로 그런 ‘대가를 바라지 않는 사랑’에 미안해서이다.

민들레교사들이 인사를 하고 모두가 나와서 인사를 나누며 마무리하는 시간이 되었다. 모두가 손을 잡고 고마움을 전한다. 서로 손을 잡고 눈망을 쳐다보며 뜨거운 시간. 갑자기 플로델리자가 민들레교사들 앞에서 앞으로 엎어져 큰 절을 한다. 맨바닥에서....... 플로델리자 손을 잡고 눈시울이 붉어진 한국어교사 양승호선생. 모두가 눈시울이 뜨겁다.

심지어 이 프로그램의 기획자이자 교사로 활동했던 열정적인 박병섭박사까지..... 이주여성들과 교사들 모두가 손을 잡고 흐느끼기까지 한다............ 세상은 이래서 살만한 것인가. 찾아가는 민들레교실 가족한마당 마무리중 생겨난 감동은 장수군민회관을 영원히 기억하게 만들 것 같다.

여전히 눈이 내리고 있다. 너무 늦기전에 버스를 타야한다. 버스기사님이 산서방향은 팔공산 비행기재를 넘을수 없을 것 같다고 말한다. 남원방향으로 돌아가야하는 것이다. 싸리재를 넘어야하는 장계, 계남, 계북도 마찬가지다.

장수읍내인 용계리, 송천리나 노하리도 교통편이 만만치는 않다. 20분쯤 일찍 자리를 마치기로 했다. 아쉽지만 자리를 정리하고 가족들과도 손을 잡고 인사를 나눈다. 가야여행도 함께 했던 로세마리 가족들과 인사를 나눈다.

시어머니는 민들레교사들의 팬이 다 되셨다. 아이를 업고 손을 잡은 글로리, 코라손도 인사를 나눈다. 인도네시아에서 온 수리스띠아니와 남편도.... 제니와 남편도.... 잘 지내시길.... 이제 내년 3월에 개강할 것이라고 조은산 선생이 민들레가족들에게 공표했으니 준비를 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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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 정도가 지나서 크리스마스에 우리는 메리사집에서 열린 이주여성들의 크리스마스 잔치에 초대받았다. 이주여성들과 이이들은 좁은 공간이지만 집안을 가득 메우고 ‘놀았다’. 마음놓고 노는 모습을 본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남편들은 아무도 오지 않았지만 오히려 그런 것이 편할지도.... 여하튼 이주여성들이 노래 부르고 춤을 추는 모습은 가무에 능했고 즐겼던 고구려, 부여사람들을 보는 것 같았다. 이주여성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우리들이 이렇게 활달하게 자신감을 갖고 살아가게 해준 민들레에 감사한다.

우리는 이제 좋아졌다” 그리고, 그녀들은 내년초에 아시아민들레들이 모이는 자치모임(self? association?)을 만들자고 했다. 지역 여성결혼이민자들의 왕고참, 레오노라가 제안했다. 1월중순께 모임을 가지자고 말했다. 잠시 들렀다 오려했는데 저녁까지 먹고 나온 격이 되었다.

사랑이 넘치는 장수를 만들어가는 것은 지금 당장은 힘들다. 재원도 필요하고 준비도 갖추어져야한다. 그렇지만 진정한 풍요로움은 물질적 조건이 충족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마음이 필요하다. 자기 주변과 세상을 보는 따뜻한 시선이 필요하다. 자기 자신을 채근질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글쓰기 장원상을 받은 거나 진배없는 메리사의 글은 그것을 잘 보여준다. 감동의 글을 소개하는 것으로 2005년 우리동네 이주여성이야기를 마무리한다. 그동안 관심 갖고 읽어주신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 내년에는 내년의 일이 있을 것이다. 그녀들은 그녀들답게 살아갈 것이다.


내 사랑하는 남편에게


메리사(장수군 장수읍 개정리)


누구에게나 각별한 사람은 있습니다.
저두 각별한 사람에 있습니다.
그 사람은 바로 당신요!
그리고 우리 사랑하는 딸 해인과 지윤.
서로 다른 생활방식으로 인해 한국 생활이 너무 힘들어요.
하지만 당신은 친절한 사람이니까 참아내고,
항상 우리 곁에 있어 나는 행복해요....... 고마와요, 여부!
영원히 변치말고...... 건강해요.
당신이 울면 내 마음두 아파요.
우리 행북하게 사라요...
사랑해요.






2005-12-29 13:04:27   조문익  기자